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쿠리아 도시개발건설부 장관, 직 내려놓고 KAIST 유학
"새마을운동 등 경제발전 모델 보고 미·영 대신 한국행 결정"
"한국의 '과학입국·산업화' 배워 에티오피아서 일궈내겠다"

메쿠리아 헤일(Mekuria Haile) 에티오피아 장관은 에티오피아 도시개발건설부 장관 직을 내려놓고 2016년 9월부터 KAIST에서 4년 유학한 끝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의 발전사를 언급하며 '한강의 기적'을 에티오피아에서 일궈내고 싶다고 했다.<사진=김인한 기자>
메쿠리아 헤일(Mekuria Haile) 에티오피아 장관은 에티오피아 도시개발건설부 장관 직을 내려놓고 2016년 9월부터 KAIST에서 4년 유학한 끝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의 발전사를 언급하며 '한강의 기적'을 에티오피아에서 일궈내고 싶다고 했다.<사진=김인한 기자>
지난 7일 KAIST 문지캠퍼스에서 만난 메쿠리아 헤일(Mekuria Haile) 에티오피아 장관은 한국사(史)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조선시대 역사부터 한국의 새마을 운동과 공업화·산업화를 통해 일궈낸 경제 발전사를 언급하며 '한강의 기적'을 에티오피아에서 일궈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도시개발건설부 장관 직을 내려놓고 2016년 9월부터 KAIST에서 4년 유학한 끝에 최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메쿠리아 장관은 "에티오피아 도시 발전을 위해 유럽, 미국, 아시아 국가들의 정책을 분석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쓴 한국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에티오피아는 토지가 비옥하고 인구와 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로드맵을 그리는 문제 때문에 발전이 더뎠다"며 "한국은 1970년대 전후로 '빨리빨리' 문화, 과학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목표, 새마을 운동, 정보화 작업 등의 로드맵을 그리고 발전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 인구는 1억1500만명이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11배가량 넓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선 빈국에 가깝다. 이를 해결하고자 에티오피아는 2000년대부터 세계사를 분석해 국가 발전 역사를 살폈다. 2010년 도시개발건설부 장관으로 취임한 메쿠리아 장관은 '한강의 기적'에 꽂혔다. 한국과 에티오피아 모두 1950년대 전후 황무지에서 국가를 만들었지만 경제 지표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한국 '과학입국·산업화' 배우고자 KAIST 선택

메쿠리아 장관은 2010년부터 6년간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도시 개발, 토지 관리 등 정책을 수립했지만, 수장으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가 해법으로 모색한 건 유학 길이다. 행선지는 미국, 영국, 한국으로 압축됐다.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하면 비교적 단기간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지만, 그는 한국을 택했다. 그는 KAIST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한국 경제 발전 경험이 에티오피아에 적용하기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메쿠리아 장관은 "에티오피아가 봤을 때 한국은 떠오르는 별"이라며 "시야로는 보이지만 닿으려고 하면 굉장히 큰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티오피아도 한국처럼 과학기술 중심 대학을 늘리고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을 통해 배운 건 과학기술이 경제 발전 추진동력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는 '과학기술 입국'을 통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메쿠리아 장관에 따르면 10년 전 종합 대학이 4개에 불과했으나 최근 대학이 49개까지 늘어났다. 또 아다마 과학기술대, 아디사바바 과학기술대로 엘리트들이 진학하도록 여건을 만들고 있다. 현재 아다마 과학기술대 박사과정생 6명이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항공우주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컴백, 한국 노하우 전수 목표

메쿠리아 장관은 2016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KAIST 글로벌IT기술대학원(ITTP)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확산 정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격차 해소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했다. 특히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지도로 광대역 통신망을 갖춘 국가들의 정보 통신 정책을 분석해 개발도상국에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는 논문을 SSCI급 저널에 게재하고 졸업했다.  

그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한국처럼 ICT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목표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서울 중심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점을 언급하며 도시가 공생할 방안도 찾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서 배운 점은 100가지도 말할 수 있지만 한 가지 꼽자면 한국의 시간관리 개념"이라며 "수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국처럼 시간관리에 철저한 경우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은 말은 적지만 뭐든 행동으로 보여준다"면서 "한국이 현재 개발도상국에 롤모델인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떠오르는 별이 돼 개도국에 많은 교훈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도 했다.

메쿠리아 장관은 오는 12일 본국으로 돌아가 장관급 자문관 역할을 맡아 도시 개발·건설 등 정책에 기여할 전망이다. 
 

◆메쿠리아 헤일 테클레마리암(Mekuria Haile Teklemariam) 장관은?

메쿠리아 헤일 장관은 오는 12일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장관급 자문관 역할을 맡아 도시 개발·건설 등 정책에 기여할 전망이다. <사진=김인한 기자>
메쿠리아 헤일 장관은 오는 12일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장관급 자문관 역할을 맡아 도시 개발·건설 등 정책에 기여할 전망이다. <사진=김인한 기자>
▲ 1990년 -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대학 경영학 학사
▲ 2001년 - 아일랜드 더블린대학교 경영학 석사
▲ 2002년~2008년 - 에티오피아 남부 지방정부 전략 경영 국장
▲ 2008년~2010년 -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시 행정 서비스 최고 책임자
▲ 2010년~2016년 - 도시개발건설부(Urban Development and Construction) 장관
▲ 2016년~2020년 - 한국 KAIST (정보통신)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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