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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쥐 종류만 2500종···과학자들 "쥐야~ 고맙다"

생명연·기초지원연·IBS 등 쥐 활용
암, 노화, 미세먼지 연구에 적용
"연구자 스스로 동물실험 윤리 준수해야"
연구현장 실험실에는 연구원들 이외의 숨은 히어로가 있다. 인류부터 가축과 반려동물까지 대부분의 질병과 관련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안고 있는 존재. 연구실의 숨은 슈퍼 히어로 '쥐'다.  

쥐는 인간과 함께 가장 널리 분포하는 포유동물로 인류 역사와 그 길을 함께 했다. 한때 흑사병을 옮기는 주범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지만 실험동물 모델로 사용되며 인류에게 이로운 역할을 해내고 있다.
 
화석기록에 따르면 쥐는 신생대 초반에 등장했다. 뛰어난 적응력과 번식력으로 개체와 수가 널리 퍼지며 이제는 전 세계에 쥐가 없는 지역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높은 번식력과 짧은 생육주기라는 쥐의 장점은 유전자 발현, 독성학과 같은 인류 질병을 연구하는 최적의 모델로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동물실험 대상모델로 대부분의 연구자가 설치류를 선호하고 그중에서도 쥐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뇌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IBS(기초과학연구원) 등 사람의 뇌, 유전자, 노화와 같은 인류 생명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연구소들은 쥐를 이용해 암, 노화, 독성 및 유해물질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의 유전자와 질병 등을 규명하고 있다.
 
◆ 노화, 암 연구부터 미세먼지까지···쥐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실험쥐를 이용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생명연 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실험쥐를 이용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생명연 제공>

기초지원연에서는 쥐를 실험모델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장익순 기초지원연 박사는 생육기간 동안 쥐가 노화하면서 기관과 조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집중 관찰하며 자연 노화 실험을 수행한다. 쥐에 암세포를 주입해 암을 발생시키는 이종이식 실험과 사람의 암조직을 쥐에 접촉시키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쥐의 장기에서 암세포 성장과 전이 양상을 확인하고 암조직 변화와 관련 약물 효용 등을 연구한다.
 
최종순 기초지원연 박사는 국민안전분석기술개발사업 총괄자로서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오염원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질환을 예방·치료하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안전성 실험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원을 피부에 바르거나 호흡기에 주입할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쥐를 동물모델로 활용한다.
 
뇌연구원에서는 뇌 관련 질환의 원리규명이나 치료후보물질 발굴, 뇌의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 실험 등에서 실험쥐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연구를 진행한다. 최영표 뇌연구원 센터장은 "특정한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조정하거나 치매, 우울증, 다운증후군 등 다양한 뇌 질환의 정확한 규명을 위해 설치류의 유전자 변형 모델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연과 IBS에서도 쥐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험동물자원센터에서 쥐를 보존하고 공급하는 김형진 생명연 바이오의약인프라사업부 부장은 "노화·당뇨·암 등 각종 질병은 물론이고 독성연구에도 쥐가 사용되기 때문에 적절한 실험모델을 공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환 IBS 연구인프라팀 전담수의사도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 연구에 사용되는 쥐를 관리하고 공급하는 일이 중대한 임무"라고 언급했다.
 
◆ "실험쥐는 한 종류?···무게부터 성격까지 가지각색"
 

쥐는 크기가 작아 다루기 쉽고 다른 실험모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임신 기간이 짧고 새끼를 많이 낳아 번식에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인공적인 교배를 통해 원하는 형질을 발현하기 유용하기 때문에 실험동물로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쥐도 사람처럼 개체마다 특징과 성격이 가지각색이다. 각 기관마다 최소 100종류에서 많게는 2500종류까지 쥐를 보존하며 실험 목적에 맞게 대상 쥐를 선정한다. 20g의 가벼운 쥐부터 기니피그 정도 크기인 500g까지 자라는 쥐까지 존재한다.
 
