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서 '소도시 도서관 과학강연' 제안…참여 의사 릴레이
인구 20만 이하 시·도·읍·면 도서관서 전국 동시 개최 계획

지난 주 토요일(9월 4일) 저녁, 온라인 공간이 '과학자의 작은 도시 강연 시리즈' 추진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과학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들을 기회가 없는 인구 20만 이하의 소도시 도서관에서 재능기부 형태의 작은 이벤트를 해보자는 희망 프로젝트에 과학자들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릴레이가 이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의 첫 파동을 만든 사람은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jsjeong3). '과학콘서트' 등 다양한 저술활동과 과학강연으로 과학대중화에 힘쓰는 과학자 중 하나다.

정 교수는 4일 저녁 평소 꼭 실현해보고 싶었던 아이디어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그는 "인구 20만 이하 작은 도시의 시립도서관에서 과학자들이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강연기부'를 하려 한다"며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14,134명의 팔로워들은 순식간에 그의 아이디어에 동조, RT(리트윗:자신의 팔로워들에게 해당 메시지 전송 기능)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불과 몇 시간 후, 그의 트위터 타임라인(글이 표시되는 영역)엔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의 메시지로 가득 찼다. 짧은 시간에 300여명의 과학자·공학자가 '꼭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100여명의 일반인들은 '도움만 된다면 뭐든지,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강연 기부는 물론이고 당일 교통비와 식비 등 실비도 받지 않고 참여하겠다는 과학자들도 많았고, 자신의 전공을 밝히며 웹페이지·홍보동영상 제작, 행사 진행 등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사람도 속속 등장했다. 돈·책 등 물품기부 의사도 이어졌다. 처음 의견을 올린 정 교수도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이었다.

사실 정 교수는 5년 전부터 지인들과 함께 1년에 1~2차례 개인적으로 중소도시에서 과학강연을 진행해 왔다. 어린시절 우주와 자연,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체험하는 것이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임에도 소도시 아이들은 과학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2008년과 2009년,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에서 발행하는 웹 저널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도서관 속의 과학강연' 프로젝트를 제안해 2년간 20여곳의 도서관에서 강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에 트위터에 다시 한 번 민간차원에서 진행해보고자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은 과학자들이 강연 형태로 재능기부만 해준다면 오히려 더 많은 지역 도서관, 더 많은 소도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진행할 때 강연을 신청하는 도서관은 100여곳이 넘었지만 다 찾아가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난 5년간 쌓인 '도서관 강연'의 노하우를 이번 프로젝트에서 십분 발휘할 계획이다. 혹시 강연경험이 없는 몇몇 과학자들이 강연을 어렵게 진행해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 도서관에 4명의 과학자를 배치, 30분씩 강연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과학자들에겐 '슬라이드 30장 이내, 글자는 최소화, 주로 그림 위주, 중학교 2학년 수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강연하는 사람에게도, 행사에 손발이 되어주기로 한 사람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이번 강연은 일단 전국에서 모두 같은 시간에 1회 개최된다. 현재 강연 예정일은 10월 30일. 정 교수는 이번 주 토요일에 기획과 홍보, 운영 등에 참여할 사람들과 번개 미팅을 통해 좀더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실 30여명 정도 신청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트위터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대적으로 무언가를 진행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서로에게 부담 없이, 모든 것은 자발적으로, 대부분의 소통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소박하게' 진행해 볼까 합니다."

◆ 정재승 교수의 트위터 글 전문

(과학자 도서관 강연기부)
어린시절 우주와 자연, 생명의 경이로움을 체험한 청소년은 자연을 탐구하는 삶을 의미있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구 20만 이하의 작은 도시나 읍면에선 과학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 중에서 작은 도시/읍면의 도서관에서 강연기부를 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강연시간은 1시간, 교통비는 지급해 드리구요, 식사는 대접합니다.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과학자/공학자의 강연 행사를 하고 싶은 시립도서관 관계자분들은 연락주세요. 교통비와 식사비 등은 제가 제공합니다만, 홍보비와 참석자를 위한 다과는 도서관에서 제공해주셨으면 합니다. 전국 어디든, 인구 20만 이하 도시/읍면이어야 합니다. 이 행사에 관심 있는 기업의 따뜻한 기부도 받습니다. 모두가 조금씩 노력과 정성을 모아 작은 도시의 아이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 과학기술의 경외감을 선사해보지요.

◆ 트위터의 반응 '일부'

soju3bottles @jsjeong3 아까 용기를 내어 강의신청했습니다만 워낙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제 순번이 안돌아온다면 제품 협찬도 가능할까요? 건조한 지역에 아토피크림이나 햇빛강한 지역에 선크림같은^^ iExceller @jsjeong3 저는 엑셀 강의를 할수 있을것 같아요. 'Tech Match'란 이름으로 비슷한 행사를 Microsoft와 몇차례 했습니다. PiZKorea @jsjeong3 흉부외과의사입니다. 심장과 관련된 동영상 줄심의 강의 아이들에게 햐줄수 있을듯 합니다. uridle7 @jsjeong3 정박사님! 저는 공대 교수입니다 저도 동참합니다 저는 바이오 융합분야에 강연 가능합니다 shabang_kim @jsjeong3 저도 일손 도와드리고 싶어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으음... 대학다닐때 포스터붙이기같은것을 잘했었습니다. ^^ flowkang @jsjeong3 남편은 대한민국 CSI(과학수사대) 현장감식반!! 과학전공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경험과 산지식이 아이들에게 흥미로울듯 해요. 현재CCTV. 음성분석. 범죄사진. 지문감식.. 등에 경찰내외부에서 강의도하고 있답니다^^ davinsatin 6년차 홍보쟁이 입니다! 강연보단 허드렛일~ 도울께욘! annaion @jsjeong3 정교수님께 많이 배웁니다. 저는 낙태근절운동 하고있는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성교육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초중고생부터 대학생 성인 대상 성교육/생명교육 가능합니다. KrDrug @jsjeong3 생물물리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제약사 연구소에서 한국의 혁신 신약을 찾고 있습니다. 신약발굴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 청소년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erucipe @jsjeong3 미디어아트 작업 및 강의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나 쉬운 수학 물리 전산 전자공학과 상상력으로 예술작업을 해보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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