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인구가 25년만에 7백50만으로...수입은 1인당 1백배 증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선전(심천). 79년 경제특구 1호로 지정된 이래 국가의 집중적인 투자가 지속되며 현재도 고속질주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열린 '차이나 하이테크 페어 2004'를 계기로 선전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선전 경제기행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시리즈는 上 개혁이 가져온 천지개벽, 中 살아 숨쉬는 덩샤오핑의 눈빛 下 다음 20년-세계 최고 하이테크 집적지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편집자]

경제규모 25년만에 2만5천배 폭등

인구 3만에 불과하던 어촌이 25년만에 인구 7백50만의 대도시로 탈바꿈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1인당 수입이 3만명인 때에 6백위안이던 것이 7백50만명인 때에 6만위안으로 1백배 뛰어올랐다면? 경제 총규모가 1천8백만위안에서 25년만에 4천5백억위안으로 무려 2만5천배가 뛰어오른 셈이 된다.

더군다나 그 도시의 평균 연령은 30세 이하이고,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가깝다면?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 실재하고, 아직도 성장 동력은 튼튼하다.

더군다나 멀리있는 것도 아니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거리로 불과 3시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그 지역은 다름 아닌 중국 경제특구 1호인 선전. 말로만 듣던 선전의 실체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충격의 대상이었다.

선전은 지난 25년간의 초고속성장을 바탕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 됐다. 1989년 천안문 사건은 중국을 둘러싼 환경을 급변시켰다. 외부에서는 인권을 이유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내부에서는 보수파가 개혁과 개방은 중국을 붕괴시킬 트로이의 목마로 여기며 문을 닫아걸 조짐을 보였다.

이때 선전은 보란 듯이 경제성장을 계속하며 개혁개방의 당위성을 몸으로 웅변했다. 1992년 정초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가 출발지가 선전이었고, 이후 경제특구의 학습장으로 자리잡았다.

사회주의 중국의 시장경제 방향타 역할

선전에서 시작된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추상적 구호가 아닌 실체적 성과를 통해 이후 중국 사회의 진로를 제시하는 방향타가 됐다. 오늘날 선전의 모습은 특구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이다. 우선 선전시 거리를 보자.

중심도로는 왕복 10차선 혹은 14차선. 중앙분리대는 녹지로 꾸며졌고, 편도의 주행로는 3차선에서 5차선이다. 여기에 자전거 혹은 완행용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별도의 2차선이 설치돼 차량의 흐름을 원활하게 이끈다. 도로 주변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20층, 30층의 고층 빌딩이다.

건물들은 같은 모양의 것이 하나도 없고, 아파트도 현대식 디자인이다. 가격도 낮지 않아 30평짜리 아파트의 경우 월 임대료가 2백만원 전후이며, 매매가격은 수도권의 분당 수준. 30년전 개혁개방전 어촌이었다는 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숫자상으로도 개혁 성적은 나타난다. 선전은 중국내에서도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한다. 수출입 물동량이 중국내 1위이다. 중국 전체의 7분의 1을 차지한다. 컨테이너 취급 능력은 상하이에 이어 2위이다.

지방재정은 중국 전체의 3위이고, 지역총생산량은 4위이다. 센젠시 관계자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한국의 부산을 젖히고 세계 4위가 됐다고 자랑한다.

황무지를 신천지로,무에서 유를 창조

선전의 기업수는 15만개. 이중 3만9천개는 국내 자본이고, 2만2천개는 해외 자본으로 설 급격히 늘어난 인구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온 젊은 층이 주축이 됐다. 이 때문에 시 전체의 평균 연령은 30세 이하로 젊음을 자랑한다.

이들 젊은이들은 단순 노동력이 아닌 전문인들로 이뤄져있다. 2003년 현재 선전시에 거주하는 전문인력들은 56만5천명.

이를 자세히 보면 국가공훈과학자에 해당하는 아카데미션이 6명에, 15명의 기술사, 5백33명의 국가가 지원하는 전문가, 48명의 중요 연구자, 3만2천명의 석사 학위자, 2천3백명의 박사 학위자, 4천5백명의 귀환 유학생, 6천명의 홍콩 및 마카오 출신의 전문가 등으로 이뤄져있다.

중국에는 특히 유학생의 귀환이 경제성장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데 2003년에만 1천2백명이 선전에 정착한 것으로 통계가 잡히고 있다. 선전시를 보면서 놀라운 것은 인구 통계를 이토록 정확하게 집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도시인 대전도 1백40만의 인구 가운데 몇 명이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중국 선전에 거류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 한 한국인은 "한국의 개혁이 과거사 문제와 언론 등 제도와 행태란 추상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반해 중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황무지를 신천지로 바꾸는 구체성을 띠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 개혁특구 1호인 선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진정한 개혁의 모습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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