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 "무조건 수용하라"…서 총장 "이사회 보고 먼저"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로 촉발된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 구성원들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KAIST 교수협의회(회장 경종민·교협)는 31일 서남표 총장이 KAIST 비상혁신위원회의 의결 사항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실행하겠다는 입장을 비판하고, 비상혁신위에서 도출된 합의 사항을 즉시 이행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협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4월 14일 교수협은 서 총장과 함께 혁신위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고, 총장은 교수와 학생, 보직자 대표로 구성된 혁신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즉시 실행키로 약속했다"며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1, 2차 의결안을 도출, 총장에게 전달해 즉시 실행을 요구했지만, 이사회 의결을 핑계로 실행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의결안 중 등록금 문제를 제외한 많은 안들이 시행 당초에 총장이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았던 사항이었다"며 "지금도 이사회 승인 없이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즉시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506명의 회원 가운데 324명(위임장 170명, 참석 154명)의 교수가 참가한 이날 총회는 서 총장의 행동에 불신을 표한 몇몇 교수들이 퇴임을 주장하는 등 강경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서는 111명 찬성 15명 기권, 170명 위임장 전달로 과반수 채택됐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총회 뒤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구성원들이 어떻게든 결론이 빨리 나길 바라고 있는 시점에 이사회로 모든 결정을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물론 나왔지만 오늘 성명서는 의결안을 즉시 시행해 줄 것으로 요구하는 수준의 성명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성명서 내용이 약하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 회장은 "서 총장이 이사회에 가져간 안이 부결된다면 그 책임은 서 총장이 져야한다. 이사회에 모든 것을 넘기지 말고 서 총장이 이사회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만약 몇 차례에 걸쳐 발표된 의결안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강하게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럴 경우 퇴임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 부인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3차 의결안이 이번 주중에 나올 예정이고, 최종안은 내달 말 정도에 나올 것 같다. 1, 2, 3차 의결안의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총장은 30일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면 위원회에서 최종보고서를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제출한 후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혁신위 구성 합의안 조항에 있는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 최종보고서를 KAIST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즉시 보고한다'는 합의 내용에 따른 해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 회장은 "주체는 서 총장이 아니다. 보고는 혁신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많은 기자들이 모인 KAIST 교수협의회 총회.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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