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창규 한국위험통제학회장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해안 지역에 있는 기름들은 대충 제거가 되었다고 하니 매우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5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 인력이 말 그대로 기적과 같은 일을 이루어 낸 것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연말연시 휴가를 대신해서 추운 겨울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만약에 이런 분들의 고귀한 봉사정신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이다. 많은 정부 조직이 관련되어 있을 터인데 과문한 탓인지 자원봉사자들이 무엇을 했다는 보도만 보았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엇을 했다는 보도는 접하지 못했다. 정확하게 사고 경위도 밝혀지지 않은 것 같고, 누구의 잘못으로 인해서 이러한 사고가 났는지도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사고의 원인이나 경위를 밝히고 나면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적으로 주민의 생계나 지원에 관한 부분만이라도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 주민은 말 그대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아닌 말로 날 벼락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증명을 피해주민이 해야 한다니 이것 또한 이상하다. 조금이라도 기름 오염의 휴유증을 줄이기 위해서 밤낮으로 노력하는 주민들이 자기들이 얼마의 피해를 입었는지를 증명까지 해야 하니 참으로 딱하기가 그지없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의 세금 징수 현황 등을 참고로 해서 우선 배상을 하고 추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소득에 대한 것만 신고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행정력이 낭비되었고, 우리나라의 환경이 많이 오염되었기 때문에 별도의 보상을 청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몇 년 전에 유사한 기름 유출 사고가 여수 앞 바다에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사고 관리에 관한 일이 일사분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사고가 난 이후의 관리에 대한 명확하고 실질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사고가 나기 얼마 전에 기름 유출 사고에 관한 방재 훈련이 있었다는데 이런 훈련이 이번 태안 사태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사고 매뉴얼이 없었고, 또한 훈련도 형식적으로 흐른데 있다고 본다. 이번 태안 앞 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전체의 비상방재 시스템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태풍, 홍수, 가뭄 등의 자연 재해뿐만 아니라 국가 인프라에 해당하는 철도, 통신, 전기, 항공 등에 대한 인공 재해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사고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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