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인 STEPI 박사 "中, 국가 차원 전폭지원 AI 적극적 행보"
美·패권 경쟁 속 한국 현실 '복잡'

개혁 개방을 추진한 지 40년. 중국은 누구보다 빠른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일관된 과학기술 정책을 통해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다.

중국의 2017년 총 연구개발비는 1조 7606억 위안(300조원), 특허는 4만 8천 882건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국제 논문으로 42만 6000편을 출판해 세계 1위인 미국을 제쳤고, 이공계 대학 졸업생 또한 약 470만명으로 세계 1위 달성했다. R&D 투자 총액은 1조 9677.9억 위안(335조원)에 육박한다. 

과학기술 중 특히 인공지능 분야는 중국이 가장 강한 장점을 지닌 분야로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했다.

이처럼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개방적 규제를 통해 질적 성장과 동시에 사회 산업 적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중국의 과학기술 거버넌스···'AI 굴기'

백서인 박사가 '혁신기술네트워크 : AI프랜즈' 모임에서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과 인공지능 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백서인 박사가 '혁신기술네트워크 : AI프랜즈' 모임에서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과 인공지능 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중국 인공지능 정책은 이미 2라운드에 돌입했습니다."

백서인 STEPI 박사에 따르면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은 중앙에서 초안을 수립하고, 전문가 그룹이 내용을 보충해 확산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무원'이라 불리는 과학기술행정 관련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로부터 그 밑에 과학기술부가 존재한다. 지방에는 지방정부와 직할시에 해당하는 과학기술위원회가 있어 중앙에서 수립된 과학기술정책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수립한다. '중국과협' 등 관련 기관도 과기정책 수립 역할을 행사한다. 

이외에도 국무원 직속 독립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이 존재해 부처와 별개로 중장기적이고 독자적인 연구개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백서인 박사는 "중국은 체계적이면서 확고한 국가 차원에서의 과학기술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공지능 중요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 이론·기술·응용 등 모든 방면에서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총 3단계로 구성된 이 계획은 2020년까지 인공지능 핵심 산업 규모 1500억 위안, 연관 산업 규모 1조 위안 달성 목표인 1단계부터, 최종 3단계에는 인공지능 핵심 산업 1조 위안, 연관 산업 10조 위안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는 인공지능 관련 커리큘럼을 도입하거나 대학 인공지능 단과대학 설립, 인공지능 전문 석·박사 과정 개설·확대 등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인공지능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올해에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차세대 인공지능 혁신발전 시험구'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몇 개의 선도 지역을 기점으로 인공지능 기반 혁신을 촉진할 시범구로 선정했다. 또, '국가 인공지능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지정해 민간 주도형 인공지능 연구개발 활성화를 지원토록 했다.

백 박사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최고의 인공지능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인공지능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이 급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중국 인공지능 산업은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혁신을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중 패권 분쟁 속 한국의 앞날은?

중국이 급격한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남에 따라 중국과 미국 사이의 과학기술 혁신 패권 경쟁이 대두됐다. 중국이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패권 경쟁의 정도가 심해질 것으로 백 박사는 판단한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조직적이고 반시장적인 수단을 통해 미국 핵심 기술을 탈취하고,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기술 탈취는 근거 없는 주장이며, 무고한 중국 기업과 인재에 대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중 경쟁은 미국의 기술 위기와 중국의 기술 결핍이 결합된 것이다. 2013년부터 2018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 논문 순위 결과 30개 기술 중 중국이 23개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었다. 중국의 급성장과 연구 수준에 미국은 경각심과 위기감을 느꼈고, 반대로 중국은 반도체, SW, 첨단 제조 등 핵심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느낀다.

백 박사는 "기술 위기감과 핵심 기술 결핍으로 두 나라의 기술 패권 경쟁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러한 기술 패권분쟁은 중국의 기술 자립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추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중 기술 경쟁에 따라 한국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그가 보는 한국 인공지능 5대 분야(이미지, 신호, 텍스트, 데이터, 컴퓨팅)는 중국과 미국만이 아닌 다른 여러 선진국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열세하다. 높은 중국 수출 의존도와 미국의 중국기업 제재 동참 요구로 복잡성이 증가하며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한국의 기술혁신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는 게 백 박사의 견해다. 

백 박사는 "AI 대학을 설립한 MIT, 거의 모든 대학에 인공지능 학과가 설립된 중국에 비해 한국 대학들의 행보는 매우 수동적이며 역량 또한 상당히 뒤쳐졌다"면서 "기술에 대한 규제의 자유와 AI의 적극적 행보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