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늦가을 단풍나무_길거리의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물드는가 했더니 어느새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고, 숲 속 단풍나무와 복자기나무 그리고 서어나무도 마지막 가을 빛으로 물든 잎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다. 도대체 계절은 얼마나 빠르게 달려가는 걸까?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50 s, ISO200
늦가을 단풍나무_길거리의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물드는가 했더니 어느새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고, 숲 속 단풍나무와 복자기나무 그리고 서어나무도 마지막 가을 빛으로 물든 잎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다. 도대체 계절은 얼마나 빠르게 달려가는 걸까?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50 s, ISO200
가을이 빠른 속도로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길거리의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물드는가 했더니 어느새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고, 숲 속 단풍나무와 복자기나무 그리고 서어나무도 마지막 가을 빛으로 물든 잎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다.

도대체 계절은 얼마나 빠르게 달려가는 걸까? 계절이 바뀌는 것은 지구가 23.5도 기울어 진 채로 태양의 주위를 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가 얼마나 빨리 달리기에 이다지도 세월이 빠르다는 말인가?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고는 계절이 이 정도로만 빠르게 변하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구는 태양 주위를 자그만치 초속 29.8 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익숙한 시속으로 고쳐 보면 무려 10만 km. KTX 최고 속력보다 무려 357배, 점보 여객기의 100배가 넘는 속도며, 소리의 속도보다도 87배나 빠르다.

계속 반복되는 계절 중 사람들은 겨울을 일년의 끝으로 설정해 놓았다. 물론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이지만. 모든 자연이 마치 죽음을 맞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우리에게는 이제 계절이 종점인 겨울을 향해 마지막 주행을 하고 있는 샘이다.

늦가을 계룡산_이제 꽃들은 지고, 나무들도 아름다운 가을 옷을 벗은 가지 끝에 열매만 매단 채 계절은 터미널을 향해 접근하는 고속 버스처럼 12월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000 s, ISO100
늦가을 계룡산_이제 꽃들은 지고, 나무들도 아름다운 가을 옷을 벗은 가지 끝에 열매만 매단 채 계절은 터미널을 향해 접근하는 고속 버스처럼 12월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000 s, ISO100
문득 종점과 비슷한 말 가운데 터미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제는 익숙해진 말이긴 하지만 생소했던 외래어 '터미널'이라는 말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것은 아마 1969년 첫 고속버스의 운행과 함께였을 것 같다.

보통 기차의 경우에는 종착역이라는 정겨운 우리 말이 있는데, 고속버스는 '종착역'이라는 말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버스 종점'이라는 말도 있는데 굳이 외래어를 가져다 쓴 것은 아마 일반 시외 버스의 종점과 구별하여 좀 새롭게 보이기 위해서 일 것 같다.

이제는 '고속버스 터미널'은 익숙한 말이 되었고 시외 버스 종점도 오히려 터미널이라 부른다. 유럽의 경우 큰 도시의 중앙역에서는 기차도 우리나라 고속버스처럼 터미널로 들어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멈추어 서서 승객을 기다린다.

그래서 정말 종점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는 서울역 조차 기차는 역을 통과하는 개념이어서 고속버스의 터미널처럼 종점이라는 느낌이 덜 든다.

이제 꽃들은 지고, 나무들도 아름다운 가을 옷을 벗은 가지 끝에 열매만 매단 채 계절은 터미널을 향해 접근하는 고속 버스처럼 12월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풀들은 이 계절을 끝으로 스러지고, 많은 나무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가사 상태에 돌입할 것이다.

