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회 정기강연…강현정 교육전문기자, '진정한 삶의 방향' 제시

하나,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둘,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셋,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
아홉,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라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열,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거창고등학교 직업 선택 10계명 중 일부다. 뒤로 갈수록 저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진짜 이대로 살라고? 점입가경이다. 경상남도에 위치한 거창고등학교는 1953년에 개교한 대안학교다. 높은 명문대 진학률때문이기도 하지만 거창고가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직업 선택 10계명' 덕분.

거창고 직업 선택 10계명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최근 한 교육전문기자가 3년간 거창고 졸업생과 재학생, 교사들을 취재해 10계명을 다양한 각도로 재해석해 발간한 도서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의 공동 저자 강현정 작가(교육전문기자)가 그 질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기 위해 백북스를 찾았다.

이날 304회 정기강연에는 많은 백북스 회원이 자리했다.<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이날 304회 정기강연에는 많은 백북스 회원이 자리했다.<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백북스 304회 정기강연이 24일 오후 7시 대전 탄방동 백북스홀(박성일한의원 6층)에서 한남대 대학생과 학부모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의 공동 저자인 강현정 작가가 연사로 나서 참석자들과 직업을 찾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 소통했다.

이날 정기강연에는 책의 주제에 맞게 20대 청년들과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행사장은 강 작가와 진정한 행복의 기준과 대한 주제로 교감하는 자리로 북적였다.

강연 중인 강현정 작가.<사진=방혜리 인턴 기자>
강연 중인 강현정 작가.<사진=방혜리 인턴 기자>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강 작가의 질문에 강연장은 순간 어수선해졌다. 답을 내놓은 참가자들이 더러 있었지만 한마디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세상에 사랑만큼 모호한 단어도 없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연인 사이에서 느끼는 사랑, 선생과 제자간의 사랑...

"거창고 10계명의 핵심은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대신 사랑을 실천하도록 가르치죠."

거창고에서 의미하는 사랑은 '남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다. 물론 그 '남'의 범위는 자신이 처한 상황,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남'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사랑도 깊어지는 것.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가야겠죠. 그러려면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야 하고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식에게 공부만을 강요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남을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거죠."

3년간의 취재기간 동안 그는 '나는 지금까지 내 자식을 진짜 사랑하는 엄마였는가?',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엄마였는가'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나 하나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에 살고있는 모든 사람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말로만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보여주는' 교육을 강조했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치려고 해도 졸 사람은 졸아요. 말로만 하는 교육은 소용이 없어요. 내 삶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 이게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이데올로기라도 강요에 의해서는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강연 도중 백북스 회원의 책의 일부를 낭독했다.<사진=방혜리 인턴 기자>
강연 도중 백북스 회원의 책의 일부를 낭독했다.<사진=방혜리 인턴 기자>

그는 "'난 너희들보다 경험이 많으니까 내가 옳아'라고 아이들에게 강요만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 아닐까요?"라고 말하며 경쟁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에게 진짜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강연을 접한 강신철 한남대 교수는 "그동안 매스콤에서 번듯한 직장만을 강조하고, 경쟁을 부추겨 왔던 것이 사실이다. 부모, 주변, 사회의 시선때문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지 못한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그런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며 "하지만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경쟁을 지양한다는 뜻을 결코 나태하게 살아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진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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