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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덕특구 새로운 50년을 그리며

글: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지난 2017년, 대한민국 과학기술 행정 역사가 50주년을 맞았다. 과거 1967년 정부에서 과학기술처를 설립하고, 과기입국(科技立國) 실현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정책과 행정을 공식적으로 시작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천지가 개벽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로 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오늘날 명실공히 세계 10대 경제 강국, 세계 10대 과학기술 강국, 세계 1등의 과학기술 혁신국가로 거듭났다. 정부와 과학기술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이러한 놀라운 결과는 실로 기적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이런 과학기술 위상에는 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전신인 대덕연구단지라는 대규모 과학기술 집적단지의 구축과 함께 이에 대한 정부 주도의 지속적인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모든 과학기술 관계자들이 동의하는 공통된 인식이다.
 
오는 2023년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50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해이다. 지천명(知天命), 이제 대덕특구 조성의 진정한 뜻을 알아야 할 시점이다. 1973년 '대덕연구학원 도시계획'에 의거해 조성된 대덕연구단지가 지난 2005년에는 '특구법'에 근거해 '대덕연구개발특구 (이하 대덕특구)'로 확대 개편됐다. 대덕특구는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16곳을 비롯해 민간연구소 35곳이 모여 있는 국가 R&D(연구개발)의 중심축이다.

2018년 기준 대덕특구에는 1948개의 기업체, 연매출액 18조 4000억 원, R&D 인력 7만5000명, 연구개발비 투자 8조 3000억 원, 누적 해외특허등록 2만 6000개, 코스닥등록기업 45개, 연구소기업
329개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 집적단지로서 앞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ICT,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미래핵심기술 선도를 위한 국가 R&D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50년의 역사를 만들어 온 대덕특구가 이제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대덕특구의 향후 50년의 미래 청사진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계획' 수립 중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전광역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등은 머리를 맞대고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기본 구상안은 마련됐으며, 관련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종합적, 체계적, 장기적 관점에서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리노베이션 계획에는 집적화된 연구단지의 정주환경 문제는 물론 교통 문제, 미개발지역 재활용, 공동관리아파트, 대덕과학문화센터 재활용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마련된 개편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덕특구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형 추진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은 향후 대덕특구의 미래가 달려있어 그 비전과 역할, 기능 등이 명확히 설정되어야 하며, 과학기술자는 물론 시민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리노베이션이 되어야 한다.

◆ 대덕의 4차 산업혁명 주도할 '융합연구혁신센터' 조성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사업 중 뜨거운 이슈는 융합연구혁신센터 조성이다. 대전광역시는 대덕특구의 과학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플랫폼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 아래 현재의 한스코 기술연구소를 융합연구혁신센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 한스코 부지를 매입해 AI융합클러스터, 출범 예정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입주, 커뮤니티 공간,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위한 공간이 들어서는 융합연구혁신센터로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앞으로 부지매입 등 제반 절차를 거쳐 대덕특구의 랜드마크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대전시는 ETRI와 함께 출연연 오픈 플랫폼 조성도 준비 중이다. 이 플랫폼은 창업지원 촉진을 위해 스타트업·연구원 네트워킹·기술상용화·투자 등이 가능한 종합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정보통신체험관, 복합박물관, 디지털도서관 등도 함께 들어서 종합공간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정문에 위치한 디딤돌 플라자처럼 열린 혁신 공간으로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 사이언스 콤플렉스는 어떤 역할?

옛 엑스포과학공원 내에는 (주)신세계가 추진하는 사이언스 콤플렉스가 들어서고 있다. 현재 43층 규모의 건물이 건립 중인데 과학기술공제회와 대전광역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투자지분에 따라 15개 층을 과학기술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이언스 콤플렉스에는 과학·문화체험 시설이 들어선다. 콤플렉스에는 테마과학관, 해양과학관, 사이언스홀, 사이언스센터, 사이언스플레이 등 다양한 용도의 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인근 지역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기초연구원(IBS) 등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과학문화의 거리 조성사업도 구상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옛 대덕과학문화센터에 이르는 도로 주변에 랜드마크 상징물과 미디어파사드, 체감형 과학문화시설이 들어서는 방안이다. 연구단지 사거리에는 스마트 공원, 스마트 버스정류장 등 대덕특구를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를 시민들에게 제공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공동관리아파트 문제다. 외국에 거주하던 유수의 한인 과학자들을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유치하여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게 한 산실의 하나인 공동관리아파트는 10년 가까이 흉물로 방치돼 왔다. 공동관리아파트는 7개 정부출연연구원이 공동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어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따라 왔다. 지금도 부지개발 최적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용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 대덕 K-바이오 시대 활짝 열려

대덕특구는 이번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대덕특구 바이오 기업들이 최고의 성공사례를 써나가면서 대한민국의 K-바이오 시대를 이끌고 있다. 대덕특구 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단 분야의 새 중심축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KAIST를 포함해 다수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집적된 K-사이언스가 기반이 되고 있다.

대덕특구 바이오기업들은 진단키트·장비 제조부터 유전자 추출·증폭 시약까지 모두 개발할 수 있는 기업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 기술개발에 필요한 효소를 자체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 기업도 다수 모여 있다. 바이오니아, 솔젠트, 수젠텍, 진시스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등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대덕특구의 자랑'이다.

◆ 대덕특구, 큰 그림 필요한 시점

몇 년 전 삼성전자 출신의 전옥표 작가의 '빅 픽처를 그려라'라는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책은 인생에서 큰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빅 픽처를 그려라'에서는 인생의 큰 그림을 위한 동력으로 관점, 목표, 관리, 창의, 소통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대덕특구의 큰 그림을 제안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빅 픽처를 그릴 것을 말하고 싶다.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개별적, 단기적, 단편적, 일시적 그림이 아닌 종합적, 장기적, 지속적, 체계적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제안한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미래위원회(가칭)를 출범할 것을 주문한다. 대덕특구가 우리나라의 R&D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멋진 밑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덕특구 곳곳에 하드웨어 사업만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콘텐츠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근시안적으로 설계할 경우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대덕특구만의 특별한 소프트웨어가 부족하게 된다. 잘못하면 우후죽순처럼 건물만 들어서게 된다. 대덕특구는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핵심 거점으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지나온 과거처럼 미래의 50년도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대덕특구 재창조 프로젝트는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 50년을 야심차게 주도할 수 있다.

※ 본 기고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발간지 '과학과 기술' 9월호에 게재 된 글을 재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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