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코지 STS 회장 '과학기술 나라의 생명선'
한국 선진국 반열 올라···"전지구적 문제해결에 협력"

대덕넷은 지난 3월 오미 코지(尾身幸次) STS포럼(Science and Technology in Society Forum, 과학기술사회포럼)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오미 회장은 STS 포럼에 대한 설명과 한국 과기계가 인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포럼에 동참해줄 것을 적극 권유했다.<사진=이석봉 기자>
대덕넷은 지난 3월 오미 코지(尾身幸次) STS포럼(Science and Technology in Society Forum, 과학기술사회포럼)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오미 회장은 STS 포럼에 대한 설명과 한국 과기계가 인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포럼에 동참해줄 것을 적극 권유했다.<사진=이석봉 기자>
"한국은 실력에 맞게 인류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일본의 문부과학성 장관과 재무 장관을 역임한 원로 정치인의 직설이다.

오미 코지(尾身 幸次) 前장관은 지역구를 딸에게 물려준뒤 일선에서 물러나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삶의 질 개선이란 새로운 목표를 갖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가 주최하는 STS(Science and Technology in Society) FORUM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설립자인 오미 회장은 이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포럼으로 만들기 위해 매년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한국에도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방문해 기업과 과학자를 찾아 후원과 함께 참가를 권유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오미 회장을 만나 STS 포럼에 대해 들어보았다. 기초 설명을 마친 뒤 그는 여느 일본 사람과는 다르게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미 회장은 "STS 포럼은 과학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다루자는 자리이다. 과학기술이 인류가 오늘날의 풍요를 누리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지구 온난화나 지구 차원에서의 디지털 디바이드, 파리 테러와 난민 등 갖가지 갈등처럼 폐해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류가 이를 현명하게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데 STS 포럼은 세계 석학들이 모여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책을 찾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STS 포럼에는 매년 노벨상 수상자와 대학총장, 과학관련 정부 기관, 기업인 등이 참석하며 매해 그 숫자도 늘고 있다. 출범 당시 4백여명이던 참가인원은 2015년 현재 1천2백명 수준으로 늘었다.

오미 회장은 "한국이 이제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엄연히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의식은 아직도 도상국 수준인듯 하다"며 "이제는 인류의 장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있는 역할로 전지구적 문제 해결에 협력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문제에만 열중할 뿐 시선을 더 넓게 돌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회장은 인터뷰에서 "10년 뒤 STS 포럼을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포럼이 아니라 다보스 포럼처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포럼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사진=이석봉 기자>
오미회장은 인터뷰에서 "10년 뒤 STS 포럼을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포럼이 아니라 다보스 포럼처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포럼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사진=이석봉 기자>
오미 회장은 팔순을 넘겼으나 정력적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STS 포럼 참가를 권유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아랍과 유럽 남미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미국 과학진흥협회의 연례대회 등에도 얼굴을 내밀며 STS 포럼 홍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은 나라의 생명선'이라는 신념을 갖고 의원입법으로 과학기술기본법을 만들었다. 그 기본법에 따라 일본은 5년주기로 기본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TS 포럼은 세계적인 과학관련 모임으로 착실히 뿌리내리고 있다. 2007년도에 이 포럼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이기준 서울대 前총장은 일본에서 이 정도의 국제적 모임을 만들고, 내부에서 자유롭게 토론된 내용은 충격이었다고 밝힌다.

STS 포럼은 노벨상 수상자와 과학관련 장관, 대학 총장 등의 유력 인물들이 모이는 가운데 회의 진행에 있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발언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운영방식이 독특하다. 대부분의 포럼이나 학회의 경우, 발제자가 대부분의 시간을 쓰지만 STS 포럼은 발제자가 아무리 노벨상 수상자라도 30분 발표만 가능하고 나머지는 참석자들이 2분 발언을 통해 생각을 교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본의 국제화는 더디지만 확실한 철학을 갖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13년도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의 좌담 기사에서 참석자들이 공감한 것은 앞으로는 일본 사람들의 수상 보다도 일본에서 공부한 외국인의 수상이 더 값진 성과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 교육시스템이 국제적 공인을 받는 의미를 지니는만큼 일본의 외국인 수학자나 연구자의 노벨상 수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오미 회장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아랍 국가 등이 스폰서로 참가하는데 한국 기업의 참여가 없는 것은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는 일이라며 인류 삶의 질 개선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10년뒤 STS 포럼의 모습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포럼이 아니라 다보스 포럼처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포럼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도 오미 회장은 "한국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인만큼 포럼에 적극 참가해 한국이 업그레이드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되기를 바란다"고 한국측의 참여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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