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미래 바꾼다⑥]'기술 숲 지도' 만드는 ICT 싱크탱크 창의미래연구소
글로벌 트렌드 분석…변화·혁신 주도하는 전략 사령탑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기본적으로 경쟁 업체, 고객 분포 등 시장과 외부 환경 등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오진태 ETRI 창의미래연구소 미래기술연구부장. <사진=이해곤 기자>
오진태 ETRI 창의미래연구소 미래기술연구부장. <사진=이해곤 기자>

R&D 기술 시장도 이와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는 어떤 기술이 트렌드인지, 어떤 기술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R&D 분야는 특히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오진태 ETRI 창의미래연구소 미래기술연구부장은 "이제는 해외 유망기술을 쫓아갈 때가 아닌 공격적인 기획과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연구개발은 해외 기술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전략에 치중해왔고, 이제 우리의 기술 수준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개발도 전략을 세워야 성공한다

ETRI 창의미래연구소는 한 마디로 연구개발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곳이다. 5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ETRI가 장기적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창의미래연구소는 연구 성과가 눈에 띈다. 웨어러블 기기나 로봇의 인공피부 등으로 활용될 물에 넣거나 휘어도 정상으로 작동하는 투명유연 촉각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 중에 있다. 여러 점을 동시에 손가락으로 누를 때 위치와 힘의 세기를 동시에 측정하는 멀티터치 인식도 가능해 스마트폰 등의 사용을 더욱 손쉽게 해줄수도 있다.

이런 연구 개발 성과도 중요하지만 연구소의 가장 핵심 역할은 바로 '기술 숲 지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오 부장은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고민이며 이것이 연구소가 추진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무를 어디에 심어야 하는지를 보려면 전체 숲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나무가 부족한 곳이 어딘지 알 수 있다"며 "기술도 마찬가지다. 지금 기술이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알고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소도 기업이나 민간연구소와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의 기술력도 이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기반아 갖춰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가트너에서 매년 공개하는 하이프 사이클. 유망 기술에 대한 세계 트렌드를 살펴 볼 수 있다. <자료=ETRI 제공>
가트너에서 매년 공개하는 하이프 사이클. 유망 기술에 대한 세계 트렌드를 살펴 볼 수 있다. <자료=ETRI 제공>

그는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가트너 사에서 매년 발표하는 이 그래프는 신기술의 개발부터 사업화, 안정화 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망 기술에 대한 트렌드 분석으로 사용된다.

기술이 시작하면 많은 투자가 집중되고 정점에 이르고 나면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안정화에 접어드는 것이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의 기본 모습이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세계에서 소개되고 유망하다고 분석되는 곳에 투자를 했다"며 "R&D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D단계에서 시작해 스타트업으로 이어지면 사업화가 되지 못하더라도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구글이 노키아를 인수했을 때 일각에서는 '구글이 노키아의 원천 기술을 싼 가격에 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즉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분석하고 이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3% 성공률에 투자하는 미국, 성공률 99% 한국

오 부장은 미국에 건너가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실패를 거듭했던 이 과정에서 어떤 기술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를 많이 배웠다.

"미국 벤처 투자 회사들은 수많은 IT기업들을 분석하고 투자를 합니다. 그들은 이 가운데 성공확률이 3%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 낮은 확률에 투자하는 데는 그만큼 큰 성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3%에 불과한 성공률이지만 성공하면 100%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100개의 기업에 투자해 3개가 성공하더라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벤처의 다이나믹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았고, 유망한 분야에 대한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획이 중요함을 설명했다.

창의미래연구소가 마련 중인 기획 방안의 다양성. <자료=ETRI 제공>
창의미래연구소가 마련 중인 기획 방안의 다양성. <자료=ETRI 제공>

그는 "현재 R&D로드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고 소비자, 투자자의 입장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 과제 성공률 99%다. 그는 "연구소들의 과제성공률은 99%에 달하지만 그 성공에 이은 성과는 크지 않다"며 "보다 큰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획을 위해 기술 기획을 강화하는 한편 분야 기획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제안하는 사람들이 과제나 기술의 주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누가 전문가인지, 얼마나 신선한지 등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이 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기획이 이뤄지면 다양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고 ,스스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다.

오 부장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며 "우리 R&D 영역을 보다 신선하게 만들기 위해 명확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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