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KAIST 이사회 강성모 전 UC산타크루즈대 총장 선임
러플린·서남표 이어 계속 외부…구성원 "이번도 기대와는…"

KAIST 이사회가 강성모 전 UC산타크루즈대 총장을 KAIST 차기 총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2010년 시작된 서남표 총장 거취문제와 내외부 인사의 치열한 경쟁으로 어느때보다 안팎으로 관심이 고조됐던 총장선출은 이번에도 해외파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KAIST 이사회(이사장 오명)는 31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222회 임시이사회를 열고 강성모 UC산타크루즈대 교수를 제15대 KAIST 총장으로 선임했다. 강성모 총장 예정자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사회는 이날 8시 10분부터 강성모·박성주·백성기·유진 4명의 후보의 정견발표를 각 20분씩 진행한뒤 곧바로 10시에 회의와 투표를 진행했다. 총장 선출과정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온 KAIST 총학생회 대표들은 이사회가 시작되기전 오명 이사장에게 차기 총장은 학내 갈등을 해결하고 경쟁 중심의 학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강성모 총장의 임기는 2013년 2월 23일부터 4년이다. 강성모 총장은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초빙석좌교수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또 지난 2006년에 KAIST 총장 선출시 최종 3배수 후보로 뽑혀 서남표 총장과 경쟁하기도 했다.

강성모 총장은 연세대를 거쳐 미국 페어래이 디킨스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뉴욕주립대와 UC 버클리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럿거스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와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전기전산학과 학과장, UC산타크루즈 공대 학장 등을 맡았다.

이어 지난 2007년 3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한국인 최초로 미국 4년제 대학인 UC 머시드대 총장을 지냈으며 1998년과 2008년에는 각각 '제6회 KBS 해외동포상(산업기술부문)'과 '제3회 올해의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했다. 총장과 교수간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UC머시드대 총장으로 발탁된 뒤 '섬김의 리더십'을 지향하며 다양한 생각들에 대한 인정과 소통으로 학내 분란을 수습하고 학교를 발전시킨 경험이 이사회의 마음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KAIST 이사회 관계자는 "강 총장이 글로벌 네트워크와 실력을 갖추고 서 총장의 장점을 계승·발전시킴과 동시에 특히 소통에 중점을 두고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밝힌 점과 대학 총장을 지낸 경험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임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소통 리더십으로 이사회 마음 얻은 강 총장, 구성원 마음도 얻을까? 

KAIST의 오래된 숙제인 구성원들과의 갈등과 산적한 학내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를 향한 기다림은 오래됐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2004년 처음으로 외국 석학인 로버트 러플린 박사를 총장으로 영입한데 이어 2006년 서남표 총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 외부에서 영입한 총장이 구성원과의 소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들어 내부 인사 유력설이 돌았지만 이사회의 결과는 구성원들과의 기대와 달랐다.

지난 8년간 겪었던 반목과 소통의 어려움 등의 경험과 결과가 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전철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특히 지난 3년간 폭로전과 고발, 사퇴요구와 흠집 내기로 반목해온 서 총장과 교수, 학생, 이사회는 물론 정부까지 갈등의 당사자인 만큼 구원투수로 등장한 강 총장를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은 교차한다.

게다가 러플린 총장과 서남표 총장에 이어 3번째 미국파 총장의 선임이라는 점, 그동안 누적돼 온 소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강성모호의 출발에 적지 않은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강 총장을 과거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 KAIST의 한 동문은 "당시 학문적으로도 우수하고 인품도 온하하고 겸손하셨던 분으로 기억한다"며 강 총장에 대한 기대를 보냈다.

하지만 "오명 이사장이 장관이었던 시절 러플린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 계속된 해외파 선임은 동문으로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8년간 외부 출신 총장과의 불통문제보다 이사회의 편법·변칙운영이 더 문제라는 시각도 학내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총장후보를 선출했지만, 구성원들의 의견은 결과적으로 이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종민 교협회장은 "강성모 총장은 능력도 있고 KAIST에 애정도 있는 분이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KAIST 발전을 위해 잘 펼치길 기대한다"며 "학교가 그동안 불협화음이 있던 것을 정리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리고 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KAIST 교수평의회 관계자는 "훌륭한 이사들이 KAIST와 국가를 위해 잘 결정을 내렸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런 결과를 몰고 갔다고 봐야하지 않겠냐?) 새로 오는 분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잘 운영해주길 바랄 뿐이다"고 당부했다. 또 "예전에도 총장 본인과의 소통문제도 있었지만 주변에 권력 등의 영향을 받고 변질 되는 것 같다. 정견발표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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