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문기업이다 1-②]산업 발달로 기업 형태 '전문화' 가속
규모 중심 구분으로 중소기업, 구직자 외면

골프존, 쎄트렉아이, 라이브젠, 디앤티, 바이오니아, 아이디스, 케이맥, 두시텍, 한빛레이저, 씨에치씨랩 등. 이들 기업의 이름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몇몇 기업은 알려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들 기업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업 형태도 변하고 있다. 전문화, 세분화 되는 추세다. 갈수록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주목을 받는다.

미국의 예를 보면 예전에는 IBM이 컴퓨터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다르다. 미니컴퓨터는 디지털이큅먼트, 3D 컴퓨터는 실리콘그래픽스, 사무용 개인 컴퓨터는 컴팩 등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외에도 오라클, 로터스등이 컴퓨터 분야 전문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 분야에 집중하는 기업 대부분 규모면에서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다. 종업원 수가 작고 매출액도 아직 크지 않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규모로 따지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청년 구직자들이 이들 기업의 전문성과 비전은 보지 않고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란 용어는 영세 제조기업이 대부분이었던 산업 초기, 지원을 위해 적용된 구분법이다. 당연히 낮은 급여와 복지 제도, 열악한 근무 조건이 중소기업의 이미지도 따라 붙었다. 이런 구분이 시장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랜 동안 고착되면서 모든 중소기업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왔다. 이에 따라 많은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전문기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안으로는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게 된 것.

세계 시장서는 인정 받는데…구인난은 '여전'

쎄트렉아이(대표 박성동)는 2000년 설립된 인공위성 전문기업. 소형위성에 대해 본체와 탑재체, 지상체 기술 모두를 갖춘 토털 솔루션 업체로는 국내에서 쎄트렉아이가 유일하다. 라작샛과 두바이샛 1호 등에 이어 최근 유럽 스페인 인공위성 300억원 짜리 수주를 확정지어 인공위성 전문기업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2006년부터 내부직원 추천제를 운영한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서다.

매년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공고를 내지만 실제 기업이 원하는 지원자는 거의 없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 추천자로 들어온 직원이 회사 적응도도 더 높다"면서 "공채 선발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큰데 비해 유능한 지원자가 거의 없어 비용 손실이 크다"고 설명했다.

골프존(대표 김영찬) 역시 골프라는 아이템 하나로 2000년 출발했다. 시작 당시 골프 시뮬에이터 기업이 많았지만 3차원 영상과 등고선을 입력한 발판이 경사에 따라 움직이면서 현장감 있는 기술로 관련 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 G20 국제 정상회의 부대행사에서는 '골프, IT 그리고 문화'를 주제로 골프 체험관을 운영했다. 세계 유명 골프장 체험과 3D 가상도시 골프 체험으로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골프존은 현재 네트워크와 함께 세계 30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1400억원을 훌쩍 넘었다. 골프존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서울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활동이 알려 지면서 어려움이 덜 한 편이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외견상의 조건으로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안간힘은 여전하다.

주문형 디스플레이 생산 전문업체 디앤티(대표 이양규). 1999년에 설립돼 미국, 유럽 등 특수 디스플레이 시장에 전량 수출한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졌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 50%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강하지만 대기업 위주다. 민간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편중돼 있으며 산업용 시장은 약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업체들이 산업용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디앤티는 산업용부터 의료용, TV, 게임용까지 전체 디스플레이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회사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에는 500억원 매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근무조건, 급여, 복지 등 직원들의 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외부에 근무하고 싶은 기업에 명단을 올리기도 했지만 구인난에 허덕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임시 방편으로 병역특례를 신청했으나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다.

바이오니아(대표 박한오)는 지난해 신종플루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때 진단키트로 세계 시장에 우뚝섰다. 기업 매출 뿐만 아니라 인류건강에 기여하는 독보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이들 기업이지만 우수인재 확보에서는 중소기업의 설움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규모 중심의 구분은 행정 편의적 발상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대해 기업인들은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왠지 하자가 있는 것 같은 생각에 구직자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구분은 행정 기관의 편의상 구분이다. 시장은 변하는데 예전 그대로의 구분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덕넷의 설문 결과에서도 잘 나타났다.

중소기업에 근무한다고 답변한 설문자 중 중소기업이란 용어로 인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우수 인력 채용이 어렵다'를 가장 많이 들었다. 또 이름을 바꾼 후 기대 할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답변자들은 '전문성 심화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에 이어 '기업 성장성과 우수 인력 확보 용이'를 꼽았다. 차형철 씨에치씨랩 대표는 "중소기업은 EVERY가 아니라 ONLY다. 한 곳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온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란 것은 이미 선진국의 경제사에서 확인됐다"면서 "문제는 국가에서 기업이 하는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 수와 규모의 크기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누고 기업관을 왜곡 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름으로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남용현 대전충남벤처협회장은 "중소기업이란 문화를 형성한 것이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그 규모의 문화속에서 조직의 규모가 갇혀 있고 사고도 갇혀 있다"며 기업의 특성에 걸맞는 이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잘 알지 못하는 중소기업 선뜻 지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회사들이 있어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름도 안들어본 회사에 지원하기는 좀 그런것 같습니다. 왠지 근무여건, 급여, 취업보장성 등 믿을 수 있는게 별로 없자나요."

"기술력이 그렇게 우수한데 왜 학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거죠? 기업 대표들도 학생들이 지원을 안한다고 불평만 하지 마시고 회사 알리기에 좀 더 적극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된건 오래전 일이다. 구인과 구직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 원리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의 90%이상이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직자의 10%만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할 뿐이다. 그렇다고 구직에 실패한 이들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일은 거의 없다. 대기업과 공무원을 목표로 취업 재수, 삼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구직자들이 이처럼 대기업과 공무원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뭘까.

구직자들은 "대기업은 많이 알려졌고 근무 조건, 급여, 복지제도 등이 투명하지만 중소기업은 회사도 잘 알지 못하지만 기본 조건들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하면서 "안 좋을 걸 알면서 불구덩이에 뛰어 들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다른 구직자는 "학교에서도 중소기업 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신청자가 한명도 없었다"면서 "친구들과 같이 공부했는데 나만 중소기업에 가는게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 구직자들이 보는 중소기업의 이미지는 산업초기 그대로다.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 가는 곳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처럼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기술력 중심의 역동적인 중소기업의 면모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대학의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중소기업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체험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현장을 직접 본 학생들은 눈빛이 달라지고 지원도 많이 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대학 수업 과목으로 체험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중소기업에서도 학생들의 탐방 프로그램 등에 적극 참여해 알려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덕넷 특별취재팀 = 김요셉·길애경·임은희·김지영 기자(joesmy@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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