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벤처결산-중]매출없고 자금난..."악순환 끊어라"

기업은 매출이다. 모든 평가는 매출이 말해준다. 물론 순이익을 내는 매출을 말한다. 하지만 대덕밸리 기업들의 2002년 경영 성적표를 보면 한심할 정도다. 1-2년차 기업들이야 할말이 있지만 3-4년차 기업들 가운데에도 이렇다할 매출이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1백억원 이상 기업 명단을 봐도 그렇다. 지난해 1백억원대 이상 기업들은 모두 6개 기업이다. 당시 전망은 올해 20개 이상의 1백억원대 이상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실망스러울 정도다. 올해에는 1개가 늘어난 7개 기업(잠정)이다. 혹자는 1개 늘어났지 않았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대덕밸리에는 8백여개의 벤처기업이 있다. 이 가운데에서는 3-4년차에 들어선 기업들이 절반을 넘는다. 이제는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올라서야 될 단계이다. 하지만 아직도 스타기업 출현은 요원해 보인다.

대덕밸리를 방문한 前 대기업 사장은 "벤처기업에게 있어 제자리 걸음은 퇴보라고 보면 된다"라고 규정한뒤 "지난해 1백억대 매출 기업이 6개이고 올해 7개라면 성장한게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침체된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도 좋지 않은 성적인 것 만은 확실하다. 요즘 대덕밸리 L 사장은 회사 일로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다.

2년동안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제품을 가방에 넣고 백방을 뛰어다녔지만 판로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L 사장은 제품을 출시한 후 6개월째 돌입했지만 아직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투자받은 자금도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다. 당장 다음달 급여기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투자는 고사하고 융자를 위해 은행 문을 드나 들었지만 매번 '매출을 내고 나서 이야기 하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대덕밸리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악순환의 사슬이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기술개발을 끝내고 본격적인 세일즈에 나섰지만 제품을 팔지 못하고 제품을 판매 하지 못하니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그러면서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부도가 나는 식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첫 단추에서 찾을 수 있다.

대덕밸리 기업들이 첫 단추를 잘못끼우게 되면서 악순환의 고리로 진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가령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덕밸리 기업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만 관심이 있다.

결국 수요자가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제품이 된다.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우수한 기술력으로 제품을 만들고 시장진입에 나섰으나 냉담한 반응으로 꿈을 접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대덕밸리 O사의 K사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교육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가 시장의 외면으로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대덕밸리를 찾은 삼성전자의 한 담당자는 "대덕밸리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 다면 '나홀로 개발'을 들수 있을 것"이라면서 "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장을 정확하게 읽고 시작해야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올한해 대덕밸리에서는 벤처캐피털 투자도 얼어 붙었다. 벤처기업들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이 대덕밸리에서 짐을 싸거나 축소하는 등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전반적인 한국의 벤처캐피털 업계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한겨울 수준이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 네트워크가 사무실을 폐쇄한 반면 무한기술투자는 인력을 줄였고 이밖에 다른 벤처캐피털들도 개점 휴업인 상태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대덕밸리 기업들에게 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소리가 들려야만 투자가 늘어날 텐데 그런 소리가 많이 안들린다"라면서 "대덕밸리에 투자가 늘어나려면 결국은 이런 소리가 들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