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유형 분석해 개인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 제시
최병혁 대표 "창업, 아이템보다는 목표를 먼저 생각해야죠"

"창업이라고 하면 모두 '대박'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만을 생각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목표입니다. 목표가 확실하면 아이템은 언제나 새롭게 개발할 수 있거든요."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강성모)문지캠퍼스에서 만난 최병혁 대표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와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뇌의 유형분류를 통한 공부방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뉴페이지'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최병혁 뉴페이지 대표.
최병혁 뉴페이지 대표.

현재 KAIST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인 뉴페이스는 3명의 상근 직원이 근무하는 벤처기업이다. 2012년 말 학내 벤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KAIST E5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문지캠퍼스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온 최 대표는 10평 남짓한 뉴페이지의 사무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메운 낙서 같은 메모들과 공식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과 회의를 하거나 정리한 내용을 벽면에 적어둔다고 설명했다.

"서재에 만화책을 가득 채우는 것도 목표에요. 지인들이 오가며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기도 해요."

뉴페이지는 교육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어지러운 사무실에 이어 만화책이라니. 과연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나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정도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 뇌 유형분석하면 공부법이 보인다

"개인별 맞춤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학창시절을 지나 온 사람이라면,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자신만의 방법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면 더욱 필요한 부분이죠."

그들은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고 싶었다. 몇몇 친구들과 KAIST 1학년 시절부터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부가 안되는 것을 외부환경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자신만의 공부법을 안다는 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거기서 나온 결론은 '자신에 맞는 공부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결정짓는다'였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다가 결국 창업에 이르렀다.

사무실 벽면을 가득 메운 메모와 자료들. 자유롭고 개방적인 호사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사무실 벽면을 가득 메운 메모와 자료들. 자유롭고 개방적인 호사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뉴페이지의 프로그램은 뇌의 유형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공부방법에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크게 기억력형과 논리력형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공부법을 달리해 테스트를 거친 결과 실제로 성적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리력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풀이과정에서 논리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체크를 하게 하고, 기억력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틀린 문제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난이도별로 모아두고 집중적으로 풀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예비 고3학생들 수차례 모의고사를 치르게 했고 그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성적이 모두 향상됐다.

사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개발한 공부법은 소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아닌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알려주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이면 더 큰 효과를 가지게 돼요. 공부에 재미가 붙는다고 해야 할까요? 또 성취감을 알게 된 학생들은 스스로 노력하는 법도 알게 됩니다."

뇌 유형으로 구분짓기에 앞서 다양한 시도도 있었다. 성격이나 자아존중감, 집중력 등 다양한 기준을 공부법에 대입시켰다. 하지만 수치화 하거나 명확하게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인슈타인의 뇌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전두엽이 다른 사람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람마다 뇌가 조금씩 다르고 발달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이거다 싶었죠. 뇌가 다르다면 그 유형을 분석하고 활용해야 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논리나 반복을 이용한 학습법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뇌의 유형을 분석하기 위한 테스트를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공부법은 이번 여름 한밭고에서 실전 경험을 할 예정이다. 한밭고 학생 81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 지금은 교재 개발이 한창이다.

"저희는 학교를 사업의 대상으로 잡고 있어요. 학원이나 개인을 목표로 하면 많은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힘들거든요."

◆ 창업은 일자리 창출이 아닌 가치를 창출

사업에 대한 그의 생각은 조금 남달랐다. 수익을 올리기 위한 모델이 아닌 확산을 위한 다는 것이 더 적합해 보였다. 애초부터 공부법을 위한 창업을 했을 때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출보다는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업할 때 이 부분을 꼭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런 효과를 생각하는 것이 곧 기업의 가치고 이게 있어야 사업이 유지될 수 있거든요."

요즘 스타트업 기업들이 아이템에 집착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하며 "가치가 있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고, 발전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혁 대표와 창업멤버인 김귀중 영업이사. 그들은 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했고, 8월부터 한밭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최병혁 대표와 창업멤버인 김귀중 영업이사. 그들은 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했고, 8월부터 한밭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이어 그는 "목표가 확실하면 하나의 아이템이 실패하더라도 곧 다른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을 장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늘리고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는 더 큰 효과가 있어요. 창업은 가치를 만드는 데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합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수학에만 적용되는 공부법을 영어와 독서법 등 새로운 분야로 넓혀가는 것이다.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라는 목표에서 나온 새로운 아이템들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주커버그가 기숙사에서 창업한 것을 언급하며 KAIST의 창업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여름부터 방학이지만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게 됐어요. 창업에 대한 배려와 환경이 갈수록 좋아 지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주커버그처럼 기숙사 창업이 나오는 것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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