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상은 신종 코로나로 시끌한데···과학계 잠잠

IBS, 국민정서와 따로 있으면서, 장기·대형연구 지원 요구
獨 막스플랑크 등 해외 연구진은 대국민 소통 지속
국민이 원할 땐 보이지 않는다. IBS(기초과학연구원)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내 확진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IBS는 잠잠하다. 방관 모드다.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나 연구자가 국민들과 호흡하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 정서와 따로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기초과학이 중요하다며 장기·집단·대형 연구의 필요성을 믿어달라고 강조한다. 현재는 외면하면서 미래를 대비한다고 주장한다.

IBS는 연구단만 총 30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와 직간접적으로 직결될 수 있는 의과학·바이오분자·세포구조·혈관·나노의학·화학 연구 그룹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본원 연구단(8개)은 물론 캠퍼스 연구단(13개)과 외부 연구단(9개)에는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모여 있다. IBS 완공 당시 들여온 고가의 첨단 연구장비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기준 연구인력은 1799명. 올해 예산은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 3019억원을 제외해도 총 2249억원이다. 

IBS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없고, 원장님도 따로 얘기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IBS는 2020년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과는 동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노도영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IBS 비전은 우리 국민과 나아가 인류를 이롭게 하는 새로운 발견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조건 없는 동의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소명 의식을 갖게 된다"고 했다. 

국민 동의라는 전제 조건은 최소한의 주어진 역할을 다할 때 성립된다. 기초과학은 장기·대형·집단 연구가 필요하다는 명분 뒤에서 시대 문제를 외면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지 없이 기존 연구만 지속하면 그 전제는 성립되기 힘들다. 중장기의 기초과학 연구 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대와 최소한의 호흡은 같이할 필요가 있다.  

해외 과학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활성화는 물론 국민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발신한다. 정신의학 분야 연구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세포 속 약물 등에 관한 리포트를 냈고,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법 준수와 관련한 내용도 소개되기도 했다. 

네이처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용어를 직접 사용한 영어 연구 논문만 적어도 최근 54건 이상 발표됐다. 유전자 분석, 백신 실험, 항바이러스 실험에 관한 연구가 포함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난다.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의미 있는 연구성과는 모두 해외발 뉴스에서만 접하기 마련이다. 

일부 국내 과학기술계 기관들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성의는 보이고 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정부출연연구기관 16개 기관장이 모여 각 기관의 연구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점을 모색했다. 이날 간담회를 두고 일각에선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과학계가 국가 비상사태에 힘을 보태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비롯해 과기단체들이 대처방안 토론회를 열고, KAIST·서울대 등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IBS도 시대 문제를 타자화하지 않고, 책임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대 연구집단이기 때문이다. 국가를 넘어 인류에 분명한 감염병 위기가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계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 보건·안전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과학기술계 전문가 집단의 역할을 펼칠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IBS를 비롯한 한국 과학기술계 저변으로부터 국민에게 합리적 정보가 소통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계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계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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