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먼 미래엔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은 옛 얘기
비대면 원격 진료, 수술 등으로 AI 로봇이 상당부분 대체
존스홉킨스대, 사람 지시 안받는 자율수술로봇도 공개
의료계, "현재는 필수의료 현장에서 상용화하기엔 시기상조"

의료대란이 현실이 되면서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의료대란이 AI와 로봇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대란이 현실이 되면서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의료대란이 AI와 로봇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의료계는 AI와 로봇이 필수의료 현장에서 상용화되어 사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의료대란이 사라지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현장을 지키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이 됐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제때 수술과 진료 등의 필수적인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대란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2000년에는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 시행으로 전국 규모의 의사 파업이 처음 발생했다. 2014년에는 원격 의료를 반대하는 파업,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에는 이번과 같이 의대 정원 확대 등 문제로 의사들의 파업도 있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로봇이 발전한 미래에도 이런 우려는 되풀이 될까. 아마도 의사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 생기는 의료 대란은 재연되지 않거나 재연되더라도 심각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19일 의료계 및 관련 산업계 등에 따르면 AI와 로봇이 결합된 의료체계가 이미 의료 현장에 도입됐고 가까운 미래에는 의사 등 의료인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의 수술로봇은 의사의 움직임을 재현하거나 수술 정확도를 높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AI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는 의사 대신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AI 로봇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로봇 기술이 봉합처럼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아직 외과 전문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인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자율 수술이 현실화 될 경우 높은 정밀도와 반복성을 요구하는 수술에서 의사들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의 업무량이 줄면 그만큼 수술실에서의 집중력이 늘고 그 혜택을 환자가 받는다고 했다.

1999년 원격 로봇 수술 기술을 개발한 권동수 로엔서지컬 대표는 로봇으로 인해 2050년 혹은 더 가까운 미래에는 의료대란이 없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대표는 "의사의 능력을 확장시키고 의사를 도와 어려운 수술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 로봇의 기능"이라며 "실제로 중요한 수술을 로봇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수술 로봇이 발전되면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 수가 줄게 돼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 조금 더 의사를 보낼 수 있고 이에 따라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전문의들이 거주하기 힘든 섬에 로봇을 설치하고 원격으로 수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3000km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수술을 한 사례도 있다.

그는 "의료 로봇은 완전 자율화보다는 특별한 지능을 갖게 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의사를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고 의사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지능적인 로봇 도구를 의사들한테 제공하면 의사들의 능력은 질적으로 높아지고 거리에 따른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의 의사가 한 병원의 환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의료계 현장은 아직 AI와 로봇이 필수의료 현장에서 상용화 돼 사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의료 인력 대체는 시기상조란 평가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의료진을 도와서 정확한 수술과 수술시간 단축, 수술기법 교육 등에 변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직접적으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헌 충남대학교 의공학연구소 부소장은 "AI와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자율주행보다도 더 먼 미래일 것 같다. 의료 분야와 같이 책임 소재가 있는 분야는 완전히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반복적이고 수작업이 필요한 영역에서 점차 인력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대학병원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임상, 교육, 연구의 짐을 덜어주면서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여 환자에게 그 혜택이 전해질 뿐만 아니라 행정, 원무 등 다양한 부서에서 AI와 로봇을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2022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개발한 사람의 지시를 받지 않고도 스스로 수술할 수 있는 '스마트 조직 자율로봇(STAR)'은 어디까지 왔을까. 이 부소장은 "STAR은 환자 대상이 아닌 돼지 모델로 진행했고, 봉합만 수행했기 때문에 로봇에게 상대적으로 쉬운 상황이었다"며 "실제 수술 환경은 훨씬 더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서 지금 기술로는 로봇이 자율로 수술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생성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의료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멀지 않은 미래에 텍스트나 이미지 등을 입력하면 채팅 및 음성으로 의료 전문가 수준의 소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AI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주로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수술은 복잡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 및 판단하고 섬세한 수술기법을 요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AI와 로봇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 부소장은 "최근에 범용인공지능(General AI)과 섬세한 촉감을 인지하는 로봇 손을 탑재한 로봇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수술에도 적용된다면 의료진을 도와서 정확한 수술, 수술 시간의 단축, 교육 등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나아가 직접적으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학의 또 다른 교수는 "수술 로봇은 정밀 도구일 뿐이며,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적절한 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의사에 의존한다"면서 "수술 로봇의 활용은 의료진의 능력을 보완하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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