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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23] 빅 히스토리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137억년을 하룻만에 공부할 수 있는 방법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이번에 같이 생각해 볼 책은 '빅 히스토리'. 빅 히스토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선택한 '빅 히스토리'는 초기에 나온 책 중의 하나이다. 데이비드 크리스천·밥 베인이 지었다.

'빅 히스토리' 속의 메모를 보니 나는 2016년 처음 이 책을 읽었다. 당시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반차를 냈다. 카페에서 '빅 히스토리'를 읽었다. '아! 행복해.' 행복이 절정으로 치닫을 즈음, 난데없는 훼방꾼이 나타났다. 지인 2명이 카페에 나타났는데 나는 이들과 무려 1시간 30분이나 잡담을 나눴다. 빅 히스토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를 했다.

빅 히스토리는 서점에서 책을 분류할 때 교양 인문학이나 역사 중에서 세계사로 나뉜다.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책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런 이유로 책을 잘못 골랐다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문명사, 세계사를 과학적 방법과 사실을 바탕으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부적절하게 고른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빅 히스토리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분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내가 빅 히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에서 "빅 히스토리는 제 삶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학문 분야"라고 말한다. 이유는 빅 히스토리는 여러 학문 분야의 수많은 지식들을 다룰 수 있는 틀(framework)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빅 히스토리'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소개하고 있다.

'빅 히스토리 강의는 우주, 지구, 지구 상의 생명, 인류의 진화에 대한 간결하고 명료한 설명으로 137억년 동안 더욱 복잡한 것들이 출현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진실로 오늘날의 현대 인류 사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것 중의 하나이며, 이 순간은 전체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p 5)
 
'빅 히스토리'는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의 강의 가운데 일부를 묶은 책이다. '빅 히스토리'라는 연구틀을 제안한 연구자는 이 책의 저자인 호주 매쿼리대학 데이비드 크리스천교수다. 빌 게이츠는 그의 강의를 듣고 감명을 받아 2011년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다양한 강의 동영상, 강의 자료, 이미지 등을 공개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지난 몇 년 간의 강의 중 일반인들에게 적합한 내용을 고른 것이다.

'빅 히스토리'는 빅뱅, 우주의 기원, 지구상의 생명, 인류의 진화, 문명의 탄생, 현대 사회로의 발전을 시간순으로 요약해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텍스트로 설명하는 것으로 부족할까봐 저자들은 다양한 사진과 데이터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편집 디자인이 눈에 띈다. 강의에 사용한 발표 자료를 활용했는데, 시선을 사로잡는 멋들어진 자료들을 감각적으로 배치했다.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빅 히스토리'다.

중요한 개념은 골디락스 조건(goldiloks condition)과 임계국면(threshold)이다. 골디락스 조건은 '딱 알맞은 출현 조건'을 뜻한다. 이 조건이 갖춰졌을 때 새로운 특징을 지닌 것들이 등장하게 된다. 물론 거대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 새로운 것의 등장은 매우 점진적이다. 책은 골디락스 조건이 갖춰졌을 경우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임계국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임계국면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지점, 혹은 시기'를 말한다.

'빅 히스토리'에는 모두 8가지의 임계국면이 제시된다. 우주의 역사를 한번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자세하게 언급해 본다.

첫 번째는 빅뱅(137억년 전)이며, 두 번째는 별의 출현(135억년 전), 세 번째는 새로운 원소의 출현(135억년 전), 네 번째는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45억년 전), 다섯 번째는 지구 생명의 탄생(38억년 전), 여섯 번째는 인류의 집단학습(20만년 전), 일곱 번째는 농경의 시작(1만1천년전),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는 근대혁명(250년 전)이다. 임계국면만 잘 살펴봐도 137억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137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단 하루면 공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질문을 던지고 핵심만 쉽게 설명하고 있다.

'빅 히스토리'는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오늘날 학문과 도서는 분야가 너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책의 부제가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인데 이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다소 거창한 부제를 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인류학 그리고 역사를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볼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빅 히스토리'를 다시 한번 훑어봤다. 그리고 '빅 히스토리'는 많은 장점을 가진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빅 히스토리'는 과학책은 보지 않는 인문학도와 인문학책은 읽지 않는 과학도에게 다른 분야 입문서로 적합하다. 평소 과학책이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사람도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라는 네 가지 기본 힘이나 플라즈마 우주, 광자, 에너지 섬광, 별의 탄생과 태양계의 형성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융합이 대세라고 한다. '빅 히스토리'는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도 꾀할 수도 있다. 과학과 역사의 융합도 도모할 수 있다. '빅 히스토리'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한때 대덕연구단지에도 자발적인 빅 히스토리를 공부하는 모임이 있었다. 나도 처음에 몇 번 참가한 적이 있다. 지금은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빅 히스토리는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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