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과기부장관 10일 카이스트서 특강

"전국 16개 과학고 1천3백명의 우수한 과학영재들이 썩고 있다. 나라에서 한 푼도 금전적 지원도, 각별한 애정이나 관심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과학교육을 교육부에만 맡길 순 없다."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오전 11시 카이스트 태을관 미래홀을 가득 메운 3백여명의 교수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해서는 영재교육, 과학자들의 자각, 정치권의 관념론 타파, 문화생활을 통한 창조적 상상력 함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장관은 이날 카이스트에 이어 충남대에서 강연을 계속했다.

◆ 다음은 김영환 장관의 주요 강의내용

조선시대 이율곡 선생이 10만양병설을 주장했듯이 과학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과학교육이 내실있게 되는지, 교사의 수준이나 애로사항은 어떤지 등을 살피는 과학기술교육부가 되겠다.

과학·이학 등 분야의 국제대회에서 우리 학생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만 정작 흥미는 국제적으로 하위권이다. 암기식 교육이나 대학입시의 중압감, 과학자의 사회적 지위 저하 등이 그 요인이며 이를 없앨 수 있는 정부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유성우(雨)가 내리는 곳 등을 찾는 것을 볼 때 과학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자들이 자각하고 일어서서 과학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국민의 안위나 행복에 관계없는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이 나라의 행정·정치 분야의 '관념론'도 문제다. 내버려 둬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실사구시적, 과학적인 사고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문화생활의 향유를 통한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시를 써서, 연극을 해서, 국악공연을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든 나라다. 이래서는 창조적 상상력을 키울 수 없다. 때문에 '10×10×10(텐텐텐 운동)'을 시작했다. 1년에 10권의 책을 읽고, 10번 공연장을 가고, 10번 전시회를 가자는 문화소비증진 운동이다. 이를 통해 지식보다 창조적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카이스트에도 건물 벽 등에 멋들어진 그림도 붙여놓아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세계적인 과학자가 나오겠는가.

상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성 회복이다. 빌게이츠와 정신박약아가 배를 타고 가나 조난을 당해 뗏목에 매달려 있다고 가정해 보자. 누구를 살려야 할 것인가? 우리사회는 주저없이 빌게이츠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숭고하고 위대한 가치는 빌게이츠가 정신박약아를 살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가 윈도우나 엑셀을 만드는 것보다 정신박약아를 살릴 줄 아는 숭고한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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