실험쥐는 크게 인브리드(Inbreed)와 아웃브리드(Outbreed) 모델로 나눌 수 있다. 인브리드는 같은 자손들끼리 20대 이상 교배해 개체 형질이 비슷한 모델로 유전자 구성이 서로 비슷하다. 아웃브리드는 제한된 유전자 범위 내에서 무작위로 교배되는 모델로 특정한 형질은 계속 발현되지만 개체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암이나 노화 연구에는 실험동물의 형질 차이가 많이 발생하게 되면 약물이나 치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주로 인브리드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형질 차이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 연구의 경우는 아웃브리드 모델을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인브리드와 아웃브리드 모델은 실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실험쥐는 크게 인브리드와 아웃브리드 모델로 나눌 수 있다. <사진=장익순 박사 제공>실험쥐는 크게 인브리드와 아웃브리드 모델로 나눌 수 있다. <사진=장익순 박사 제공>
 
◆ 엄격한 동물실험 절차···3R 정책·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거쳐야 
 

쥐와 같은 동물을 이용한 연구에는 생명의 희생이 따르는 만큼 동물실험 윤리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동물연구를 수행하는 기관마다 자체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존재하고 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만 동물실험이 가능하다.
 
연구자들은 연구를 위한 동물 개체와 수, 기간, 실험 목적과 합리성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계획서를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실험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체인지 최소한의 고통을 주는지 등 각 항목을 세밀하게 검토해 승인절차를 밟는다. 최종승인이 나면 실험에 맞는 동물과 절차에 따라 실험과 이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위원회의 승인뿐만 아니라 실험동물 연구에 있어 연구자들은 스스로가 지켜야 할 덕목을 준수하고 있다. 이를 3R정책이라 부른다. 최종순 박사는 "연구자들은 3R정책(Replacement·Refinement·Reduction : 동물실험 말고 다른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지·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실험모델 동물 숫자를 최소한으로 하는지)을 늘 준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동물실험 연구자들의 동물 윤리교육도 연구 과정 중 하나로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장익순 박사는 "이전에는 동물실험 과정이 잔혹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생명윤리가 중시되면서 실험방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으며 연구자들도 실험에서 죄책감이 상당하다"면서 "연구자들이 동물들의 희생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종순·장익순 박사는 실험쥐를 이용한 환경오염원과 암·노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민아 기자>최종순·장익순 박사는 실험쥐를 이용한 환경오염원과 암·노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민아 기자>

뇌, 유전자 등 생명연구에 필요한 모델을 다루고 있는 만큼 실험쥐의 관리 역시 철저하게 이뤄진다. 실험모델이 병원체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멸균시설뿐만 아니라 공기필터, 21~23도의 적정온도, 명암 등 쾌적한 환경을 24시간 365일 내내 유지해야 한다. 연구자들의 실험실 반입도 까다로운 편이다.

김형진 생명연 바이오의약인프라사업부장은 "쾌적한 환경을 위해 매일 소독한 사료와 톱밥도 갈아줘야 한다"면서 "인간과 동물을 위한 연구에 사용되는 실험모델인 만큼 연구자 또는 관리자인 테크니션들이 더욱 신경을 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구자 스스로 실험윤리 준수하도록"

1975년 헬싱키 선언에서 체결된 조약에 따라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생체실험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쥐가 희생양이 되었지만 연구자들과 테크니션들은 "인간을 대신해서 많은 실험의 대상이 되는 쥐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전했다.
 
장 박사와 최 박사는 "연구자들이 자체적으로 연구윤리를 지키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법적으로도 위배되는 사항이 없는지를 철저히 감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 수의사도 "모두가 실험윤리를 준수하고 동물실험 승인 후에도 지속적인 점검과 교육으로 계속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쥐는 실험동물이기 이전에 인류의 복지와 과학발전에 함께 가는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실험동물들의 희생이 값지도록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반려동물이나 가축을 살리고 모두가 공생하는 연구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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