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한자리, 한필순 전 소장 영상 메시지
지난 31일 故 서경수 박사 헌화식도 가져

"나라를 빼앗기는 것만 식민지가 아니라 과학기술도 종속되거나 예속되면 식민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원자력 기술 수출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과학기술은 특성상 금방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투자해야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자들을 신뢰하고 인정해 주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자립의 대부로 손꼽히는 한필순 전 원자력연구소 소장은 영상을 통해 이번 원전 수출을 축하하고 과학자들을 위한 배려를 당부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이사장 강계두)는 7일 오전 11시 대한민국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과 연구용 원자로 요르단 수출을 자축하며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축하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어 참석하지 못한 한필순 전 원자력연구소 소장의 축하 영상으로 시작됐다. 원로 과학자들은 한 소장의 영상 메시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장인순 전 소장도 축사에 앞서 한필순 전 소장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축사에서 "UAE 원전 수출은 우리나라가 기술 종속국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됨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원자력인으로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정과 애국심으로 기술 자립에 기여한 모든 과학인들과 당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관계자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강계두 이사장은 '대덕특구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다짐'의 결의문을 낭독하고 "제 1의 CDMA, 제2의 원전수출과 같이 과학기술 경쟁력이 기반이 돼 이룬 쾌거의 여세를 몰아 제3, 4의 성공모델도 창출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 후 만찬자리에서도 원로 과학자들의 감동은 이어졌다. 한필순 전 소장과 함께 원자력 기술 자립의 산 증인인 남장수 원자력학회 사무총장은 "당시 많은 과학자들이 외국의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원자력 기술 자립을 위한 사명감으로 헌신적인 기여를 했기에 오늘의 결과가 있게 된 것"이라며 "한 소장님의 일관된 기술자립이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30년전 우리나라 계통설계 1인자로 참여했던 김병구 박사는 "그때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풍요로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꿈을 가지고 연구에 전념했었다"면서 "지금 이 결과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인석 박사, 전풍일 박사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오늘의 성과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면서 "과학기술인들의 활동을 지켜 봐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원자력 원로들 故 서경수 박사 헌화식도 가져
 

▲이번 원전 수출을 기념하며 원전 기술 자립화 연구 중 순직한 故 서경수 박사를 위한 헌화식을 가졌다(사진 왼쪽부터 한필수 박사, 남장수 사무총장, 장인순 전 소장, 장문희 박사, 서인석 박사, 김병구 박사, 한봉오 부장). ⓒ2010 HelloDD.com

이날 행사에 앞서 지난 12월 31일에는 원로 과학자와 유성문화원 주최로 원자력 기술 자립을 위해 연구에 전념하다 순직한 고 서병수 박사를 위한 원전 수출 축하 헌화식이 있었다.

1988년 연구 중 순직한 서 박사를 기리기 위해 당시 한필순 소장이 연구소내에 동산을 조성하고 흉상을 세워 후배 연구원들의 귀감이 되도록 했다. 헌화식에 참석한 원로과학자들에 따르면 서 박사는 중수로 핵연료 개발 후 실험을 위해 김병구 박사와 함께 캐나다 출장을 담당했다.

그는 떠나면서 "내가 성공하지 못하면 태평양 바다에 빠져 죽겠다"고 말할 정도로 기술 자립을 위한 의지가 강했다. 또 위암으로 수술 후에도 연구에 전념해 후배들에게는 연구소 영웅으로 기억된다. 특히 호탕한 성격으로 연구원들에게 연구 의지를 불어 넣어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서 박사와 동고동락했던 장인순 전 소장을 비롯한 원로 과학자들은 "당시 서 박사의 희생에 대해 정부에서는 어떤 보상도 없었다"면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한편 원전 기술 축하 행사에는 장인순 전 소장,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양명승 원자력연구원 원장, 장상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등 2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참석자 명단 장인순 대덕클럽 회장, 송인동 대전광역시 정무부시장,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장순흥 KAIST 부총장, 신성철 KAIST 석좌교수,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상천 한국기계연구원장, 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권명상 안전성평가연구소장,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장상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진동규 유성구청장, 김영식 국립중앙과학관장, 문유현 연구개발인력교육원장, 남장수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 이상민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조규중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임채환 대덕이업종교류회장, 안종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이정순 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요르단 원자로 및 UAE 원전 수출 축하행사에서 원자로 수출에 많은 기여를 한 기관장
및 주요인사들이 시루떡 컷팅을 하고 있다.
ⓒ2010 HelloDD.com
◆다짐문 대덕특구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우리의 다짐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의 원천이고 국가경쟁력의 뿌리이다. ‘한국형 원전의 UAE(아랍에미리트) 최초 수출’이라는 국가적 경사는 원천 과학기술경쟁력이 기반이 되어 이룬 쾌거라 할 수 있다. 특히 대덕특구는 이번 UAE 원전수출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70년대의 원자로 국산화 설계를 비롯하여 CDMA, 와이브로, 아리랑 위성 등 국가 핵심 과학기술의 중심으로서 30여년간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데 우리는 매우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하겠다. 이제 우리는 이번 원전수출을 계기로 다시금 우리의 역량에 박차를 가하여 더 큰 성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겠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우리 대덕특구는 과학기술입국 의지를 되새기는 한편, 정부와 국민에 우리의 결의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대덕특구인의 다짐> 첫째, 우리 대덕특구인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5만달러 시대를 여는 주역임을 자임한다. 오늘의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이끌고 나아가 과학기술중심사회의 조기실현과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둘째,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축적된 우리나라 최대의 과학기술 메카로써 우리의 역량을 시장에 연계해 실질적인 국부를 창출하고 그 성과를 전국에 확산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셋째, 우리는 오늘 한국형 원전 수출 축하의 자리를 빌어 연구소, 산업계, 대학의 주체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국가 과학기술 사업화 성공과 제2, 제3의 과학기술의 세계화 성공모델 창출을 위해 일치 단결하여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2010년 1월 7일 대덕연구개발특구 입주기관 대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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