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의 눈물…'과학계 임피제' 새국면?

민병주 의원 눈시울에 연구현장 공감…미래부, 기재부 설득할까
여·야 의원, 과학계 임피제 부당 촉구에 崔장관 "기재부 협의
연구현장에선 '동의서 제출' 둘러싸고 갈등 심화

과학기술계 임금피크제 도입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 경영진은 임피제 도입을 서두르는 반면, 대다수 현장 과학자들과 노동조합은 임피제 도입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이 과학계 임피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정부를 공격하고 나서 과학계 임피제 도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과학기술자 출신의 여당 국회의원은 눈물까지 보이며 과학계 임피제를 반대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때가 아니면 안된다'로 규정하고 과학계 연구기관들을 압박하던 미래창조과학부는 국회 차원의 반대 목소리에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국회의원들의 임피제 도입 질타에 "출연연 임금피크제는 여러 사항을 고려해 일괄 적용은 무리라는 인식으로 다양한 방안을 기재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현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반대 입장에 따라 미래부가 기재부를 설득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과학계 임피제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민병주 의원, 최 장관에 대통령 직접 보고 '개선 요구'…"연구는 노동 아냐"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출연연은 IMF 때 65세인 정년을 61세로 4세나 단축시켜 대학교원과의 형평성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연장 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은 단순한 임금감소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최양희 장관에게 출연연의 특수성을 대통령께 직접 보고해 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 

민 의원은 ▲역대 과학기술분야 노벨상 수상자 중 60세 이상(전체 70%) ▲올해 과학관련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75.6세) ▲연구재단 발간의 이슈페이퍼의 '노벨상 수상 경로 시나리오'를 보면 최소 65세까지는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민 의원은 "교원과 의사 등은 타 기관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임피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우리 과학자들이 그들만 못한가"라고 눈물을 보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민 의원은 연구자의 연령에 따른 연구생산성 관련 해외 자료를 통해 "연구와 노동이 다르다. 과학자들의 연구는 나이가 아니라 성과에 의해서 평가해야 한다"며 "출연연에 일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출연연까지 임피제를 관철시켜야 할 정책은 아니라고 지적했고,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임금피크제는 과학자의 사기저하만 불러 일으킨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최양희 장관은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기재부와 협의 등을 통해 해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한편 민병주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부의 정책 기본방향은 10월 말까지 원안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래부에서 기재부로 역할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음주 기재부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며,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개최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민병주 새누리당 국회의원.<사진=국회 민병주 의원실>

◆ 정부-연구기관 임피제 동의서 제출 요구 공방…현장 "미래부, 기재부 설득 기대"

정부와 연구기관 차원의 임금피크제 동의서 제출 요구 공방이 벌어지면서 현장 구성원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노동조합과 정부가 날선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과반수 노조가 없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임피제 도입 동의서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과반수 노조 유무 상황에 따라 협약 타결 조건을 달리 하고 있다.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 동의가 필요하지만,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 개별동의를 받을 수 있다. 

노조가 과반수에 미치지 않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경우 오는 12일까지 임금피크제 도입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배포해 서명을 받는 중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도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배부해 제출토록 했으며, KIST는 직원들에게 이미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조합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출연연에 임피제 동의서 제출을 강압적으로 하고 있다"며 "다음주에는 기계연, 핵융합연, 에너지연, 지질자원연 등 노조가 과반수가 되지 않는 출연연과 노조가 없는 연구원이 대상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학계 한 원로는 "청년 고용 창출이라는 목적을 내건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천편일률적으로 효과도 미비한 과학계에 적용되는 것은 막아야 할 일"이라며 "연구환경을 또 한번 저해시키는 결단이 내려질 경우 국가적 후퇴는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과학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미래부가 기재부를 잘 설득해 과학계의 특수성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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