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태과학관협회 컨퍼런스 유치 이경구 실장
북핵문제 등으로 등록 취소 조짐보이자 전직원 나서 위기 돌파

이경구 국립중앙과학관 종합관리실장은 국내 과학관의 세계화를 주장했다.
이경구 국립중앙과학관 종합관리실장은 국내 과학관의 세계화를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작은 사립 과학관들도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세계화가 필요해요. 많이 보고 많이 배워야 합니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첫 물꼬를 틀겁니다."

한국 최초로 아시아태평양과학관협회 컨퍼런스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이경구 국립중앙과학관 종합관리실장의 말이다. 그를 중심으로 중앙과학관 전 직원이 달려들어 유치한 '제13회 아시아태평양과학관협회(이하 ASPAC) 컨퍼런스'는 6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과학관에서 진행된다. 개막 첫 날을 맞은 그의 모습은 상당히 분주해보였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 과학관 역사에 비해 세계 행사를 유치하는 데는 상당히 소극적이었다"며 "늦게나마 유치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과학관 관련 국제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제 협력을 통한 과학관의 세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관의 국제 협력은 정부 위주로 진행됐었다. 부처의 국제 협력국에서 모든 것을 전담해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과학관 자체의 국제 협력 능력은 상당히 뒤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과학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전국적으로 과학관 신설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과학관과의 경쟁력 비교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 실장은 "그동안 중앙과학관이 이런 중심 역할을 못해왔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노력을 할 계획이다"며 "국내 과학관으로는 처음 세계 행사를 유치, 개최하게 돼 책임감이 막중하다. 현재 전 직원이 합심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TF를 운영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사실 유치에 성공하고나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유치가 결정되고나서부터 국내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올해 초의 상황은 가장 심각했다. 북핵 위기에 외부 참가자들이 연달아 참석 거부를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국내 처음 유치하는 ASPAC에 내부인만 참석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참이었다.

그는 "위기 순간 한국인들의 저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느꼈다. 중앙과학관 직원들이 총출동해 참가자들을 설득했다"며 "이메일, 전화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국내 상황이 안전하다는 것을 피력했다. ASPAC 이사회에 서신을 통해 참석 독려를 요청하기도 했다. 긴박한 순간이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똘똘뭉친 과학관 직원들의 노력덕분에 전 세계 21개 국가에서 76개 과학관 대표와 전문가 등 300여 명이 등록을 마쳤다. 이 실장은 "다른 선진국에서 개최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정도만 해도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한다"며 "학술대회 참가자들도 많아서 포스터 발표로 돌린 논문들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 유치를 위해 과학관 직원들은 안팎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외적으로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내적으로는 어학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뇌를 자극시켰다. 이 실장은 "전 직원 대상으로 자체 어학 강습을 실시했다. 전문 강사를 동원해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외국인만봐도 두려워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스스럼없이 가서 인사하고 안내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활동은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어학 실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 실장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전 직원이 국제 협력 담당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차질없이 준비했다"며 "2017년에 세계 과학관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세계과학관대회'가 열리는데 국내에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경험을 축적시켜 반드시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과학관과 사회와의 소통'을 주제로 학술발표, 전시박람회, 사이언스 쇼 및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학교 밖 과학교육', '글로벌 과학이슈와 과학관의 역할', '융합을 통한 창의력 확산', '차세대 과학관' 등의 구두 발표와 30여 편의 포스터 발표는 각 국의 축적된 경험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류한다.

이와 함께 과학관과 관련된 산업을 볼 수 있는 전시박람회, 각국을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공연인 사이언스 쇼, 과학관의 미래 발전상을 제시하는 미래포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정보교류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또한 뜻 깊은 국제행사 개최를 국민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9일 하루 동안 '전시박람회', '사이언스 쇼', '천체관 3D 영상전'를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한다. 이 중 '천체관 3D 영상전'은 중앙과학관 홈페이지(www.science.go.kr)에서 사전에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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