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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팔짱 낀 KAIST···'감염병 비상상황' 남 일인가

코로나19 사태 속 과학자 역할 '부재' 확연
"KAIST 감염병 전문가 無···기여할 부분 못 찾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과학자들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KAIST는 자취를 감췄다. <사진=김인한 기자>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과학자들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KAIST는 자취를 감췄다. <사진=김인한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확진환자가 나온 지도 50일을 향해간다. 지난 두 달은 그야말로 감염병 전시(戰時) 사태였다. 의료진·연구진이 위협을 무릅쓰고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다. 신종 감염병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과학이 절실했다. 그러나 대다수 과학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KAIST도 팔짱만 끼고 있는 모양새다. 감염병 비상상황에서 최후 보루인 과학자·공학자도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하면 이 문제는 대체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미국 존스홉킨스대 사례만 봐도 전문가 역할을 알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School of Medicine), 공중보건대학(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 건강보안센터(Center for Health Security) 소속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면에 나선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대해 설명하고, 효과적 대응책을 지속 발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 확산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한다. 미 정부도 산하 부처보다 이 대학의 집계를 더 신뢰할 정도다. 

최근 일본은 연구기관 홍보 관계자들이 자비를 털어 어린이 대상 과학동영상 사이트를 개설했다. 전문가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뒤로 숨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일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해결사를 자처하는 사례는 다수다. 지난달 말 대구시 고산중학교 학생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실시간 뉴스와 국내 확진환자 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웹 사이트를 개발했다. 이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이유에서 사이트를 개발했다고 한다. 대중들은 완결 여부를 떠나 이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대학 차원에서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송호근 POSTECH(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한국이 바이러스로 침몰하기 전, 무고한 국민이 바이러스 공포로 한없이 추락하기 전, 과학자와 지식인 집단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포항공대에 TF팀을 만들어서 대국민 보고와 제안을 발표하는 일이다. 이 엄중한 사태를 나만의 안위만을 위해 웅크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KAIST는 어떨까. 지난해 예산 규모는 8559억원이다. 이 중 연구 수주와 정부 지원으로 투입된 금액은 68%에 해당하는 5820억원이다. 의과학대학원을 비롯해 생명·화학·바이오 관련 분야 전문가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를 실험실 단위에서 연구할 수 있는 생물안전도(BL·Biosafety Level) 2등급 시설도 있다. 코로나19 추이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공지능 전문가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선 관망 모드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발 빠르게 소재·부품·장비 테스크포스(TF)를 꾸렸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KAIST 고위 관계자는 "KAIST에는 감염병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를 지켜볼 뿐"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대응에 나서진 않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KAIST발(發) 소식은 미미하다. 이광형 부총장이 하루 7명 이하를 만날 경우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연구 모델을 제시했을 뿐이다. 이병태 교수, 차미영 교수가 개별적으로 발신하긴 했지만, KAIST 규모와는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박현욱 연구부총장은 "KAIST 내부에서 의과학, 생명, 화학 관련 교수들에게 역할 검토를 요청했는데, 당장 국민들에게 기여할만한 것은 찾지 못했다"면서 "감염병 관련 연구 분야는 거의 없어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찾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박 부총장은 중학생이나 민간 분야에서 코로나19 관련 대응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에 대해선 "(KAIST는) 그 정도 레벨 연구보다는 조금 더 임팩트 있는 연구를 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위 중학생이 만든 웹 사이트나, 민간의 예측 통계는 KAIST가 할 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KAIST를 비롯해 과학계에 바라는 건 완벽한 연구 결과물이 아니다. 지금까지 가진 전문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지식인으로서 시대 문제를 타자화하지 않고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신종 감염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당장 과학자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게 무리라는 것도 안다.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연구가 없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에 대한 정보·특성·추이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전달 받길 바란다. 이런 노력이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KAIST가 할 수 없는 영역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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