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잃고 허탈감 휩싸여...'더 지켜보자' 의견도 봇물

'충격이다. 할 말을 잃었다.' '이제 외국 출장도 못나가겠다. 국제적 망신이다.' '허탈하고, 너무 황당하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지난 5월 사이언스 논문에 게재한 배아줄기세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언이 터져나오자,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현장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였다.

15일 밤 10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밤 늦도록 연구에 전념하던 생명공학 연구원들은 연구가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다.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언론 보도를 통해 황우석 교수팀의 소식을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허탈감에 빠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연구원들 대부분 이번 황 교수와 관련된 논란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좀 더 객관적인 정보와 황우석 교수의 공식적인 성명이 발표되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신중함을 내비쳤다.

생명공학연구원 P 박사는 "지금까지 황우석 교수에 대한 긍정적인 가정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 혼란스럽기만 하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역사에 남을 한국 과학계의 부끄러운 일"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같은 연구원의 L 박사는 "너무 황당하고 허탈할 뿐"이라며 "앞으로 외국 출장도 못나갈 정도로 한국 과학자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여성과학자 L 박사는 "도저히 과학자로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라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허심탄회했다. 특히 현장의 과학자들은 이번 황 교수에 대한 논문 진위 여부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을 했으면 하는 마음들이다.

미생물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Y 박사는 "황 교수가 완전히 사기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간에 세포를 유실했었을 수도 있고 보관상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관련학과 L 교수는 "아직 황 교수의 연구는 검증받지 못한게 많다"면서 "근본적인 연구방향은 아직도 바람직하며, 중간에서 연구원이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문제니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학자의 연구자세를 되새겨봤으면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덕의 한 연구원 "과학자는 자연의 진리를 밝혀내려는 자세가 확고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왜 과학을 하는가' 한 번 곱씹어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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