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우주정복 꿈꾸는 과학자들 "달 얼음 우리 손으로!"

이장근 건설연 박사팀, 국내 첫 '달 시추 자동장비' 개발
지난해 남극서 테스트 95%신뢰도 달성
"우주+토목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건설기술 만들 것"
건설연이 국내 첫 달에 매장된 얼음을 꺼내는 시추장비를 개발했다. NASA 등에서 개발한 우주환경 시추기는 시료 채취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건설연은 토목기술을 융합해 지반조사까지 가능하게했다. 문빌리지 등 기지를 짓는 중요한 데이터도 시추하며 함께 얻을 수있다. 사진은 시추장비를 개발한 (왼쪽부터)이장근 센터장과 유병현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건설연이 국내 첫 달에 매장된 얼음을 꺼내는 시추장비를 개발했다. NASA 등에서 개발한 우주환경 시추기는 시료 채취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건설연은 토목기술을 융합해 지반조사까지 가능하게했다. 문빌리지 등 기지를 짓는 중요한 데이터도 시추하며 함께 얻을 수있다. 사진은 시추장비를 개발한 (왼쪽부터)이장근 센터장과 유병현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달에 매장된 얼음을 꺼내는 시추장비가 개발됐다. 시추기는 무게 14kg, 높이 1.5m (28X28cm), 소비전력 45W로 최대 1m까지 시추할 수 있다. 개발을 주도한 것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극한환경연구센터의 이장근 박사팀이다.

보통 시추기는 시료를 채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 박사팀은 토목기술을 접목해 지반조사까지 차별화를 뒀다. 문 빌리지 등 달에 우주기지 건설을 위해 필요한 정보수집도 가능하다.
 
"달에 얼음이 발견됐지만 위성으로 관측했기 때문에 얼마나 매장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채굴된 얼음의 양과 분석에 시추기가 필요합니다."
 
지난 2018년 하와이대학교팀은 해가 닿지 않아 어둡고 추워 달의 남북극으로 불리는 '영구 음영 지역'에서 얼음의 흔적을 발견한 바 있다. 오래전부터 달에 물이나 얼음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됐지만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것은 하와이대학교팀이 처음이다. 세계 우주 강국들은 우주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시추장비를 개발해 매장량과 성분 분석 등을 준비 중이다.
 
왜 달에서 물을 찾을까. 물이 발견되면 심우주 탐사가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우주로 가는 로켓의 연료 약 80%를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는데 쓴다. 약 20%만이 우주탐사에 사용된다. 심우주로 가기위한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박사는 "달에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이 존재한다면 산소와 수소로 분해해 산소는 사람 호흡에, 수소는 로켓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얼음을 녹여 사람이 마실 물로 쓸 수도 있다. 달이 심우주로 나가기 위한 전초기지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남극 테스트 완료, 신뢰도 99%까지 높인다
 
건설연은 지난해 11월 시추장비를 남극으로 가져가 테스트했다. 얼음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달의 영구음영지역은 극지와 환경이 비슷하다.<사진=유병현 박사 제공>건설연은 지난해 11월 시추장비를 남극으로 가져가 테스트했다. 얼음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달의 영구음영지역은 극지와 환경이 비슷하다.<사진=유병현 박사 제공>

"지반환경을 전공할 때만 해도 우주와 관련된 연구를 할 것이라 생각도 못 했습니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미래에 필요한 기술이라 생각하고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웃음)."
 
이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경소단박((輕小短薄)에 중점을 뒀다.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가야하는만큼 가벼우면서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면 안 됐기 때문. 태양광발전을 통한 전력사용이 가능해야 하고, 작동도 완전 자동화해야 했다. 진공인 우주에서 마찰이 잦은 곳에 윤활유를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더 견고하게 재료를 써야 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깊게 시추할 수 있는 반력(反力)을 유지하는 기술도 필요했다. 이 박사는 "1m급 정도야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우주 상황은 매우 달라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박사팀은 2017년 본격 연구를 시작해 3년 만에 조건을 충족시킨 시추장비를 개발했다. 지난해 11월, 달의 영구 음영 지역과 환경이 비슷한 남극 세종기지에서 테스트도 마쳤다. 남극에 다녀온 유병현 박사는 "세종기지, 장보고기지 등 기지 부지선정이나 건설, 극한지 과제 등으로 극지역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시추기 테스트를 위해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남극점은 해발고도 2,840m에 있어 고산병에 걸릴 위험이 크고, 날씨가 변덕스러워 체력소모가 크다. 연구원들은 2주간 산학, 해상, 소방훈련을 받지만 유 박사는 "남극 기상이변이 심해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장비에 필요한 부품도 쉽게 구할 수 없어 극지연구소의 남극 월동대 엔지니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건설연이 국내 첫 개발한 달시추장비.<사진=김지영 기자>건설연이 국내 첫 개발한 달시추장비.<사진=김지영 기자>

건설연 연구자들은 약 50일 정도를 남극에서 머물며 시추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총 100곳 중 95개 시추가 성공했다. 5개는 시추장비에 장착된 드릴이 얼음 위에 미끄러지며 헛돌았다.
 
