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론티어사업 결산]6개사업단 종료…7개 글로벌프론티어 순항
잇따른 기술이전…연구단 내 융합연구·지원센터 컨설팅이 성과 비결

정권의 임기와 상관없이 줄곧 지속되어왔던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형R&D사업도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 성장둔화에는 잠시 주춤했다. 1980년대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사업, 1990년대 선도기술개발사업(G7 프로젝트), 2000년대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을 잇는 글로벌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이 올해는 원래 계획과 달리 신규 사업단이 선정되지 못했다.

내년이면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이 모두 종료되므로,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의 추가 선정을 통해 대표적인 대형R&D사업의 지속성이 확보되는 것이 과기계 사기진작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경우 사업단장 체제, 최초 투자 수준 완수 등 연구행정시스템에서도 높이 평가 받은 부분이 많아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나가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프론티어 사업의 성과는 올해도 꾸준히 창출됐다. 이미 종료된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은 물론이고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단에서도 기대치 않은 기술이전 성과가 나오는 등 성과로서 사업의 당위성을 증명했다. 또 각종 국내외 전시회를 통해 최첨단 미래융합기술을 선보이고 탁월한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들이 주요 학회지에 발표되며 국내 연구진들의 높은 연구개발 수준을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올 한해 프론티어 연구를 돌아본다.

◆ 6개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 '2조 9515억원의 경제효과' 기대감 남기며 종료

올해도 6개의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이 종료됐다. 미생물유전체, 나노메카트로닉스, 세포응용연구, 나노소재, 프로테오믹스,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 사업단이 그 주인공. 인생의 10년을 프론티어 연구에 쏟은 총 3만 2148명의 연구원들에게 2012년은 시원섭섭한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1999년부터 시작된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은 총 16개 사업단 중 올해로 14개 사업단이 종료됐으며, 2013년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올해 종료된 6개 사업단에는 총 6223억원(민간투자 포함)이 투자됐다. SCI급 논문 4491건을 포함 국내외 총 5680편 논문이 게재되었고, 총 1384건의 특허 등록 및 724억원(계약액 기준)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되었다. 안두현 STEPI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으로 이전된 기술로 인한 매출증대와 비용절감, 인프라 구축 등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2조 3259억원이며, 향후 이전예상 기술의 경제효과 6256억원을 포함해 총 2조 9515억원의 효과가 창출됐다. 이는 총 투자 대비 약 4.7배에 해당된다. 여기에 인력 배출 효과와 국제R&D 네트워크 구축 등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큰 성과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6개 종료사업단은 석·박사 포함 1347명의 인력을 배출하고, 미국의 벤터연구소, 퍼듀대, 버클리대, 공군연구소(AFOSR)와 독일의 프라운호퍼 ISC, 일본의 이화학연구소, 오사카대 등 해외 유명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국제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전 세계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었던 미생물 다양성 확보분야에서 4년(2005∼2008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도록 견인했다.

또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은 경제적이면서 대면적 패터닝이 가능한 나노임프린트 공정을 이용한 광결정(Photonic Crystal, PC) OLED용 나노패터닝 공정을 개발하여, OLED의 광효율을 50%이상, 파워효율을 95%이상 향상시켜 해당 분야 산업 전망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몸에 상처가 나면 손상부위로부터 분비되는 물질-P(11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가 일련의 자가 치유 기전을 작동시키는 신규 기능이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여 관련 기술을 한국, 영국, 독일, 중국에 특허 등록했으며,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은 고기능성(내마모, 고윤활성) 경질 탄소 박막 합성 기술 및 하이브리드 나노복합재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도 고재현성, 고효율 분리·분획 농축 기술을 적용한 1만psi 이상의 초고압을 적용할 수 있는 자동화된 다기능·다차원 이중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장치를 개발했으며,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은 세계 최고의 CO2포집용 혁신적 분리막 기술을 개발해 성과의 일부를 스핀오프(Spin-off) 형식으로 에어프로덕트(Air Products)에 총 400억 규모로 기술이전 했다.

