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6월 대전으로 온뒤 4년여 간 ....3배 성장 일궈

"대덕밸리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몸은 떠나도 대전 사랑은 계속할 것 입니다." 지난 98년 6월29일 충청은행을 접수하러 '점령군'으로 내려온 '천진석 충청하나은행 대표'가 4년 가까운 대전생활을 접으며 밝힌 각오이다.

4년의 세월 동안 충청하나은행과 지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충청하나은행은 인수 첫 해인 98년 말 수신 1조9천억원,여신 1조원으로 시장 점유비율 12%의 성적이었다.

이를 4년 만에 2001년 말 수신 6조원에 여신 3조원, 시장점유비율 25.6%, 4백억원 흑자의 초우량 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 98년 충청은행 합병당시 점포는 1백7개, 직원은 1천3백56명이었다.

수신고가 3배 가까이 늘어난 지금의 점포수는 72개에 직원은 6백50명 정도. 그야말로 경이적인 발전이라고 볼수 있을 정도다. "생산성이 4배는 늘었습니다." 이러한 성적을 달성하기 위해 천 대표는 휴일도 없이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노력보다도 직원들의 고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직원들한테 돌린다.

그는 "벤처기업이 밤늦게까지 일한다지만 충청하나은행 직원들의 '혹사'당하는 수준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급성장의 비결을 묻자 "그런 것은 없다"며 손사래를 치면서 밝힌 것은 '윤리 경영'과 '투명경영'. 시간, 돈, 인간 관계, 비지니스 등 모든 면에서 윤리적으로 옳고 투명하게 하니 시간은 좀 걸리지만 직원들이 믿고 따르면서 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돈만 추구하는 은행이 아니라 기업시민으로서 투명하고 좋은 일을 하니 돈도 더 벌리게 됐다고 밝힌다. 그의 말처럼 충청하나은행은 지역의 대소사에 약방 감초격 으로 참가하는 등 지역밀착 경영을 해왔다.

대덕밸리의 가능성을 알고 지역벤처기업들 행사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고 과학자와 지역민간의 네트워크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또 환경 미화원, 택시기사, 시민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실시키도 했다. 이들이 세계의 흐름을 알아야 지역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천 전대표 스스로는 대전에 있는 이방인들인 각급 기관장들을 만나 타향살이를 위로하며 '대전'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런 연유로 서울에 올라가서도 대전근무를 경험이 있는 '동향인'들을 만나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천대표의 대덕밸리 사랑은 사실 유별나다. 대덕연구단지와 벤처기업들과 관련된 일에는 팔을 걷어부치고 지원했다.

벤처연합회 이경수 회장은 "대덕밸리 공동채용,마라톤대회,신년회 및 송년회, 실리콘밸리 세일즈 및 마케팅전 등등 많은 행사가 충청하나은행의 도움으로 진행됐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벤처연합회에서는 천대표의 상경을 아쉬워하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름하여 '飮水思源'패. 물을 마시며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한다는 뜻으로 대덕밸리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는 연구단지와 벤처기업, 정부기관,군 등 대전이 지닌 자원의 네트워크를 못하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한다. "기업이 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애국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는 하나증권 사장으로 내정돼 충청하나은행 대표직을 떠나게 됐다. 정들었던 충청하나은행을 떠나면서도 '대덕밸리 사랑'을 약속했다.

"자리는 바뀌어도 서울에서도 변함없이 대전사람으로 대덕밸리인들과 함께 호흡할 것입니다.특히 대덕밸리 기업들의 코스닥 등록 등 필요한 일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점령군으로 위세를 부리기 보다 눈높이를 낮춰 '지역민'으로 행동한 천대표는 그만큼 오래 지역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라는게 주변 사람들의 평가이다.

 

한편 충청하나은행은 27일 천진석 전대표의 후임인 최성호(崔成鎬.52) 신임 대표에 대한 취임식을 가졌다. 최 대표는 취임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큰 일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임 최 대표는 대전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투자금융㈜ 기획조사부장, 보람은행 삼성동지점장 및 이사대우 등을 거쳐 1999년 2월부터 충청하나은행 본부장으로 일해 왔다.

다음은 천 전대표와의 일문일답

-기분이 어떤가. "한가지가 아쉽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다면...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분이 많다. 조금더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 최대표가 잘 할 것이라고 본다."

-기업여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 신용이다.

사람됨됨이가 가장 중요하다.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해주면 누가 못하나.지금의 은행 관행은 사람을 보고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담보를 보고 빌려주는 것이다.이런 것은 의미가 없다."

-기업인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투명한 경영이다. 가장 중요하다. 비즈니스에서 투명성은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매출제대로 신고를 하고 세금 제대로 내는 태도가 중요하다. 윤리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충청하나은행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투명성이다. 그동안 나부터 투명해지려 노력했다.

단언하건데 4년동안 봉투한번 받은 적이 없다.인사,대출 등 모든면에서 투명하게 진행하려했다. 충청하나은행이 인정받은 것도 이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그동안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스톡옵션 등으로 4년 동안 7-8억 벌었다. 돈이 많은 것이 좋지만은 않다.적당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남기고 싶은 말은. "네트워킹의 시대다. 부족한 부분은 이것으로 채워야 한다. 몸은 서울로 가지만 마음은 대전에 있을 것이다.

후임 최대표가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 천전대표는 인터뷰를 마친 다음 전화를 걸어 이말을 한마디 꼭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대덕밸리는 아직도 새싹이다. 그런 만큼 기업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기업인들에게 기를 살릴수 있는 일을 해주자"

대담 이석봉 대덕넷 대표, 정리 구남평 기자 flint70@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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