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위해 과학·산업·경제 전문가 뭉쳐
"2차 세계대전 종식처럼···협력 통해 코로나 종식 목표"
대덕연구단지도 코로나 극복 위해 영역 허물고 협력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겨내기 위한 자발적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자들과 억만장자들이 비밀 연구에 착수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각) 코로나 종식을 위한 21세기판 맨해튼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최고 과학자 12명과 자산가, 기업가들로 구성된 비밀그룹은 '비정통적인'(unorthodox) 아이디어를 추출하기 위해 두뇌와 자금을 결집한다는 내용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주도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해 인류 최초 원자폭탄을 만드는 비밀 연구를 일컫는다. 프로젝트 초기 특수 임무를 띤 군사 기구가 뉴욕 맨해튼에 설치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당시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되면서 항복을 이끌어냈고 2차 세계 대전은 끝이 났다.

이처럼 코로나를 종식시키기 위해 80년 만에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구성된 것이다. 해당 그룹 멤버들은 스스로를 '코로나를 멈추게 하려는 과학자'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그룹에는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로스배시, 스튜어트 슈라이버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부터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와 같은 기업인도 참여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영역은 화학, 면역학, 신경생리학, 감염병학, 핵공학 등 다양하다. 

WSJ은 그룹 주도자가 33세 의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톰 케이힐이라고 전했다. 이 인물은 코로나 사태에서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충분한 인맥을 가지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WSJ은 그룹 구성원들이 지난 3월부터 코로나 관련 연구를 검토해 유망한 아이디어를 추리고, 화상회의를 통해 토론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의 결과물을 17쪽짜리 보고서로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코로나 대응 방안이 담겼고, 백악관 코로나 태스크포스 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전달됐다.   

◆ 韓에서도 KAIST 중심, 과학기술·의학·산업계 총동원 움직임

한국에서도 과학·산업·의료·학계 전문가들이 영역을 허물고 자발적 협력에 나섰다. KAIST가 중심축이 된 '항바이러스 건강사회 구현 협의회'가 그렇다.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하나의 연구를 위해 과학기술자들이 총동원된 것처럼, 코로나 종식을 위해 KAIST와 대덕연구단지 과학기술자, 기업, 병원 등이 뭉친 것이다. 

KAIST는 지난 3월부터 공과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코로나 대응 아이디어를 모았다. 총 50가지 아이디어가 취합됐고, 이를 한데 묶은 '과학기술 뉴딜 정책' 사업을 고안했다. 핵심은 감염병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코로나 이후 시대에 바이오·헬스케어 신산업 창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협업이 필요해지면서 KAIST가 중심축이 돼 31개 기관이 함께하는 항바이러스 협의회를 발족했다. 

협의회에 참가하고 있는 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는 "이번 협의회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 솔루션 개발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학기술·경제 발전의 방향도 포함됐다"면서 "미국의 움직임이 코로나 극복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항바이러스 협의회 구성은 조금 더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야별 경계가 허물어졌다"면서 "과학기술의 방향도 문제해결형으로 변하고 있다. 코로나가 협력과 융합의 필요성을 더 촉발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바이러스협의회 실무 총괄을 맡는 배충식 KAIST 공과대학장은 "이전에도 협업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됐지만, 실행된 건 많지 않다"면서도 "코로나라는 공동의 적을 만나면서 협업의 필요성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 학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은 당연하다. 당연한 전략"이라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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