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국과위·지경부·기재부 기능 합쳐진 '공룡부처' 탄생 눈앞
경제·실용논리에 또 밀리면 최악 "과학중심·현장중심 구성 절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를 담당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성격과 위상,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던 만큼, 과학기술계와 일선 연구현장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 중심으로 구성돼 그동안 위상이 약화됐던 과학기술의 새로운 부활을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 구상대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될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지식경제부의 연구개발 및 기술정책에 정보통신, 기획재정부의 장기 전략 및 투자 업무 등이 합쳐지는 '공룡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과학기술이 지난 정부 때보다 더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이 '과학기술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학입국'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과학 중심, 연구현장 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 설립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공룡부처' 되나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과 현 정권에서 폐지됐던 해양수산부의 부활을 약속했다. 특히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은 박 당선인의 과학기술 분야 핵심 공약이자 경제정책의 주요 정책이다. 창의력·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창조경제 활성화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위한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진단이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과학 및 융합시너지과학, 두뇌집약적 창조과학 등 미래선도 연구 지원 ▲미래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사회 변화 예측, 이를 토대로 한 국가정책수립 지원 ▲융합형 연구공동체(학-연-산-지역)의 사회기여 및 글로벌 공동체 문제해결 지원 ▲지식생태계 구축 및 보호를 위한 법제도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같은 복안대로 설립될 경우 미래창조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교육 분야의 대학 연구개발 지원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 신성장동력, 기술정책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과학기술 예산 배분 ▲기획재정부의 장기전략 수립 및 연구개발 예산편성 등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더해진다. 여기에 부처 부활이 논의되던 ICT 부처의 담당기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분야까지 합쳐질 경우 미래창조과학부는 그야말로 각 부처의 업무와 조직을 상당부분 흡수하는 형태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해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개편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룡부처 신설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경제·실용 논리에 부처 이기주의 합져지면 최악의 상황 올 수도

미래창조과학부를 바라보는 과학기술계와 일선 연구현장의 목소리는 조심스럽다. 이명박 정부에서 과학기술이 교육과 합쳐지고, 경제성·실용성에 '방점'이 찍히면서 사실상 차관급 산하기관으로 전락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일는 또 한번 과학이 교육이나 경제 등 다른 분야의 종속 개념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과학기술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새로운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성장 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과학이 또 다시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미래 전략과 실용 기술, 일자리 문제 등을 전담하는 '미래창조' 부처와는 별개로 과학만을 전담하는 그야말로 순수한 과학 전담 부처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5일자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차기 정부 조직의 핵심이 과학기술과 일자리 창출을 담당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란다. 언뜻 들으면 과학의 부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과학의 몰락을 불러올 것 같아 불안하다"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과 기술 사이에 끼어 존재감조차 찾지 못했다. 이제 기존의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부문과 지식경제부의 기술정책 분야, 기획재정부의 장기전략 업무 등이 합쳐지면 과학은 확실하게 설 자리를 잃게 될 것 같아 정말 걱정"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과학을 또 다시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혜안에 기립박수를 보낸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아니라 미래창조기술부로 하고 과학은 따로 '기초과학부'나 '기초학문부'를 신설하여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과학 중심·연구현장 중심으로 부처 신설 논의돼야"

결국 미래창조과학부가 박 당선인의 약속대로 과학중심의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는 중추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과학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대통령직인수위에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얼마나 포함되느냐, 또 주로 포진하게 될 '경제'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학기술계가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대덕의 한 기관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과학기술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공약은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정부 출범 당시처럼 과학의 목소리가 아니라 경제나 실용의 목소리로 과학에 접근하고, 일부 부처의 요구에 힘이 실린다면 과학기술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이 기관장은 "부처의 입김에 따라 신설 부처의 모양새가 만들어질 경우 '과학'이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부처가 아니라 과학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과학 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도 최근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는 성명을 통해 "5년 전 과학기술부를 졸속으로 폐지한 사례에서 보듯 인수위에서 또 다시 타의에 의해 과학기술 정책이 엉뚱하게 재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과학기술을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고 지식창조사회를 열어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과 ICT 발전의 새로운 기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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