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지기술 중심지서 '헬스케어 혁신' 보다

글:김동선 조인케어 대표
WHINN, 11월 19~21일 참관기
WHINN은 헬스케어 혁신을 위해 자본과 기술의 플랫폼역할을 한다. WHINN 행사는 올해 1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참석해 헬스케어 신 기술소개와 토론, 워크숍, 전시, 비즈니스 매칭 등을 진행했다.<사진=WHINN 홈페이지>WHINN은 헬스케어 혁신을 위해 자본과 기술의 플랫폼역할을 한다. WHINN 행사는 올해 1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참석해 헬스케어 신 기술소개와 토론, 워크숍, 전시, 비즈니스 매칭 등을 진행했다.<사진=WHINN 홈페이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오덴세는 복지기술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 바이킹들의 도시인 오덴세, 하지만 지금은 AT(Assisted Technology) 또는 제론테크놀로지 등으로 불리는 헬스케어 혁신의 장소이다.

최근 조성되고 있는 신시가지에 위치한 사이언스파크와 SDU(Southern Denmark University). 에서 지난 19~21일 WHINN(Week of Healthcare Innovation)이 열렸다. 헬스케어 혁신을 위해 자본과 기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WHINN에 참관한 필자는 이 행사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감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WHINN은 덴마크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에서 1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여 헬스케어에서의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콘퍼런스, 워크숍, 전시, 비즈니스 매칭 등으로 이루어졌다. 올해 다루어진 주제는 ▲헬스케어에서의 VR/AR ▲Health Tech & Data ▲드론 로봇, AI ▲재가에서의 케어 ▲디지컬치료등이다. 재가케어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필자에게도 흥미로운 주제들이었다.
 
덩치가 큰 이곳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널찍하게 지어진 콘퍼런스홀은 커다란 특색은 없다. 오전 9시, 등록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이 각자 관심이 있는 부스와 콘퍼런스장을 찾아 이동하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을 살펴보며, 비즈니스 매칭을 위해 적극적이지만 정중한 탐색을 벌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WHINN에서 눈길을 끄는 헬스케어 기술과 발표를 잠깐 둘러보았다. VR 업체인 ViVA는 VR을 이용해 케어 인력 양성과정을 선보였다. 피칭을 한 르네 라르센이사는 "나이가 어린 훈련생들은 실습에 나가면 첫날에 절반은 그만두게 된다. 목욕 등 노인케어를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어 문화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VR 훈련을 통해 미리 다양한 시뮬레이션에 노출된 훈련생들은 무리 없이 현장에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들의 인지 자극을 위한 쌍방향(interactive)기술을 선보인 Medemagruppen사,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얻어진 재가 환자들의 건강, 일상생활 정보를 분석해 의료진과 가족의 개입 시기를 조언해주는 데이터중개플랫폼업체 Anthropo사 등은 기술이 연구실에서 나와 일상에 정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지만, 콘퍼런스 'Personalised Coaching and ICT Environments for Wellbeing and Care’(19일)에서 소개된 사례들 역시 흥미로웠다. 환자나 고령자들이 집에서 운동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애플리케이션은, 환자들에게 적합한 운동수준을 진단해서 추천하고 목표설정, 평가 및 보상의 순환적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위해 AI와 같은 첨단기술과 넛지 이론 등의 인지과학이 손을 잡았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같은 치료게임에 얼마나 참여하고 어느 정도 성취를 하는지에 관심이 높다, 이러한 'social comparison'을 이용해 환자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방식은 이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투입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치매 환자들의 언어행태를 분석해 이들의 치매 진행 정도, 감정변화를 파악해 케어자들에게 숙지시킴으로써 환자와의 의사소통 기술을 높이는 연구에서는 기계학습이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 올해 가장 돋보이는 이슈는 '원격의료'

WHINN의 프로그램 일부를 기획하고 참여한 헨리에트 한센(South Denmark Health Innovation)씨는 올해 가장 핫한 이슈로 '원격의료'를 꼽는다.

환자와 의료인이 직접 만나지 않고 화상통신을 통해 진단, 치료, 수술, 재활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의료기술은 덴마크, 스웨덴 등의 스칸디아비아국가들은 물론 독일, 캐나다 등에서 대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원격의료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화상 진료, 쌍방향 통신 등 기존 기술들 외에도, 환자들의 신체 정보, 질병 예후, 치료과정 등 데이터를 축적한 biobanking이나, 방대한 데이터에서 환자에게 개별화된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기계학습과 알고리즘, AI 기술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Genetic Telemedicine Platform이나 Generic Telemedicine Platform(GTP)등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환자데이터도 이러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환자들의 급성 입원을 줄이고 초기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WHINN 행사 모습.<사진=WHINN 홈페이지>WHINN 행사 모습.<사진=WHINN 홈페이지>

◆ 높은 수준의 융합과 기술에 대한 깊은 신뢰

물론 원격의료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기술은 알프스산맥을 넘어 진격해오는 한니발이다. 대세에 따르는 분위기이다.