고기나 빵을 구울 때 겉 부분이 타기 바로 전이 가장 맛있는 색과 풍미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어쩌면 끝트막에 가까운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색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이 가을에 나는 가을 풍경으로 유명한 전국의 명소로 가을 구경을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변에 펼쳐져 있는 가을로도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이 가을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을 속으로-느티나무의 가을_아름답게 물든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황금빛 단풍과 진 갈색의 가늘고 섬세한 줄기 그리고 그 너머 너머로 이어지는 잎새와 줄기들이 멀리 펼쳐진 파란 하늘 캔버스 위에 그려놓은 한 폭의 가을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내가 가을 속으로 스며들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셔터를 눌러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500 s, ISO200
가을 속으로-느티나무의 가을_아름답게 물든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황금빛 단풍과 진 갈색의 가늘고 섬세한 줄기 그리고 그 너머 너머로 이어지는 잎새와 줄기들이 멀리 펼쳐진 파란 하늘 캔버스 위에 그려놓은 한 폭의 가을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내가 가을 속으로 스며들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셔터를 눌러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500 s, ISO200
멀리 가을의 멋진 풍경을 만나러 갈 수 없을 때, 나는 가까이에 있는 숲과 나무를 찾아간다. 아름답게 물든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황금빛 단풍과 진 갈색의 가늘고 섬세한 줄기 그리고 그 너머 너머로 이어지는 잎새와 줄기들이 멀리 펼쳐진 파란 하늘 캔버스 위에 그려놓은 한 폭의 가을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내가 가을 속으로 스며들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셔터를 눌러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송곡저수지의 가을 아침_얼마 전 가까운 공주의 송곡저수지라는 곳의 가을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자그마한 저수지 주변이 참 아름다운 가을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둑에서 바라보면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은 먼 산과, 아름다운 수형의 키 큰 메타세쿼이아 두 그루, 그리고 그 주변을 채우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 붉은 단풍나무 등 다양한 가을 나무들이 물에 비쳐 환상적인 반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 안개 끼는 이른 새벽의 신비로움이 없어도 정말 가을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하는 느낌이었다. PENTAX K-1,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50 s, ISO100
송곡저수지의 가을 아침_얼마 전 가까운 공주의 송곡저수지라는 곳의 가을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자그마한 저수지 주변이 참 아름다운 가을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둑에서 바라보면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은 먼 산과, 아름다운 수형의 키 큰 메타세쿼이아 두 그루, 그리고 그 주변을 채우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 붉은 단풍나무 등 다양한 가을 나무들이 물에 비쳐 환상적인 반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 안개 끼는 이른 새벽의 신비로움이 없어도 정말 가을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하는 느낌이었다. PENTAX K-1,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50 s, ISO100
다행히 얼마 전 가까운 공주의 송곡저수지라는 곳의 가을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자그마한 저수지 주변이 참 아름다운 가을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둑에서 바라보면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은 먼 산과, 아름다운 수형의 키 큰 메타세쿼이아 두 그루, 그리고 그 주변을 채우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 붉은 단풍나무 등 다양한 가을 나무들이 물에 비쳐 환상적인 반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 안개 끼는 이른 새벽의 신비로움이 없어도 정말 가을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주말에 다시 찾아 갔을 때에는 벌써 가을빛이 퇴색해 가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이 가을 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였다.

한국 철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올해 97세의 김형석 교수는 언젠가 TV에 출연하여 가장 행복했던 때를 60세부터 75세까지 였다고 회고 한 적이 있다.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온 노철학자의 연륜과 통찰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람 역시 어쩌면 11월의 자연처럼 그가 말한 이 시기가 인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인생의 가을에 와 있음을 깨닫는다.

늦가을에 피어나는 꽃_이제 늦가을 숲 속에는 다시 아름다운 꽃이 핀다. 한 해를 잘 살아낸 잎들이 때로는 붉게, 때로는 황금빛으로 물들며 다시 꽃으로 피어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 s, ISO200
늦가을에 피어나는 꽃_이제 늦가을 숲 속에는 다시 아름다운 꽃이 핀다. 한 해를 잘 살아낸 잎들이 때로는 붉게, 때로는 황금빛으로 물들며 다시 꽃으로 피어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 s, ISO200
이제 늦가을 숲 속에는 다시 아름다운 꽃이 핀다. 한 해를 잘 살아낸 잎들이 때로는 붉게, 때로는 황금빛으로 물들며 다시 꽃으로 피어있다. 늦가을 아침에 만나는 서어나무는 숲과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빛방울과 황금빛 이파리들로 클림트의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한다. 조물주가 그린 살아있는 그림을 통해 늦가을의 자연은 그분을 향해 기도하게 한다.

하지만 고속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면 승객을 모두 내려놓듯이 이제 머지 않아 나무들도 모든 나뭇잎들을 떨구고 텅 빈 겨울 나무가 되어 터미널에 멈추어 서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터미널에 도착한 버스는 청소와 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승객을 태운 후 목적지를 향해 새롭게 출발한다.

늦가을이 그린 그림-서어나무_늦가을 아침에 만나는 서어나무는 숲과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빛방울과 황금빛 이파리들로 클림트의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한다. 조물주가 그린 살아있는 그림을 통해 늦가을의 자연은 그분을 향해 기도하게 한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800 s, ISO100
늦가을이 그린 그림-서어나무_늦가을 아침에 만나는 서어나무는 숲과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빛방울과 황금빛 이파리들로 클림트의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한다. 조물주가 그린 살아있는 그림을 통해 늦가을의 자연은 그분을 향해 기도하게 한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800 s, ISO100
누군가가 말했다. "가을은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이루지 못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내년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볼 만한 완벽한 시간이다."라고. 이제 곧 한 해의 터미널에 도착하면 우리도 잠시 한 해 동안 들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고 새롭게 출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11월이 지나면 겨울이다.

익어가는 가을/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