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서울대 교수, '금요일에 과학터치' 강연

이병호 서울대 교수는 대전교육과학연구원(원장 정용하)에서 개최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강연장을 찾아 과학꿈나무들에게 '빛 과학'의 꿈을 심었다.

특히 올해는 UN이 선포한 '세계 빛의 해(International Year of Light and Light-based Technologies)', 정확하게는 '세계 빛과 광기술의 해'이다. 지난달 27일 레어저 빛의 전신 '메이저'를 발명한 노벨과학상 수상자 찰스 하드 타운스(Charles Hard Townes) 박사의 타계 소식도 전해져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

지난달 30일 '빛과 레이저'라는 강연 주제는 초등학생 참가자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이 교수는 레이저의 개발 과정 등 빛에 대한 연구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강연 끝까지 자극했다.

강연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강의 내용 중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학생들은 손을 들어 질문했고 이 교수는 이에 바로 대답해주며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사진=조은정 인턴 기자>
강연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강의 내용 중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학생들은 손을 들어 질문했고 이 교수는 이에 바로 대답해주며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사진=조은정 인턴 기자>

이 교수는 "올해는 이슬람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의 '광학의 서(書)' 편찬 1000주년"이며 "맥스웰의 전자기파이론 150주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완성 100주년과 등 빛의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기념일이 몰려 있는 해"라며 올해가 세계 빛의 해로 선정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감 중에서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가 가장 많다. 물체는 빛을 받으면 이를 반사시키고 우리 눈은 이 반사된 빛을 인식하기 때문에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 또한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빛과 레이저' 주제에 맞게 이 교수는 참가 학생들에게  빛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빛이 중요한 이유는 많다. 빛은 과학, 기술과 산업에 응용돼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조명, 통신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빛의 활용 범위는 기술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작년 노벨화학상과 노벨물리학상 모두 빛과 관련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이 받았다"라며 '빛과 노벨상'을 화두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은 광학 현미경의 한계를 뛰어넘은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에릭 베치그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그룹리더, 슈테판 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생물물리화학연구소장, 윌리엄 머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초분해능(super-resolution)광학 현미경을 개발했다.

기존 광학 현미경은 가시광선 파장의 절반 정도밖엔 볼 수 없어, 세포 내 소기관들을 살아있는 형태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수상자들이 개발한 초분해능 현미경은 빛의 파장보다 미세한 수 십 nm단위의 분자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노벨물리학상은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한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에게 돌아갔다.

LED연구는 사실 1950년대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적색과 녹색 LED는 일찌감치 개발됐으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청색 LED의 개발이었다. 이에 선구적 역할을 한 사람들이 위 세 명의 과학자들이었다. 1989년 아카사키 이사무 나고야대 교수와 그의 제자였던 아마노 히로시 등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나카무라 슈지는 청색 LED를 상용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재 대부분 조명들도 모두 LED 조명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병호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조은정 인턴 기자>
이병호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조은정 인턴 기자>
이 교수는 "빛의 연구는 레이저 발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강조했다.

1917년 아인슈타인은 유도방출(stimulated emission)이란 아이디어를 만들어냈고, 1950년대에 타운스는 양쪽에 거울을 설치하여 빛을 가둬놓고 반사를 지속시켜 쌍둥이 복제를 통해 아주 강한 빛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것이 레이저이고, 그 새어 나오는 빛이 우리가 사용하는 레이저이다.

레이저(laser)는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앞글자만 딴 것으로, 원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다가 외부의 빛에 자극을 받아 쌍둥이 빛을 방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지난달 27일 타계한 노벨상 수상자 찰스 하드 타운스의 사례를 설명하며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전자공학과 증폭기에 대해 몰랐었다. 전기공학자들은 대개 양자역학을 배우지 않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레이다(radar)개발을 위해 공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이 함께 일하게 됐고, 물리학자들이 전자공학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레이저의 늦은 발명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21세기 이후, 플라즈모닉스 분야는 지속적인 성장 중에 있다"며 '표면 플라즈몬'을 언급했다.

저장매체 기술 중 주목받는 '표면 플라즈몬 광학'은 빛을 더 좁은 공간에 집속하기 위한 과정을 말한다. 빛을 공간에 집속하려면 다양한 각도의 평면파를 모아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더 짧은 파장과 더 넓은 각도의 빛을 모아도 기본 파장의 절반 이하 크기의 해상도를 가질 수 없다.

표면 플라즈몬은 금속 표면의 자유전자와 외부 빛이 결합해 함께 진동하는 상태다. 본래 자유전자는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일정 조건이 맞으면 외부 빛의 진동과 결합해 함께 진동하게 되는 것이다.

빛은 지구상의 어떤 입자보다도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빛의 직진성과 파장 한계 같은 한계점 때문에 그 응용에 제한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표면 플라즈몬 광학은 고전 광학의 한계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준다. 고전 광학만으로는 파장 한계 이하로 빛을 통과시킬 수 없지만 표면 플라즈몬으로 결합된 빛으로는 파장 한계보다 작은 슬릿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빛의 투과성이 높아지고 3차원 분포를 가진 빛의 세기나 위상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홀로그래피 현미경의 이용도 가능하다.

이렇듯 플라즈모닉스 연구는 미래 사회의 정보 전달과 직접화된 광 회로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기술이다.

강연 말미에 다다르자 이 교수는 미국의 전산학자 앨런 케이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발명하는 것이다"라는 어록을 소개했다. 

그는 "영화 백투더 퓨처가 그린 미래의 모습이 바로 현재 2015년이다. 하지만 영화 속 모습과 지금은 상당히 다르고 아무도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며 "미래가 궁금하다면,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가지라"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희망을 북돋아 줬다.

한편 강연에 앞서 '진공청소기 만들기'라는 주제로 이민숙 동대전고등학교 교사가 도입강연을 진행했다. 참가 학생들은 몇가지 부품만으로 간단한 청소기를 제작해 작동시켜 보며 과학적 개념을 스스로 터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교수의 '빛과 레이저' 본 강연에 앞서 '진공청소기 만들기'를 주제로 도입강연이 진행됐다.<사진=조은정 인턴 기자>
이 교수의 '빛과 레이저' 본 강연에 앞서 '진공청소기 만들기'를 주제로 도입강연이 진행됐다.<사진=조은정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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