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창조경제다-16]김성수 용도변경 대표 "이제는 개인제조 시대"
회원제 자작 커뮤니티 활동 공간 "꿈꿔왔던 아이디어 이곳에서 실현하세요"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 대전 어은동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곳은 회원제 자작 커뮤니티 활동 공간이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창조에 대한 의욕만 있다면 누구든 참여해 활동할 수 있다.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크게 말해 개념 면에서는 테크숍과 비슷하다. 일종의 미니 테크숍인 셈이다. 이 곳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적·물리적인 제약으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상상력 천국이다.

최근 전문 설비와 엔지니어를 갖춘 '시제품 제작소'가 민간 업체에서부터 공공 기관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지역의 경우 그 움직임이 서울에 비해 현저히 작은 게 현실이다. 제조업 기반 창업 열풍이 불면서 시제품 제작에 대한 열망도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창업은 하나의 트렌드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용도변경은 해커스페이스를 표방한다. 해커스페이스는 개인의 창작개발공간과 이벤트, 전시 등을 지원·활동하는 모임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100여 곳의 창작개발공간이 있다. 이 곳에서는 기술과 예술, 그리고 지식을 함께 나누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같이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재창조 할 수 있다.

획일적인 생활 패턴을 통해 창의성을 자신의 기죽이고 싶지 않다는 김성수 용도변경 대표. 그래서 그의 하루는 느즈막히 시작된다. 언제나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직장인들과 같은 생활은 유지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막강 합리화 논리다. 계속해서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자유로운 그의 움직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뿜어져 나왔다.

김성수 대표.
김성수 대표.
김 대표는 "근무 시간이 많다는 건 우리나라 발전에 저해 요인이다. 일만 많이 하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다. 삽질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다"며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녹초가 돼 있으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치열하고 피곤하게 산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용도변경을 만든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김 대표에게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 아세요? 그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인터넷과 제조업이 결합해 사회적 생산기법이 확산되는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누구나 발명가이자 기업가가 될 수 있다'고요. 뛰어난 아이디어를 바로 제조로 연결하는 '소규모 맞춤생산'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이야기죠. 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호에 맞춰 다양한 생산을 할 수 있어요."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아직까지 대전엔 이러한 개념의 창작터가 전무하다. 용도변경이 대전 유일의 미니 테크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곳이 대형장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투자된 테크숍과 달리 이곳은 철저하게 회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장비 역시 소규모다. 그렇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웬만한 작업은 다 가능하게끔 갖춰져 있다.

뭐 하나에 꽂히면 뚝딱 뚝딱 잘도 만들어내는 김 대표. 레이저 커팅기며 CNC 머신 등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중요 장비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지금은 3D 프린터 장비에 도전 중이다.

그는 "회원은 10명 정도 된다. 회비로 운영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워크숍도 진행한다"며 "함께 하면서 결과를 도출해내자는 게 해커스페이스 목적이다. 가끔씩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일하는 작업실.
그가 일하는 작업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 서울에서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다 말아먹었다는 그는 "내가 온전히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며 "이 곳에서 제품 개발도 하고, 디자인도 한다. 전자회로 같은 것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이 개발 인력들이 없어 외주를 맡기다. 그런 일들도 하면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아티언스 페스티벌에 제품 개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무대를 캔버스 삼아 펼쳐지는 다양한 기술적 구현에 큰 역할을 했다. 인터랙티브 오브제로 이름 붙여진 그의 작품은 무대 위의 다양한 기술과 연동돼 빛을 뿜어냈다. 300개의 오브제가 하나의 빛으로 반짝일 때 마다 엄청난 환호가 이어졌다. 그때의 흥분은 그를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 됐다.

각종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각종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김 대표는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도 처음엔 작게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사람들이 모였고, 그게 번창했던 것이다"며 "해커스페이스가 작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스티브 잡스를 키운다고 하는데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테크숍이든 해커스페이스든 나라에서 권장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본다는 경험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이든 활성화되려면 민간에서 뛰어들어야 한다. 자발적인 운영만이 생각의 한계를 막을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의 참여가 생각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는 말로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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