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이래 첫 'Open KAIST'...지역밀착 신호탄

"형들은 놀지 않고 매일 공부만 하죠. 지겹겠다!"

16일 오후 1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동. 엄마의 손을 잡고 생전 처음 KAIST에 온 김희철군(7)은 모든 것들이 낯선지 삼촌 뻘 되는 KAIST 학생에게 연신 질문을 던졌다.

바로 옆 열전달제어기술 연구실. 짧은 머리에 홍조빛의 얼굴을 띤 몇몇 학생들은 KAIST 형들이 열전도 측정기에 대해 설명하자 '어떤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열이 전달되는 않는 물체는 측정할 수 없는가' 등 제법 깊은 질문을 쏟아냈다.

기계공학동에서 단연 인기를 끈 곳은 레이저를 볼 수 있는 '간섭계 실험실'. 연구실이 문이 닫히고 불이 꺼지자 빨간빛의 레이저가 발사돼 흰종이에 형상이 맺어졌고 학생들은 '와~ ~, 레이저다!'하며 탄성을 질렀다. 충남과학고 김성중군(17)은 "책이나 영화에서 레이저를 봤을 뿐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라며 카이스트 학생들의 간단한 실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한국 과학기술교육의 사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교 30주년을 맞아 대전시민에게 한발짝 다가서고자 'Open KAIST'행사를 가졌다.

그동안 KAIST는 대전에 있으면서도 일반인들이 다가서기엔 먼 대상이었다. 일명 천재로 불리는 학생들만이 다니는 '특별한 학교'로 여겨졌고 그들만의 생활에 갇혀 있는 곳으로 치부돼 왔다. 또한 대전시민들과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일반인들에게 '닫혀진 창'을 걷어내고 먼저 한걸음을 내딛고 다가섰다.

이날 KAIST를 찾은 방문객은 총 1천5백여명. KAIST가 지난 89년 대전으로 이전한 뒤 이처럼 대대적인 오픈행사를 한 것은 개교이래 처음이다. KAIST를 방문한 사람은 초등학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엄마의 손을 잡고 온 6살 남짓의 유아들도 곳곳에서 눈에 뗬다. 유성구 어은동 박민자 주부는 "이웃에 살면서 왠지 낯설고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으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말끔히 해소하게 됐다"면서 "종종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놀려 오겠다"고 말했다. 방문객 중에는 타지에서 올라온 학생들과 일반인이 포함돼 있어 KAIST의 인기를 실감했다.

내년이면 새내기 KAIST 학생이 될 김부기군(전남과학고·18)은 "어릴때부터 KAIST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 1차 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면서 "앞으로의 대학생활과 선배형들의 모습을 미리 보기 위해 친구들과 멀리서 왔다"고 설명했다.

또 전남과학고에 재학중인 딸과 함께 방문한 주숙희씨(전남 해남군)는 "말로만 듣던 KAIST에 와 보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딸도 이곳에 진학해 우수한 여성과학자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며 딸을 격려했다.

변동중학교 이상헌군(15)은 공기역학 실험실을 둘러본 뒤 "우주선을 개발하는 항공우주과학자가 장래의 꿈"이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KAIST에 꼭 진학하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인근 태울관 1층 대강당에는 우리별 1호 개발의 주역인 최순달 박사의 특강이 있었다. 특강이 열린 대강당에는 KAIST 실험실을 둘러보고 이곳을 찾은 초중고학생들로 5백여석이 넘는 자리가 꽉 찰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최 박사는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특강을 통해 "선진국가들이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우주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인류의 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지적한 뒤 "수많은 은하계에서 생명력이 존재하는 유일한 곳인 지구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순수한 우리기술로 쏟아올린 우리별 위성의 성공적인 발사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오는 2015년까지 세계 10대 우주개발국가 진입을 목표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여러분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우주개발의 주역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KAIST 기계공학과 양동렬 교수는 "미래의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서고자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 연례적인 행사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의 강의 이후에는 카이스트 댄스 동아리 '일루션'의 댄스 시범이 이어졌다. 관저초등 4학년 박기원군은 "카이스트 형 들은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춤을 추기도 하는 것으로 보고 놀랬다"면서 "나중에 나도 카이스트에 입학해 공부도 하고 특별활동도 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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