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 실체 밝힐 범 분야 연구단 구성 의지 밝혀

최근 한의학계가 흥분해 있다. 한의학의 근간이면서 서양의학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어오던 ‘경락(經絡)’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은 한 과학자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소광섭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62). 물리학 전공자이지만 한의학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소 교수가 한의계를 흥분하게 하는 것은 한의학 치료의 기본이 되는 ‘경락’의 실체에 대해 기존과는 달리 과학적으로 접근하였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인체의 혈과 기를 운행시키는 경락은 인체의 모든 장부 기관을 포함한 모든 조직이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통일체로 구성되었다고 보고 치료를 해오고 있다. 소 교수의 연구결과는 ‘봉한학설’에서 시작됐다. 봉한학설이란 1960년대 북한의 의학자 김봉한 선생이 주장한 것으로 우리 인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의 순환(심혈관)과 외부침입자를 감시하는 면역세포의 순환(림프계)외에 새로운 제3의 순환계(봉한관)가 존재한다고 하는 학설이다.

물론 서양의학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한의학적으로 연관된 혈에서 장기로 실제 물질이 이동하는 것을 관측해 혈과 장기 사이에 실제 이동통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봉한학설을 입증하는데 한발짝 다가선 것으로 한의계는 보고 있다.

현대의학으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던 경락체계와 침술의 효과가 제3의 순환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한의계에서는 소 교수의 연구결과가 한의학의 기반이 되는 경락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환영하고 있다.

침술이 경험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확실하지만 피부에 놓은 침이 장기에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이번 결과는 이런 침술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소 교수의 연구결과는 한의학계의 기반이 되는 경락의 실체에 대해 한발짝 더 다가섰으며 특정 약물 전달 경로를 확보해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기존의 질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한의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의학 실체 밝힌 범 분야 연구단 구성 시급"

3평 남짓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소 교수는 수십 년 간 책상 하나만 사용할 정도로 검소함이 묻어났다. 일행이 방문하는 시간에도 대학원생들이 분주하게 연구실을 오가는 것을 보면서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 교수가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80년대 부터다. 그는 99년 한의물리연구실을 출범시키면서 경락을 통한 한의학의 실체 규명에 주력해 왔다. 그가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그의 가족관계에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의 동생은 지금은 개원했지만 최근까지 세명대 한의대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소 교수는 기자가 묻기도 전에 자신의 근황을 설명했다. 그는 북한 평양의대 김봉한 교수가 '몸 안에 또 다른 순환계가 있다'고 주장한 봉한학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지난 11월 세상에 처음으로 내 놓은 뒤 후속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 교수는 "이제부터 경락의 실체성을 확립하는 단계에 돌입했다"면서 "한의학 연구의 국가거점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을 비롯해 BT와 IT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경혈·경락의 실체에 바탕을 둔 연구단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 교수는 "경락의 실체가 한의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 실험실의 노하우와 지식을 각 분야 전문가들과 공유하여 적극적인 연구협력 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가령 생물학 분야에서는 조혈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혈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연구팀과 협력해 원리를 규명해 내는 방식을 포함하는 등 이제는 물리학부 뿐만 아니라 경락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조직이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 교수가 크게 염두에 두고 있는 분야는 조혈을 비롯한 면역기능, 통증제어 기능, 암 등의 분야.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연구팀을 구성, 한의학의 실체를 규명해 나갈 생각이다.

