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첨단 무기 갖고도 규정으로 사용 불가
국내 기업 제품 해외 주목, 요청 쇄도···정작 국내 도입은 손발 묶여
"조속한 해결 위해 정부 발 빠른 조치를"···병원-기업과도 소통 긴요

대한중소병원협회와 기업이 코로나19 신속검사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신속하고 저렴한 검사법을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사진=김지영 기자>
대한중소병원협회와 기업이 코로나19 신속검사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신속하고 저렴한 검사법을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사진=김지영 기자>
"비상시기로 무기를 총동원해도 부족한데 왜 평화 시 규정을 갖고 더욱 성능 좋은 제품 현장 응용을 막나?" 

"해외에서는 국내 기업 제품을 주목하고 이미 진료 등에 적용하고 있다. 외국에는 국내 기업들처럼 우수기업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우리는 첨단 제품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규정에 묶여 못쓰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감염과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현 진단법이 아닌 1시간이면 되는 신속진단법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경증 환자를 빨리 걸러내고 중증 환자에 집중할 수 있다."

빠른 전파력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병원과 기업이 긴급 만남을 가졌다. 중소병원협회는 17일 오후 대한병원협회 회의실에서 체외진단업체 5곳을 초청, 현재 코로나19 의심환자 진단법 RT-PCR 이외에 신속검사법 모색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현재 사용 중인 RT-PCR(실시간 유전자검출 검사법) 진단법만을 하염없이 사용할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RT-PCR 진단법은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에서 리보핵산(RNA)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RT-PCR과 같은 코로나19 진단법 외에 면역신속진단도 승인을 해줌으로써 대량검사를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코로나19 진단은 유전자증폭검사법을 채택하고 있다. 정확도와 민감도가 높지만 최소 6시간 검사시간이 필요하고 비싸다. 반면 면역항체진단법은 정확도와 민감도는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빠르고 저렴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관계자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해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두 종류의 검진법을 모두 사용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이미지투데이>
현재 코로나19 진단은 유전자증폭검사법을 채택하고 있다. 정확도와 민감도가 높지만 최소 6시간 검사시간이 필요하고 비싸다. 반면 면역항체진단법은 정확도와 민감도는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빠르고 저렴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관계자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해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두 종류의 검진법을 모두 사용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이미지투데이>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4개 바이오 업체의 RT-PCR 진단법을 긴급 사용 승인해 줄 당시, 다른 검사방식은 제외했다. 하지만 RT-PCR 진단법은 최소 6시간 이상 검사시간이 소요된다. 또 검체 채취 시 검사자에 의한 오차와 검사비용 문제가 동반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단계에 RT-PCR 진단법 도입은 적절한 조치였지만 이미 지역사회로 확산됨에 따라 면역신속진단법을 승인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면역항체진단법은 환자 혈액 기반 검사이기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도입이 어려웠지만 국내 검체 데이터가 쌓이면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는 피 한 방울로 10분 만에 IgM(immunoglobulin M, 면역글로불린M. 항체단백질의 하나로 감염 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항체), IgG (immunoglobulin G, 면역글로불린 G. 감염 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항체) 확인이 모두 가능한 반면 비용은 기존 RT-PCR 진단법보다 저렴하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면역항체진단법을 도입했으며 미국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또한 해당 검사가 가능한 업체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는 RT-PCR 방식만을 확진 방법으로 활용함으로써 신속검사법은 아직 의료현장에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는 해당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어 고민이다. 국내는 기술을 제품화한 업체가 있음에도 상용화가 안 되고 있다.

간담회에서 참여기업 기술과 인허가 진행 상황을 들은 병원 관계자들은 RT-PCR 진단법과 함께 신속면역검사키트를 도입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김상일 보험위원장은 "요양병원에 수십, 수백 명의 기저질환을 지닌 고령의 환자가 발열이 날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 검사를 의뢰해도 받아주질 않는다"며 "코로나19 검사를 제때 하지 못해 감염된 줄 모르고 퍼지난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언제까지 학교, 종교활동을 억압할 수 없고 언젠가는 방역을 해제할 텐데 그때 시간과 비용을 많이 필요로 하는 RT-PCR 방식으로 환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신속검사키트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철준 정책위원장은 "일부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올해 가을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어 더 불안하다"며 "장기화에 대비해 간편하고 효율적인 진단키트 제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해당 업체들은 국내 코로나19 진단법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바이어들이 연구용으로라도 제품을 받고 싶다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해외로 수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많은 국민이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병원협회와 바이오 기업들은 향후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꾸준히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정부기관과도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철준 정책위원장은 "RT-PCR 검사와 면역신속진단은 각기 다른 보완적 기능이 있고, 이를 임상현장에서 환자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장기전에는 두 가지 진단법이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그는 "현재의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집단의 이익이 문제가 아닌 조속한 해결과 환자의 안전 및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면서 "전 세계에서 도입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면역신속검사키트가 의료현장에 조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빠른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상일 대한중소병원협회 보험위원장(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철준 의료법인연합회 정책위원장(대전웰니스병원), 황유선 인천한림병원 진담검사의학과 과장이 참석했으며 기업에선 수젠텍, TCM 생명과학, 엑세스바이오, 바디텍, 시선바이오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해당 기업들은 15분 안에 검진결과를 확인할 수 있거나, 민감도와 특이도 등을 RT-PCR 대비 90% 이상 끌어 올리는 신속키트를 연구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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