◆ 7개 글로벌 프론티어, 탁월한 성과 내며 순항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표적 장기 연구연구개발 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뒤를 잇는 것은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이다. 2021년까지 총 15개 연구단을 선정 및 지원, 5개 이상의 세계 최고 수준 신성장동력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아쉽게도 올해는 신규 글로벌 프론티어 연구단이 선정되지 않았지만 2010년과 2011년 선정된 연구단들이 순항하며 속속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프론티어는 2010년 ▲혁신형 의약바이오 컨버전스기술(김성훈 서울대 교수) ▲탄소순환형 차세대 바이오매스 생산·전환기술(양지원 KAIST 교수) ▲현실과 가상의 통합을 위한 인체감응 솔루션(유범재 KIST 박사) 등이 선정됐고, 2011년 ▲멀티스케일 기반 미래에너지 연구(최만수 서울대 교수) ▲나노기반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연구(조길원 포스텍 교수) ▲다차원 스마트 IT 융합시스템 연구(경종민 KAIST 교수)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 설계 및 합성연구(김선창 KAIST 교수) 등이 합류하며 현재 7개 연구단이 장기 연구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2010년에 선정된 연구단 중에는 출범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술이전 성과를 낸 곳도 있다. 주인공은 바이오매스연구단. 총 2건의 기술이전 성과를 확보하는 쾌거를 얻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충남대학교, 극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한 '북극 해양에서 분리한 지질(脂質, lipid) 고생산 미세조류 활용 기술'은 바이오 에너지 연구 개발 전문 기업인 에이스하이텍에 2011년 5월 30일 기술료 2억원, 경상실시료 순이익의 15% 조건으로 기술이전 됐으며, '팜나무의 바이오매스 전처리를 통한 에탄올 생산 공정 기술'도 산업체에 약 5천만원에 기술이전 됐다. 기술이전을 받은 산업체는 팜 나무가 많이 자라는 인도네시아에서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 밖에 의약바이오 컨버전스 연구단은 암세포를 죽이는 체내 항암물질 'GRS'와 근육을 만들게 하는 핵심 열쇠 '아미노산 스위치' 등을 발견해 국내외 주목을 받았으며, 스마트IT융합시스템 연구단은 기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하여 1V 이하 기계식 나노집적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 판에 게재했다.

◆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 기술이전 성과 잇따라

지난 9월 이산화탄소 사업단의 윤여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팀은 이산화탄소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등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CO2의 포집·흡수효과를 높이는 '이산화탄소 포진용 액상 흡수제(브랜드명 KIERSOL)'와 공정기술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기술이전했다. 정액기술료 4억7000만원과 공정‧소재 매출의 1%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이었다. 언뜻 정액기술료가 크지 않은 듯 느껴지지만 향후 발생할 공정·소재 매출액의 1%는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몇 십억 단위를 훌쩍 넘어 윤 박사는 주변으로부터 "노후준비는 다 되지 않았냐"는 농담을 듣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2012년 말까지 CO2 포집 및 자원화 기술 검증을 위한 실증플랜트를 구축하고 오는 2015년에 세계 최초의 친환경적 자동차 제조 플랜트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에너지연은 KIERSOL 기술을 활용해 시멘트, 석유화학공정 등 대규모 CO2 배출 산업시설에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며 앞으로 발전소와 제철소 등에도 보급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8월에는 차세대초전도 사업단의 조전욱 한국전기연구원 박사팀이 개발한 초전도 케이블 기술이 LS전선에 기술이전됐다. 정액기술료 21억7000만원, 경상기술료 매출액의 0.5%를 받는 조건이었다. 초전도 케이블은 기존 케이블보다 낮은 전압으로 대용량 전력을 손실 없이 송전할 수 있어 케이블의 소형화와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초전도케이블 실용화가 가능한 곳은 LS전선과 스미토모(일본), 사우스와이어(미국), 넥상스, NKT(EU) 등 5개 회사 뿐이다.

그 밖에도 이산화탄소 사업단의 안국영 기계연 박사팀은 '50kW급 순산소 연소 이용 발전시스템 기술'을 한국남부발전에 1200만원의 정액기술이전료를 받고 이전했으며, 프로테오믹스 사업단의 노동영 서울대 교수팀은 '유방암 환자의 진단용 바이오마커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 확인' 기술을 바이오메디앙에 2300만원의 정액기술이전료를 받고 기술이전했다. 조제열 서울대 연구팀의 '폐암바이오마커 및 임상 진단기술'도 나노엔텍에 정액기술료 1000만원에 이전됐다.

◆ '융합'과 '컨설팅'으로 2013년 더욱 기대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은 기존에 관련 분야에서 이미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연구자들이 대거 투입, 융합을 통해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어 R&D성과가 기대 이상으로 일찍 가시화됨은 물론 21세기보다 발전된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 연구단은 KIST를 비롯 한양대학교, KAIST, 상명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POSTECH, 광주과학기술원, 삼성의료원 등에서 모인 약 300여 명의 베테랑 연구자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한데 모아 협동연구를 진행한 덕에 2년간 SCI급 논문 45건을 포함해 총 62건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2007년 설립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연구 성과 활용·확산 전문 지원기관인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센터장 최건모)가 연구개발 전(全)단계에 걸쳐 확립하고 있는 R&BD시스템도 최근 자리를 잡아가면서 향후 전망을 더 밝게 하고 있다. 센터는 연구성과 창출·확산컨설팅, 연구성과 권리강화, 기술이전지원 및 기술료 관리 등을 통해 국가대형R&D사업의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