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9·15 순환정전이 남긴 숙제와 과학기술 해법' 포럼 개최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9.15 순환정전의 악몽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회장 박상대)가 21일 '9·15 순환정전이 남긴 숙제와 과학기술 해법'을 주제로 개최한 제40회 과총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9월 발생한 순환 정전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방향 등 전력수급 안정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전력수급계획의 불확실성에 대처가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지만 '전기를 과대 사용하는 원인이 싼 전기요금이라며 요금을 올리자'는 의견과 '일반국민들이 전기 만드는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용량이 많은 것이니 교육이 필요하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9.15 순환정전 되고 다음날 수요가 더 늘어났다. 우린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하는데 언론은 말해주지 않았고 정부는 숨겼다"며 "순환정전은 정말 큰 대란 사고를 막은 것이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기로 난방하면서 전기를 줄이라는 것도 넌센스다. 결국 수요조절을 해야 한다. 최소한 피크요금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도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올 겨울 전력수급에 대해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난겨울처럼 추워진다면 재앙은 다시 올 것이다. 대책이 없다"며 "전기는 편리하지만 아껴 쓰라고 하는데 (전기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 이유를 국민에게 잘 알려줘야 한다.

국민의식변화를 위한 대대적 국민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전이 된 이유를 '값싼 전기요금에서 비롯되는 설비의 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전기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이야기 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지금 전기요금이 적절하냐고 물으니 40%는 동의, 비싸다는 46%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이 59%였다"며 "원하는 전기발전방식을 물어보니 신재생이 80~90%, 원자력은 20~30%였으며 전기절약에 자발적으로 절약하겠냐는 의견에 30%가 동의하고 70%가 생산을 늘리라고 했다. 이런 정서에서는 전력수급의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희 동국대 교수는 노 연구위원의 의견에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전기 피크타임이 언젠지 잘 모른다. 또 전기생산에 얼마나 돈이 들어가며 비효율적인지 모르기에 전기 가격 올리는 건 싫고 대신 친환경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교육한다면 소비자 의식은 달라질 것이다.

전기계통 관계자들이 마음먹고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전력수급에 대한 정보를 오늘의 날씨와 주가를 알려주듯 공개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력수급에 대한 정보가 기술적이고 어렵지만 예비전력에 대한 통계들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알려준다면 국민 스스로 판단해 적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그는 "과거 개발년도 때 대기업의 전기사용료를 일반 가정의 60%수준으로 했었다. 이제는 대기업이 매출도 높으니 산업용 전기 요금을 올려야한다"며 "이번 전력예비율이 급락해 위기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포스코 등 대형 민간기업이 자가발전을 할 수 있음에도 한전의 값싼 전기를 그대로 이용했다. 비상시 전력을 차단할 때 민간보다는 자가발전체제를 갖춘 대기업 공장에게 사전예고를 한 후 먼저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영환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연구센터장은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시점에 전력시스템 운영자와 감독기관의 역할이 분리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계통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와 전력설비의 계획과 건설, 운영을 담당하는 한전과 한전자회사 등 민간발전회사가 전력시장체제하에 운영되고 있다"며 "국내 전력사업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현재의 전력관리 체계로는 신뢰도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더욱 전문적이고 상시 운영되는 신뢰도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럼에서는 권석기 한국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장이 '9.15 순환정전의 경위와 향후 개선방향'을, 박종배 건국대 교수가 '장단기 전력수급 확보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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