이 박사는 "신뢰도 95%지만 99%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 환경에서 달탐사 로봇 '로버'가 무인으로 팔에 장비를 끼우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시추를 해야하는데 중간에 고장 나면 손봐줄 사람이 없어 신뢰도를 올려야한다는 설명이다. 장비 하나 부품 하나 자유롭게 구하기 어려운 것이 우주 환경이다. 이 박사는 "신뢰도 99%를 만족하기 위해 회전력 등 개선할 부분이 있어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40일 예정하고 떠났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등으로 연구진들은 예정보다 2주 가량 더 극지에 머물렀다.<사진=유병현 박사 제공>40일 예정하고 떠났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등으로 연구진들은 예정보다 2주 가량 더 극지에 머물렀다.<사진=유병현 박사 제공>

◆ 남들은 못하는 시추+토목 융합 '얼음탐사와 문빌리 건설 한 번에'

건설연의 우주 환경 시추장비는 국내 최초지만 이미 여러 우주 강국이 보유한 기술이기도 하다. 이 박사팀은 차별화를 두기 위해 건설연의 강점 '토목'을 융합했다.

그는 "달에 우리가 쓸 수 있는 얼음이 발견되면 연구자들의 생활공간 문 빌리지가 건설될 예정이다.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지반을 조사 및 지형도가 필요하다"며 "여러 세계 우주 강국이 시추장비를 통해 달 지하에 매장된 광물과 얼음 분포를 측정하는 탐사만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토목전문가들로 공학적 개념을 융합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팀은 달 표면 지형도를 만들 수 있는 맵핑기술도 개발 중이다. 맵핑기술을 건물을 세우는데도 필요하지만, 영구 음영 지역에서 로보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지형도를 만들 수도 있다.
 
그는 "로보에 플래시를 달면 비출 수 있는 영역의 한계로 로보가 구멍에 빠지거나 돌에 넘어져 미션수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지금의 맵핑기술은 위성을 활용해 측정하다보니 미터(m) 단위의 오차가 있다. 우리는 스테레오 카메라를 통해 센치(cm)단위까지 오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최적의 길을 찾고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적의 지형도를 산출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구 음영지역 맵핑기술 연구는 본원의 음영실험실에서 진행 중이다. 실험 성공하면 연천 분원에 대형음영실험실에 마련된 대형 실험공간에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 한국 달 탐사 2단계사업 연기됐지만···지구&우주서 쓸 수 있도록 완벽 보안!
 
이 박사팀은 앞으로 장비 신뢰도는 높이면서 무게는 10kg로 낮출 계획이다. 30cm 시추능력으로 달에서 충분히 얼음을 찾을 수 있지만 1m 이상 시추 가능토록 성능도 향상시킨다. 또 드릴 수명 향상을 위한 제품합금 등 추가연구를 진행한다.
 
추가연구가 마무리된 후 테스트는 건설연이 보유한 실대형 지반열진공챔버에서 진행한다. 이 챔버는 지구상에서 달표면환경을 구축한 세계 최초 챔버다. 높이와 폭 각각 4.7m, 무게 100t(톤)이다. 월면토가 내장된 상태에서 영하 190~영상 150도의 진공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 챔버의 첫 가동은 9월 예정이며, 첫 실험으로 달시추연구를 예정 중이다.
 
100% 국내기술로 개발된 실대형 지반열진공챔버. 이 챔버는 지구상에서 달표면환경을 구축한 세계 최초 챔버다. 월면토가 내장된 상태에서 영하190~영상150도의 진공상태 구현이 가능하다.<사진=김지영 기자>100% 국내기술로 개발된 실대형 지반열진공챔버. 이 챔버는 지구상에서 달표면환경을 구축한 세계 최초 챔버다. 월면토가 내장된 상태에서 영하190~영상150도의 진공상태 구현이 가능하다.<사진=김지영 기자>

대형 챔버는 100%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챔버운영 경험이 있는 국내 여러 출연 기관 관계자의 자문과 건설연 주도로 개발됐다. 함께 개발한 만큼 국내외 기관에 오픈해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사실 달시추장비와 대형챔버 등은 '한국 달 탐사 2단계 사업'에 맞춰 진행됐던 연구과제지만, 사업이 2020년에서 2030년으로 연기돼 당장 활용이 쉽지 않게 됐다. NASA와 블루 오리진 등에서 관심 갖고 올해 방문해 연구 협력방안을 논의키로 했으나 코로나19여파로 잠정 연기됐다.

연구에 제동이 걸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이 박사팀이다. 하지만 이 박사는 "심도 1m급이면 차량 주행 하중 정도를 점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남북극이나 통일 이후 러시아 대륙열차 등 환경의 건설조사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그는 "한국형달탐사 사업이 다수 추진되면 후보기술들이 모일 것이다. 그 때 우리 기술이 쓰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근 박사가 챔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이장근 박사가 챔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 외에도 이 박사팀은 챔버 안에 채워진 가상 월면토에 정전기 상태를 띄게 만드는 연구도 계획 중이다. 정전기 충전된 먼지연구는 NASA의 연구과제이기도하다. 이 박사에 따르면 진공상태가 되면 정전기적 성격이 활성화돼 장비끼리 달라붙는 현상이 일어난다. 또 우주복과 태양광 패널 등에 정전기로 월면토가 많이 붙어 태양광에너지 충전에 어려움이 있다. 그는 "작은챔버를 시작으로 대형챔버까지 정전기 인위 충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연에 오기 전만해도 우주기술을 개발할 줄 상상도 못했다는 이장근 박사. 출발선에 늦게 섰지만 우주기술을 향한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우주건설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전혀 새로운 건설기술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다소 저평가됐던 건설학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긍정적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 분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지 비산 테스트 챔버 실험영상<영상=건설연 제공>

김지영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