KAIST 대학원 총학생회, Sweet Carnival로 학내 기쁨·활력 선사

"안녕하세요. 원총(대학원 총학생회)에서 나왔습니다." "더위에 많이 힘드시죠. 여기 사탕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때 이른 무더위로 KAIST(총장 서남표)캠퍼스의 무성한 나뭇잎들까지 축 늘어지던 6월의 오후, 자연과학동의 한 실험실. 정적 속에 갑자기 환호성이 터진다.

실험실 곳곳에 자리잡고 연구에 몰두하던 대학원생들이 깜짝 놀라 출입문쪽을 쳐다본다. 심각했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커다란 노란색 리본, 빨간 단발머리 가발, 짙은 블랙 아이섀도, 반짝거리는 바이올릿 상의, 왼쪽 눈밑에 손수 그려넣은 까만색 작은 별 하나, 높은 하이힐… 'Sweet Carnival'의 주인공 '맹수연'씨다.

부드러운 허스키보이스의 그녀가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일일히 사탕과 과자를 전하며 이벤트를 알린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한 데 어우러진 실험실이 금세 밝아진다. "여러분, 사탕 드시면서 기운 내세요! 그리고 여기에 모두를 위한 여러분의 Sweet Words(달콤한 응원의 말)를 좀 적어 주세요."

그녀의 제의를 받은 원생이 잠시 고민하더니 흰색 보드에 마카로 열심히 응원의 메시지를 적는다. 이어지는 인증샷에 또 한번 놀라 겸연쩍어 하는 모습, 보드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빼꼼 내보이는 모습, 어깨동무 하며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들 속에 동료애가 묻어난다.
 

▲실험실과 연구실을 돌며 응원의 메시지를 나누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2011 HelloDD.com

KAIST 대학원 총학생회(회장 안상현)는 지난 16일부터 이틀동안 학내 전체를 돌며 'Sweet Carnival'을 펼쳤다. 'Sweet Carnival'은 방학을 맞은 학부생들과 달리 실험실에서 줄곧 연구과제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을 응원하고자 마련된 행사다.

이벤트 요원들은 대학원 총학생회 임원부터, 선배의 좋은 뜻에 자발적으로 나선 학부생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3~4인 1조의 2개 팀으로 나눠 이틀동안 KAIST의 모든 공학동 건물의 LAB(실험실)과 교수실, 행정실을 깜짝 방문해 사탕과 응원의 메시지인 Sweet Words를 주고 받았다.
 

▲우스꽝스러운 멘트를 담은 대학원생의 인증샷을 찍고 있는 맹수연 대학원 총학생회
홍보부장.
ⓒ2011 HelloDD.com

"더워!…" "교수님, 출장가주세요." "교수님, 사랑합니다"(애교 만땅, 아부 작렬) "원총, 힘내세요." "카이스트를 이끄는 원동력, 대학원생들을 응원합니다. 아자아자!" "여름휴가 많이 주세요." "당신의 마음으로 이 더위 '훅' 날립시다."

맹수연 씨는 그 간 모은 대학원생의 Sweet Words를 소개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Sweet Words가 적힌 보드를 들고 찍은 인증샷은 원총 행사 후기에 남길 예정이라고 한다.
 

▲사탕들을 하나하나 종류별로 모아 포장한 묶음들이 박스에 가득하다. ⓒ2011 HelloDD.com

"행사 전날 밤 1000개가 넘는 과자들을 종류별로 하나씩 비닐에 담아 포장했어요. 늦은 밤까지 고된 작업이었지만 다음 날 동료들과 교수님들께 나눠 줄 생각을 하면서 힘을 얻었어요." 이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에 앞장 선 대학원 총학생회 맹수연 홍보부장은 생명공학동의 실험실을 모두 방문한 뒤 벤치에 앉아 동료, 후배들과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말한다.

그녀와 함께 팀을 이루며 방문에 나선 학부생들 중에는 KAIST 록밴드 '동틀무렵'의 멤버도 있다. 밴드의 리드보컬인 맹수연 씨의 뜻에 발벗고 나선 착한 동아리 후배들이다. "올해 초 학교에 힘든 일이 있고 난 뒤, 원총이 적극 나서서 학부생들을 만나고 격려해 왔어요. 그 동안 저희 대학원생들도 연차초과자, 조교 처우 개선 문제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학부생들을 위해 열심히 지원해왔어요. 혁신위가 20일 종료되지만 학생들 처우개선과 복지를 위해 교수님들은 물론 학교 이사회와 평화적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에요."

잠시 휴식을 접고 다시 방문을 준비한다. 공학동 1층 로비에 한가득 쌓아놓은 과자와 사탕들을 팀별로 나눈 뒤 맡은 공학동으로 다시 흩어진다. 그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 하나 없다.

무더위 아랑곳없이 실험과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원생들…그들에게 방학은 없다
 

▲공학동 실험실 내부,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원생들. ⓒ2011 HelloDD.com

5500명에 달하는 대학원생들은 방학도 잊은 채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맡은 프로젝트를 완수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실험실 여기저기 기구와 시약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복도에서는 실험기계가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다.

연구실 내부로 들어서자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원생들로 번잡한 분위기다. 밀폐된 실험실에서 연구 삼매경인 대학원생들은 Sweet Carnival 요원들의 방문 소리에 잠시 시선을 돌릴 뿐 이내 연구를 계속한다.

에어콘을 켜지 않은 실험실도 있다. 행사 요원들은 업무에 방해될까봐 사탕만 전달하고 서둘러 랩을 나온다. 맹수연 씨의 목소리도 이때 만큼은 작아진다. "이전에는 어느 한 곳에 자리잡고 행사를 진행했는데 호응이 별로였어요. 대학원생들은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좀체 나오지를 않아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랩을 돌기로 결정했죠. 어제와 오늘 원생들과 교수님들에게 정말 많은 사탕을 나눠주고 스위트 워즈(Sweet Words)를 교환했어요. 이런 행사를 통해 원총과 원생들 사이가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애교심도 고취시킬 수 있어 좋아요."
 

▲대학원생들이 실험실을 깜짝 방문한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고 인증샷에도 적극적이다. ⓒ2011 HelloDD.com

시종일관 웃는 얼굴의 맹수연 씨. 이틀동안 오후 1시부터 7시가 넘는 시각까지 불편한 차림으로 강행군이다. 그녀와 함께 웃음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나선 학부생들도 명랑함과 발랄함으로 일조했다.

"원총은 매달 학생들과 함께 할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다음 달 14일에는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질 예정이에요. 8월에는 족구, 탁구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있구요. 맥주도 공짜로 드리니까 많이 보러오세요."
 

▲Sweet Carnival을 이끈 대학원 총학생회 임원들과 학부생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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