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정원 대구시 자치행정주사...이제는 '담장안하기 운동'

"담장을 허문 후 시민들간 단절된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어요." 천정원 대구광역시 자치행정과 행정주사의 말이다. 천 주사는 대구시의 '담장 허물기 운동'을 실질적으로 담당·지원하고 있는 실무자. 그는 담장 허물기 운동이 건물의 담장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 마음의 벽도 허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담장이라는 물리적 시설이 이웃간을 단절시켜 왔는데 담장을 허문 후 서로 터놓고 지내는 인간적인 '정'이 두터워졌다"면서 "대구 시민들의 의식이 밝고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인 담장을 없애고 녹지를 늘림으로써 시민들에게 안정과 휴식을 주고 나아가 마음의 담장까지도 허물게 됐다는 것.

개인의 물리적 공간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되면서 오픈된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담이 없는 관공서는 시민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며, 담이 없는 주택들은 이웃간 왕래를 촉진시켰다.

특히 삼덕동 의암 민속마을의 경우 각 주택의 경계 표시였던 담이 무너짐으로 인해 마을 주민이 하나가 됐다. 이들은 매년 가을마다 미술 및 어린이 축제 등 마을 축제를 펼치며 의리를 과시하고 있다.

천 주사는 "오픈된 공간들이 마을 주민들의 쉼터와 대화장소, 놀이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웃간 다양한 만남과 공유를 통해 마을공동체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고정관념이 문제였다"

담장허물기 운동에도 애로사항은 있었다. 담장을 허물자하니 주민들이 주택을 보호하는 담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것. 주민들은 '멀쩡한 담을 왜 허무느냐', '도둑이 들면 어떻게 하느냐', '사생활은 어떻게 보호하느냐'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일쑤였다.

이에 대구시와 시민단체들은 주민들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홍보작전에 나섰다. 이들은 담을 없애고 조경을 하는 것이 주택의 가치를 상승시키며 오히려 외부침입에 대한 감시가 용이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 시민단체와 대학교수, 공무원들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진실된 마음은 주민들에게 전해졌으며 담장허물기는 급진전됐다.

'담장 허물기 운동'에서 '담장 안하기 운동'으로

"지금까지는 '담장 허물기 운동'이었지만 앞으로는 '담장 안하기 운동'입니다." 천 주사는 담장 허물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감과 동시에 이를 담장안하기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담장 허물기 운동 참여분위기가 점차 확산됨에 따라 신축건물의 경우 아예 담장을 설치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실제로 최근에는 설계 시부터 담장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담장의 설치 및 철거에 따른 자원의 낭비를 막고 새로운 개방형의 열린 건축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천 주사는 "새로 짓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나 공공기관, 학교 등에 대해서는 담장 설치를 하지 않고 녹지공간을 조성할 방침"이라며 "이는 경제적 효율뿐 아니라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관련 설문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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