소 교수는 "침구의 효과가 서양의학에서 일부 인정되고 있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면역 분야는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실험과정에서 조사를 해본 결과 '면역관련 세포의 이동과 활동에 경락이 주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의학 발전하려면 각계 분야 기초 과학자들 참여시켜야"

"기초분야 과학자들에게 한의학계 연구를 참여할 수 있는 장(場)을 펼쳐야 합니다. 한의학의 원리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은 한의계도 나서야겠지만 그것은 결국 기초 과학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소 교수는 한의학계 발전을 위해 과학적 원리와 한의학의 결합을 피력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바이오 이미징 연구팀원 80여명이 물리학·화학·생물학 분야에서 3분의 1씩 골고루 구성된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소 교수는 "서양의학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의학자들이 아니라 기초과학자라는 것을 한의계는 인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의학의 원리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은 기초 과학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계가 각 분야 과학자들에게 참여의 장을 마련해야만 한의학의 과학화가 마련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의계의 교육과 연구시스템에도 조언을 했다. 교육에서부터 기초과학에 역점을 둔 한의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한의대 자체에 한의학물리라든가 한의생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 학문이 한의학 교육에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 교수는 "한의학을 과학의 여러 각도에서 봐야 현대과학과 결합된 최첨단 한의학을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된다"며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경험의학이며 예방의학이라는 식으로 피해 간다면 한의학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EBM만 집중하면 한의학은 서양의학의 영원한 추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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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교수는 또 한의학의 연구 방법론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특히 그는 서양의학의 기본이 되는 EBM(Evidence Based Medicine)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를 한의학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제언했다. 수 천 년 전해내려 오는 한의학을 불과 100년 남짓한 서양의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양의학적인 방법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 한의학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소 교수는 "주관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EBM이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처럼 경락과 경혈·기 등의 실체가 밝혀지면 EBM은 가치가 없게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맹목적으로 EBM 중심으로만 연구하다 보면 결국 한의학은 서양의학의 영원한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뒤 서양에서 일부 한의학 연구를 배우는 징조도 있다고 밝힌 뒤 "지금도 일부에서 서양의학의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는 서양의 보완대체의학연구소나 병원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한의학 연구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연구하는 방식을 보면 항상 서양 스타일로 따라가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만 진행하면 언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한의학 과학화 연구는 한의학의 실체를 규명하는 접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학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과학 보물"

"한의학의 역사는 아시다시피 수 천 년입니다.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의학 아닙니까. 당연히 한의학에는 엄청난 생물학적, 의학적 진리가 있습니다. 이것을 캐낼 연구역량을 하루 빨리 마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소 교수는 한의학에 대한 확신에 차있다.

그는 비록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한의학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 보물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리고 경험의학인 한의학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의학이 경험의학이기 때문에 서양의학의 공격을 받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유리한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서양의학과는 달리 한의학은 이미 우리 온 국민이 어느 정도 효과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의학이 서양의학을 기반으로 천연물질을 연구하는 분야보다 상당히 유리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약침을 예로 들었다. 서양인들은 약침을 놓는다면 FDA 승인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10년, 혹은 2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일반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소 교수는 말한다.

소 교수는 바로 이 점이 경락·경혈 실체 연구의 필요성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어느 경로를 통해서 약물이 간다'는 연구를 통해 원리를 밝히면 전 세계 의학계가 금방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 교수는 한의학이 국가 성장엔진으로 주목을 받으려면 결국 한의학계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치료 기술을 보유하고 그 실체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서양 사람들도 침을 잘 놓는데 한국으로 과연 침 맞으러 오겠냐"며 "한의학이 발전하려면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기본 원리부터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침술이 어떻게 효과있는가를 보여줘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 교수는 "봉한학설의 규명은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영원한 2등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락의 원리와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우선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임상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하루 빨리 연구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연구의 중심에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되는 것이 한의학과 한의학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소광섭 교수는? 학력 1964-1968 서울대학교 물리학 학사    미국캔자스대학교대학원 물리학 석사 1971-1974 미국브라운대학교대학원 물리학 박사 경력 1979.05-1984.05 서울대 사범대 물리교육과 조교수 1984.05-2000.01 서울대 사범대 물리교육과 부교수,교수 1996.03-1998.02 서울대 사범대 교무담당 부학장 2000.02-[現]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학부 교수 2007. -[現] 한국정신과학학회 부회장 2003. 04 제36회 과학의 날 과학기술포장 저서 - 물리학과 대승기신론, 서울대출판부,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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