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평균수명도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매년, 혹은 2년마다 직장인은 모두 의무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망률 2위, 3위를 차지하는 뇌혈관 질환과 심장 질환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어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식생활의 개선, 생활 습관 개선 등이 포함되지만 무엇보다도 뇌혈관 및 심장 질환과 관련이 있는 지표를 기준으로 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로는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있다.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완기 혈압 으로 나누어 표기하는데 단위는 mmHg(밀리미터오브머큐리) 이다. 이 혈압이 20/10 증가하면 심혈관계 위험도가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축기 혈압이 높아도 문제고 이완기 혈압이 높아도 문제며 이완기 혈압이 높은 경우가 통상 더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고혈압으로 판정하는 기준은 얼마나 될까? 고혈압의 판단 기준을 미국이나 유럽은 평균 4년마다 갱신해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3년에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의 국립 심장, 폐, 혈액 연구소(NHLBI) 국가 합동위원회(JNC)가 발간한 7차 보고서에 권장치가 나와 있다. 그 동안의 경과를 보면, 1962년에는 160/95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했으나 1997년 6차 보고서에서는 이를 더 낮추어 140/90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했다.

6년 만에 나온 7차 보고서에서는 이를 더 낮추어 130/85 이하를 정상으로 분류하고, 130/85에서 139/89 사이는 고혈압 전단계로 새로이 분류하면서 심뇌혈관 질환에 유의할 것을 권장했다. 참고로 고혈압 1기에 해당하는 혈압 범위는 140/90에서 159/99 사이이고, 고혈압 2기는 160/100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6차 보고서의 기준을 적용한 2002년에는 한국인의 84.2 %가 정상이었으나 기준을 바꾸어 적용한 2004년도에는 49.7 % 만이 정상이고 고혈압 전단계가 34.6 %, 1기가 13.4 %, 2기가 2.3 %로 나타났다. 기준치가 바뀌자 하루아침에 국민의 반이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미국이 고혈압 판정 기준을 바꾸게 된 원인은 115/75 의 혈압을 나타내는 사람들 중에서도 심장병, 뇌졸중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인과 한국인의 판정 기준이 같을까? 한국인의 고혈압 판정 참조표준은 과연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불행히도 이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참조표준이 없는 상태이다. 경동맥 내중막 두께를 기준으로 한 심뇌혈관 질환 위험성 판정 기준을 보면 미국은 1 mm 이지만 한국은 0.7 mm가 적절하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당뇨병의 판정기준을 보아도 미국은 공복 혈당치 126 mg/dl 이상을 기준으로 하지만 2004년 대한당뇨학회에서는 한국인의 경우 이를 110 mg/dl 로 낮춰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보면 한국인에 맞는 참조표준의 개발이 국민의 건강관리에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심장질환과 연관이 있는 또 다른 지표로서 콜레스테롤이 있다.

혈액 중의 총 콜레스테롤 함량을 기준으로 할 때 정상은 200 ml/dl 이하, 경계는 200-239 ml/dl, 환자는 240 ml/dl 이상이다. 2004년 한국인 분석 결과를 보면 정상군이 52 %, 경계군이 36 %, 환자군이 12 % 로서 국민의 반 이상이 콜레스테롤 위험군에 속한다. 만약 한국인의 혈중 콜레스테롤 참조표준이 이보다 더 낮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만큼 경각심을 갖게 되므로 콜레스테롤로 인한 심장질환이나 기타 질환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총 콜레스테롤 함량이 10% 감소하면 심장병 사망률이 15 %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행하게도 혈압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에 대한 참조표준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국인들보다 높을 것으로 짐작되는 미국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위험에 더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된다.

2007년 한국인 사망 원인 3위가 심장질환이라는 통계를 보면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동맥경화학회는 건강보험 규정에서 고지혈증 치료제 투여 여부가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기준으로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 시점 기준치도 높게 돼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학회는 또한 고밀도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 함량을 나누어 기준 값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몸에 유익한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권고치인 40 ㎎/dl 보다 낮은 사람이 3분의 1을 넘는다. 권고치 이하가 되면 심장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안 좋은 저밀도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음'으로 분류되는 기준치인 160 ㎎/dl 이상인 경우는 10 % 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밀도와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따로 구분해 예방이나 치료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권고치 이상으로 높이는 적극적 치료가 절실하다. 그러나 건강보험 규정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학회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정상 기준을 종전 100 ㎎/dl 미만에서 70 ㎎/dl 미만으로 내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과연 어느 정도가 가장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기준이 없다.

한국인의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가 10년마다 10 mg/dl씩 높아지고 있는 현 실정을 고려하면 한국인에 맞는 정확한 콜레스테롤 함량 참조표준이 서둘러 제정되어야 국민들의 심장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적인 참조표준 사업이 필요한 이유를 여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참고>콜레스테롤 판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총 콜레스테롤 함량 기준 정상 : 200 ml/dl 미만, 경계 : 200 ~ 239 ml/dl 사이, 위험 : 240 ml/dl 이상 2) 고밀도 콜레스테롤 함량 기준(HDL, 좋은 콜레스테롤) 정상 : 60 이상 (심장병 위험을 낮춤) 낮음 : 남자는 40 이하, 여자는 50 이하 (심장병 위험이 있음) 3) 저밀도 콜레스테롤 함량 기준(LDL, 나쁜 콜레스테롤) 정상 : 100 이하 정상에 가깝거나 정상 바로 위 : 100~129 경계치로 높음 : 130~159 높음 : 16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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