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첫수 융합 포럼…과학정책대학원·건설및환경공학과 공동 주최
"세월호는 재난…인프라 구축·성찰에 대한 고민 필요"

전라남도 신안 홍도에서 유람선 좌초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사고로 받은 놀람과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사고가 이어졌고, 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세월호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안전불감증을 넘어 국가·사회의 구조적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며 관련법 제정도 이어지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닌 재난이라는 논의가 이어졌다.

1일 KAIST 창의학습관에서는 KAIST 첫수 융합포럼이 열렸다. 매주 첫번째 수요일 개최되는 이 포럼은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가 융합하기 위해 열리는 토론의 장으로 이번 융합의 대상은 과학기술정책대학원과 건설및환경공학과 였다.

두 분야가 이번 포럼에서 융합했던 주제는 바로 '세월호' 였다.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는 전치형 조교수가, 그리고 건설및환경공학과에서는 박희경 교수가 관련 논의를 이끌었다.

◆세월호는 재난…사회를 탈바꿈 시키는 계기

"결론적으로 세월호는 사고가 아닌 재난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회가 불완전하고 취약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기 때문입니다."

1일 KAIST에서는 '첫수 융합포럼'이 열렸다. 이날 열린 포럼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전치형 과학정책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사회의 불안정성을 보여준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1일 KAIST에서는 '첫수 융합포럼'이 열렸다. 이날 열린 포럼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전치형 과학정책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사회의 불안정성을 보여준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전 교수는 사고와 재난에 대한 의미 규정부터 이야기 했다.  "A Ship in the Ocean: What Do Disasters Tell Us about Our Society and Its Policies?"을 주제로 발표한 그는 "단순히 사고와 재난의 단어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사고와 재난에 대해 먼저 규정해야만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를 예로 들며 말문을 열었다.

"비행기가 건물에 부딪히기 직전 사진을 보며 여러가지 분석을 할 수 있지만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보면 땅에서 인간을 떨어뜨려 놓는 두 거대한 기술이 부딪히는 것입니다. 이 두 구조물은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것인데 이 신뢰가 구조물의 시스템에 대한 것인지 사람에 대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배를 비롯해 구조물에 탑승할 때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런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뢰를 만들어주는 것은 구조물을 구성하는 프로토콜, 시그널 등과 함께 이를 운용하는 사람과 관계된 모든 기관까지 포함한다는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는 이 신뢰를 배신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세월호는 교통사고와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 됐던 '교통사고론'에 대해 말했다. 그는 "교통사고는 지침에 따라 행정 대응이 가능하고 사고 처리 후 '종결'된다"며 "이에 비해 재난은 보다 넓은 범위의 처리가 필요하며 대응체제가 없고 교통사고처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긴 흐름과 과정 속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하며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는 사고가 아닌 재난이라고 재차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1997년 2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KAL기 사고가 아닌 삼품백화점 붕괴와 비교 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세월호는 사회 구조적 재난에 가깝다는 것의 전 교수의 의견이다.

"사고는 사회의 안정성을 확인시켜주고 처리를 하게 되면 사고가 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듭니다. 하지만 재난은 그 결과 사회가 탈바꿈하게 됩니다.  재난을 통해 사회가 불완전하고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선택과 결정으로 유발되는 사회구조적 재난으로 봐야 합니다.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재난에 대한 질문과 질책, 그리고 성찰이 필요합니다."

◆"인프라 스트럭쳐가 무너지면 사회가 붕괴된다"

박희경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Fusion and Disasters Management for Cities and their Vital Systems: A Conceptual Review"를 주제로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인프라의 중요성에 대해 이어 발표했다.

박 교수는 기원전 로마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로마의 인구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100만 정도였다"며 "대규모 인구가 거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수도 시설이 그만큼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마는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에 패하고 모든 상수도 시설이 파괴된 이후 인구가 5만으로 줄어들게 되고 결국 멸망한다.

박 교수는 이 역사적 사실에서 "인프라 스트럭쳐가 파괴되면 결국 사람이 살 수 없게 되고 이것이 재난과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의 역사도 언급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냄새를 없애기 위한 향수, 오물을 막기 위한 모자와 망토, 그리고 하이힐 등이 발전했지요. 하지만 결국 위생 문제로 페스트(흑사병)이 생기고 재난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적이며, 이 인프라가 무너지면 재난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프라 스트럭쳐가 무너질 때 재난이 발생하고 세월호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인프라가 무너졌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라는 재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박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사람과 기술, 사회정책이 모두 부실했다고 지적"하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더 많은 대책이 있다면 재난도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재난에 대한 대응은 재난을 원천봉쇄하는 '방재'에서 피해와 영향을 줄이는 '감재'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 부분에서 다양성을 늘리는 한편 사회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도록 투명하고 명료한 운영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과학계의 책임에 대해 KAIST의 많은 교수들과 논의를 거쳤고, 이를 바탕으로 10월에 문을 열 재난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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