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병관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과학산업전략본부장의 ‘아주 사소한 과학이야기’
‘과학자의 글쓰기’·‘방탄 독서’저자
질병과 약의 투쟁의 역사

최병관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과학산업전략본부장 ’ ‘과학자의 글쓰기’·‘방탄 독서’저자.[사진= 대덕넷]
최병관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과학산업전략본부장 ’ ‘과학자의 글쓰기’·‘방탄 독서’저자.[사진= 대덕넷]
어떤 질병에 만약 ‘그 약’이 없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금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을 것이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인류 역사를 질병이라는 창과 약이라는 방패의 투쟁의 역사로 보고 있다. 이 책은 많은 국가와 사회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렸던 10가지 질병과 결정적 고비마다 인류를 질병의 위협에서 구한 10가지 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가지 약은 비타민C, 퀴닌, 모르핀, 마취약,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에이즈 치료제 등이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기본적으로 인류 역사를 질병과 약의 투쟁의 역사로 보고 있다. 괴혈병, 말라리아, 매독, 에이즈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역사의 무대에서 날카로운 창처럼 인류를 위협하면 비타민C, 퀴닌, 살바르산과 같은 약이 등장해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필자가 보기에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들이 흥미로우면서도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재미있는 책을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자, 이제부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세계사를 확 바꾼 10가지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의약품의 역사를 살펴보자. 의약품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다양한 기록들과 정황들을 근거로 대략적으로나마 추정할 수 있다. 의약품의 발견과 활용은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인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책은 설명한다. 인류 이전에는 동물들이 주로 사용했다. 그러니 역사가 오래 됐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약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이며, 만약 무인도에 갈 때 단 하나의 약만 가져간다면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 이 책은 이와같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얘기한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의약품 중 가장 오래 사용된 것은 무엇일까? 저자 사토 겐타로가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답은 모르핀(Morphine)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통증에 약하다. 그래서 길거리를 걷다보면 통증 클리닉이 그렇게 많은 걸까?

인류는 가벼운 두통이나 복통만 생겨도 작업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하물며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통증이나 골절 등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인류는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한다.
따라서 진통제만큼 인류가 절박하게 갈구해온 의약품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절박한 요구와 노력의 결과, 인류가 손에 넣은 최강의 진통제가 바로 '모르핀'이기 때문이다.

만약 무인도에 가져갈 약 중 한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망설이게 된다. 저자는 이와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효과 좋은 진통제, 아스피린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한 지병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대다수 사람이 저자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아스피린은 두통, 치통, 위통, 복통에 생리통, 창상, 타박상, 염좌에 골절 등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괴롭히는 갖가지 지긋지긋한 통증에 효과적이다.

특히 아스피린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약이지만 미국인들의 아스피린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아스피린의 3분의 1가량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또 있다. 매독은 많은 사람들의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매독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유럽에서 가발 착용의 유행은 매독으로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을 감추기 위해 시작됐다. 또 매독이 극성을 부리며 르네상스 시대의 문란한 성생활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금욕을 강조하는 청교도 사상이 들불처럼 번겨나갔다.

한발 더 나아가 참다못한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건국으로 이어졌다. 이쯤 되면 매독이 세계사의 흐름에 미친 영향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저자는 마취제를 이야기하면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떠올린다.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연예인이었던 마이클 잭슨은 런던 공연을 앞둔 2009년 6월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마이클 잭슨은 심각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수면제가 듣지 않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였다. 그는 마취약인 프로포폴을 투약했는데 약제 투여후 2분가량 눈을 뗐을 시점에 이미 마이클 잭슨의 호흡이 정지했다고 한다. 

일본의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 사토 겐타로는 제약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 유기화학 분야에 흥미를 느껴 인터넷에 유기화학 관련 글을 썼는데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나서 과학 저널리스트상, 화학 커뮤니케이션상 등을 받았다. 역시 글은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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