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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함구령'···"발표 직전까지 숨찼죠"

[뒷이야기]중력파연구협력단, 2002년 학습 모임으로 시작
자발적 의지 모여 韓 중력파 연구 동참
연구비 지원 거의 없어 각자 개인 연구비 충당 '애환'

금세기 최고의 발견인 중력파가 101년만에 검출되면서 과학·기술계가 떠들석하다. 중력파 탐지로 우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1000여명의 국제 연구진의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을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다. 

국제 연구진이 쾌거를 이룬 가운데 지난 2011년부터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단장 이형목 서울대 교수·이하 연구협력단)이 LSC(LIGO Scientific Collaboration·라이고과학협력단·이하 LSC)의 협력 회원으로서 최초로 중력파를 발견한 어드밴스드 라이고(LIGO) 관측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기 모니터링 등의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연구협력단의 첫 시작과 검출성공까지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2002년 연구자간 자발적 학습모임으로 참여 시작

연구협력단의 시작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력파 연구에 신념을 갖고 있던 이형목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기 위한 학습 모임으로 추진됐다. 대부분의 모임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흐지부지되는 것과 달리 연구자들의 의지가 모아져 모임은 점차 발전했다.

약 20여명이 협력단 소속 과학자들은 1주일에 1번씩 전화통화와 1달에 1번씩 전체회의를 수행했다. 또한, 반기에 1번씩 워크숍을 통해 교류의 시간도 가졌다.

2008년 한 학회에서 가브리엘라 곤잘레스 LSC 대변인의 강연은 연구협력단의 큰 전환점이 됐다. 물리적인 시설 없이도 연구 열정만 있다면 LSC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협력단은 크게 고무됐다. 이어 회원가입이 추진돼 이듬해 LSC와 연구협력에 관한 MOU가 체결됐다. 

LSC 가입 국가들은 미국, 독일 등 처럼 거대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거나, 중국·호주 등과 같이 역사적으로 오랜 중력파 연구를 수행해 왔다. 반면, 한국은 거대연구시설도 없었으며, 연구는 10여년이 채 안됐다.

연구비 확보는 그동안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국내 연구 과제 평가시 관련 분야의 과거 성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 중력파 연구 과제비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지난해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에 제안한 0.01∼1헤르츠(㎐)의 저주파검출기(SOGRO) 건설이 과제선정과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연구비는 대부분이 교수들의 개인과제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의 기본사업비 등 개인적 차원에서 충당해 왔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신진인력의 양성이었다. 박사후 연수과정생, 대학원생의 연구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그런 가운데 2011년 일부 연구자들이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연구네트워크 사업 지원으로 1억 원씩 3년 동안 지원 받아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등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한선화)의 글로벌대용량실험데이터허브센터(GSDC) 지원사업을 통해 연구비 일부를 지원받기도 했다.  

국제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도 이때 부터다. LSC의 대용량 서버 접근 권한을 부여 받게 되면서 KISTI 대용량데이터허브실 등을 활용해 클러스터 분석, 중력파 신호와 잡음 분리 등의 연구가 수행돼 왔다.  

LSC 공식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자료=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홈페이지>

◆ 발표 직후 함구령…美 교수 SNS 정보유출로 조사위원회 구성되기도

"Very Interesting Event(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중력파 검측이 성공한 것은 지난해 9월 14일. 당시 생일이여서 일찍 퇴근한 오정근 연구원은 LSC 측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로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중력파'가 발견된 것. 오 연구원은 즉시 연구협력단에 이메일을 전달했고, 설레는 마음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정근 연구원은 "성공은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검출기 향상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검출 성공이 예상보다 빨리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영민 부산대 박사과정생도 "중력파 연구는 회원을 제외하고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힘들었다"면서 "최초 발견 소식을 믿지 못했는데, 실제 데이터 분석을 해보고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첫 검출이 되자마자 국제연구진 사이에는 함구령이 떨어졌다. 국내·외 연구진들은 대부분 성공 사실을 알게되었지만 주변인에게 알릴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의 한 교수가 SNS에 정보를 유출하면서 내부 단속은 더 엄격해졌다. LSC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발표전까지의 6개월동안 검증이 계속 이뤄졌다. 오정근 연구원은 "발표 일주일을 앞두고는 미국 연구진에 맞춰 새벽 2시부터 시작해 4시에 끝나는 회의가 반복됐다"면서 "회의가 끝나고 나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연구진이 참여한 2011년은 이미 미국 검출기 가동이 완료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험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이후의 데이터 분석 참여만 가능했다. 데이터서버에 공유된 자료의 접근 권한을 부여 받아 데이터 분석 등을 수행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인 카지타 타가아키 도쿄대 교수가 이끄는 KAGRA(대형저온중력파망원경) 건설과 실험에 일부 연구진들이 참여하게 됐다. 데이터 분석 등에서 연구역량을 확보한 한국 연구자들을 일본 측에서 원하게 된 것이다. 이형목 교수는 "일본에서 연구자 초청을 원한다는 이메일을 받고, 각종 학회 등을 다니면서 중력파 기초 연구 실험을 수행할 연구자를 모집한 끝에 몇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연구자 역시 실험 과정에서의 연구비 지원은 없다. 개인연구비를 활용해 KAGRA에서 실험을 수행하다보니 큰 규모의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형목 단장은 "데이터 분석 연구 역량은 어느정도 축적된 만큼 앞으로 실험을 위한 연구비가 확보되어 안정적 실험 그룹이 만들어져 중력파 연구가 발전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연구진들은 검출 성공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지길 희망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중력파 연구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독립적 연구 저변이 확대됐으면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차세대 검출기 모델 설계 등 기술적 역량이 뛰어난 연구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연구협력단이 한국 중력파 연구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모습.<사진=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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