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전자 수송층 물질에 수소대신 불소로 바꿔 수분 취약성 풀어
에너지연-UNIST, 500시간 고습도에도 87% 효율 유지
태양전지 효율 24.82%로 기존보다 향상

기존 스파이로 물질 (Spiro-OMeTAD)과 신규 개발된 불소가 도입된 스파이로 물질(Spiro-mF, Spiro-oF)의 화학 구조.<사진= UNIST>
기존 스파이로 물질 (Spiro-OMeTAD)과 신규 개발된 불소가 도입된 스파이로 물질(Spiro-mF, Spiro-oF)의 화학 구조.<사진= UNIST>
국내 공동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의 걸림돌인 수분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능은 오히려 높아지는 정공수송층 물질을 개발, 상용화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김종남)과 UNIST(총장 이용훈) 공동연구팀은 불소를 활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약점인 수분 노출을 막고 전지 효율을 높이는 '유기 정공수송층 물질'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광활성층으로 활용해 태양광으로부터 전류를 생산한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에서 빛을 받아 만든 양전자 입자(정공)를 나르는 정공수송층이 대기의 수분도 흡수하면서 자체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수분에 노출된 페로브스카이트가 분해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은 불소를 도입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정공수송층과 광활성층을 안정화 시켰다. 연구팀은 정공수송층의 수소를 불소로 바꿨다. 이를 통해 기존 정공수송층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정공수송층 물질 '스파이로(Spiro) 구조'를 개발했다.

특히 연구팀은 개발된 물질을 태양전지 정공수송층으로 활용, 24.82%의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얻었다. 기존 효율은 23.44% 수준. 또 수분 안정성이 해결돼 500시간 동안 고습도 환경에서도 87% 이상의 효율을 유지했다. 기존 물질을 쓴 정공수송층으로 사용했을 경우 500시간 후 효율은 40%에 그쳤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번 성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이론적으로 만드는 전압에도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 인증된 전지의 경우 1.18V의 높은 개방 전압을 보였다. 개방전압이 높을 수록 전력(전력= 전압X 전류) 생산량이 많아지고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아진다.

전지제조를 담당한 김동석 에너지연 박사는 "현재까지 보고된 전압 손실 중에서 가장 낮은 값인 0.3V의 전압손실(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기준)로 이론치에 근접한 개방 전압을 얻었다"며 "전지를 대면적(1cm²)으로 제작해도 효율(22.31%) 감소가 적어 상용화 가능성이 밝다"고 설명했다. 

곽상규 UNIST 교수는 개발된 물질이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이유를 이론적으로 분석했다. 곽 교수는 "분자 시뮬레이션 결과 개발된 물질은 광활성층에 흡착됐을 때 기존 물질보다 정공 수송에 더 유리한 흡착 구조를 갖고, 물질 분자 간 정공 수송 효율도 증가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물질을 개발한 양창덕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효율과 안정성이 높은 유기 정공 수송층 개발 연구는 지난 20년 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이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어려웠다"며 "그 동안 양립하기 어려웠던 수분안정성과 효율 문제를 기존 스파이로 구조 물질에 불소 원자를 도입하는 방식을 통해 동시에 해결한 매우 획기적인 연구"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성과는 국제 과학저널인 Science지에 25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 용어설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는 결정구조 ABX3를 가진 물질로, 우수한 전자기적 및 광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광활성층으로 사용하는 태양전지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라고 한다.

▲정공(hole): 전자(electron)의 빈(空)상태를 나타내는 가상의 입자이다. 전자와는 반대로 양전하를 갖는 전하 운반체로서 전기장 자기장 등의 외부력에 감응(반응)한다.

▲스파이로(Spiro): 유기물질의 구조 중 하나. 2개 이상의 환형(ring)분자가 중앙의 공통 원자와 결합한 구조. 이번에 개발된 물질도 물질 구조상으로는 스파이로 구조를 갖는다.

(A) Spiro-OMeTAD 기반 태양전지 및 새로 개발된 유기 정공수송층 물질(Spiro-mF) 기반 태양전지의 성능 비교. (B) 개발된 유기 정공수송층 물질(Spiro-mF)이 적용된 태양전지 소자의 안정성 향상.<사진= UNIST>
(A) Spiro-OMeTAD 기반 태양전지 및 새로 개발된 유기 정공수송층 물질(Spiro-mF) 기반 태양전지의 성능 비교. (B) 개발된 유기 정공수송층 물질(Spiro-mF)이 적용된 태양전지 소자의 안정성 향상.<사진= 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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