WHINN에 참여한 연구자 학자, 기업들은 매우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의과대학, 게임회사, 인지행동과학자, 기계학습과 AI 전공자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기술이 결국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리라는 굳은 믿음이었다. 기술에 대한 적극적 자세는 북유럽의 테키한 성향과 이를 통해 높은 경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디지털화와 과학기술의 적극적 활용으로 노인 인구의 헬스케어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은 유럽 전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지받고 있다. 불가리아정치인으로 최근 EU의 디지털 경제와 사회 이사로 임명된 마리야 가브리엘은 녹화된 영상을 통해 디지털 사회의 목표를 위한 R&D, 사회구성원 모두가 혜택받을 수 있는 구조 등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EU는 이를 위해 7억유로(한화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기술의 높은 활용도는 콘퍼런스 자체에서도 볼 수 있었다. 콘퍼런스에서는 종이로 된 자료를 볼 수 없었다. 행사에 등록한 참여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발표자들의 자료를 보며 참여자들끼리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참여한 발표자나 참가자들은 자신의 노트북에서 에듀롬(글로벌 와이파이서비스)을 통해 멀리 떨어진 사무실과 콘퍼런스장을 넘나들고 있었다.
 
◆ 복지기술의 중심, 왜 오덴세인가?

오덴세는 덴마크의 3대 도시이다. 북유럽 전설에 나오는, '오딘왕의 성소'라는 뜻을 가진 오덴세는 중세시대 가장 번성했던 도시 가운데 하나였으며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태어나 자란 곳이기도 하다.

돌이 촘촘히 박힌 중세시대 보도 위에는 살해된 바이킹 왕의 피가 끈적하게 묻어나올 것 같은 공포 분위기와 한편으로는 나지막한 집들, 작은 호수, 관목들, 평화로운 분위기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동화가 태어난 분위기를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의 오덴세는 기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드론, 로봇 등 새로운 강소 기술업체들이 모여들고 전 세계에서 새로운 흐름을 읽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연구자, 투자자, 테크니션들이 찾는다. 오덴세가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의 거점이 된 데에는 산학-지역의 훌륭한 협조가 있기 때문이다.

오덴세 시는 기업들에게 값싼 주거를 제공하며 SDU(Southern Denmark University)는 우수한 연구자와 학생들을 배출함으로써 기업에 연료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실적도 좋으며 현재 빠르게 성장하는 YR은 중국의 DJI를 금방 능가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WHINN이 자리 잡고 있다.

WHINN에서 한국의 재활 로봇에 대해 발표한 송원경(국립재활원 재활 로봇중개 연구사업단장)박사는 WHINN이 "쟁점이 뜨거운 디지털메디신을 다루는 등, 흐름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잡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헬스케어+4차산업 전시 및 콘퍼런스에 자주 참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학술모임에 관여하고 있는 필자의 눈에는 여기에서 높은 수준의 융합을 볼 수 있었다. 기계학습, 컴퓨터프로그래밍, 인지과학과 의료가 연계하는 협업이 상당한 수준이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에 열리는 독일 뒤셀도르프 의료기기 박람회 Dedica에 비하면 규모는 훨씬 적지만, 작고 뜨거운 박람회를 이끌어 가는 모습에서 오덴세의 야심적인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 한국의 기술기업들이 갈 길은?

한국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헬스케어와 4차산업의 결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실제 의료케어 현장에 도입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술에 대한 보수적 태도와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높은 요구, 공공데이터에 대한 낮은 접근 등으로 관련 기술의 상용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듯하다.

환자의 의료정보 빅데이터와 이를 개인별 알고리즘화한 프로그램을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Cambio의 이사는 "유럽에서는 종이차트 없는 병원을 실천하며 빅데이터를 통해 더욱 정확한 진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에 대한 거부는 남아있는 것 같다. 이러한 보수주의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한편, 현장에서 만난 Invest in Denmark의 데렉 라이트 씨는 한국의 기술업체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은 센서 등 몇몇 분야의 기술력이 뛰어난 데다 대기업 중심인 일본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좋아서 한국의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김동선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joincare.co.kr)를 운영하고 있다. 곧 고령화율이 18%에 달할 한국사회에서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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