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대나무숲' 계정 열풍…이공계 종사자도 다양한 의견
"교수님 주말은 적당히" 이공계 현실 그대로 드러나

사회적 약자들이 하소연을 풀어놓는 이른바 '00 옆 대나무숲' 계정이 트위터를 달구고 있다.

전래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주인공이 대나무숲에서 속 시원하게 임금님의 신체 비밀을 얘기한 것을 SNS 상에 옮겨 놓은 것이다. 지난 달 첫 계정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 생겨난 지 한 달 만에 100여 개의 관련 트위터 계정이 만들어졌다. 동일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나무숲 트위터 게정을 익명으로 불만을 쏟아내는 창구로 삼고 있다.

이공계열 직종의 사람들도 '이공계 대나무숲'을 통해 현실의 답답함과 불안함을 털어놓고 있다. 최대한 자신이나 토로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암묵적 약속이므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대학원생들을 주축으로 연구원과 산업체 종사자들이 종종 눈에 띤다. 이공계 대나무숲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주제는 근무시간에 대한이야기. "토요일은 실험실 공식 출근일, 일요일은 실험실 비공식 출근일", "주말에 좀 나오지 마시라고요, 교수님", "월화수목금금금" 등 늦게까지 이어지는 연구와 실험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특히 많다.

또 회사에서 이공계 출신들에게 컴퓨터나 전산 관련 업무를 도맡게 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종종 보인다. "연구원은 웹디(웹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연구원은 AS 센터가 아닙니다", "내가 연구원이지 회계냐" 등 주 업무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것을 꼬집는다.

이공계생들만의 생활습관이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예전에 토목공학과가 체육대회 때 포크레인으로 기념식수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 발끈하신 회장님 왈 '맹꽁이 한 이천마리 잡아서 풀까'-생물과학부", "포카리스웨트 곰팡이 핀 걸 마셔서 랩에 가서 얘기했더니 박사과정 형님이 '그건 전해질들끼리 어그리게이션 된거야, 걱정할 거 없어'라고 하시면서 자기 책상 위의 포카리 스웨트를 보였었다. 나:그럼 드셔보세요 형님:싫어", "연구소 직원들끼리 모여 자기들 대학원 때 얘길 하는데, 이건 마치 군필자들이 모여 군대 얘기하는 것 같았다" "피씨실에서 마우스 키보드 좀 훔쳐가지 맙시다" 등에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가 담겨있다.

정말 답답한 이야기들이나 하고 싶은 잔소리들도 자유롭게 펼쳐진다. "네이처, 사이언스만 논문이 아니라고요! 임팩트 팩터가 해당 저널의 수준을 가르키는 것은 아니라고요", "실험기구 제작업체에서 견적 받아오면 네고 좀 적당히 했으면", "학사는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고, 석사는 이제야 뭘 모르는지 알고, 박사는 나만 모르는 줄 알았더니 다들 모른다는 걸 알고, 교수는 어차피 다들 모르니까 내가 맞다고 우긴다" 등에서 이공게열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느껴진다.

현대판 신문고로 자리하고 있는 대나무숲의 계정 중 몇몇은 '다수에게 불쾌한 멘션을 보낸다'는 이유로 일명 '폭파' 혹은 '테러'를 당했다. 하지만 잠시 주춤했던 열기는 여전히 할 말이 많은 이들에 의해 재탄생되고 있다. 굳이 내부의 문제를 공론화할 것 없다는 의견들도 많지만, 이러한 외침이 작은 위로가 되고 소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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