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사 새로운 지평…11일까지 특구내 모리스 갤러리서 전시

대덕특구내 여러 과학자와 벤처기업인들의 친구인 계룡산 도예촌의 윤정훈 도예가가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도예촌에 둥지를 틀고 작업한지 십수년. 오랜 기간 동안 넉넉한 마음으로 과학자와 벤처기업인들의 속쓰림을 말없이 넉넉히 받아만 주던 그였다.

연구하다가 바람을 쐬이거나, 사업하다가 애끓는 마음을 갖고 있을 때 차 한 잔에, 곡차 두 잔에, 시름을 날려보내게 만든 사람이었다. 늘 말없이 곰처럼 둔하게 살았다.

작품은 언제 만드나, 저렇게 사람만 좋으면 안되는데…하는 우려도 주변에서는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작품을 들고 대덕특구 한 복판에 나타났다.

그 작품들은 도예의 고정관념을 뛰어넘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신호탄이다. 모양이 그동안의 화병과 같은 것을 떠나 가분수를 이루면서도 균형잡히고, 대개 혼자이던 것들을 무리지어 놓았다.

불에 그을려 가마속에서 숙성된 모습은 때로는 한 폭의 풍경화고, 그러면서 추상화이기도 하다.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세 개가, 때로는 10여개가 뭉터기로 함께 자리잡고 있어 하나의 공동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작품들속에는 대학때 전공을 도예도 하지 않고, 다소 엉뚱한 행정학이란 것을 공부하고, 뒤늦게 도예의 길에 뛰어들어 계룡산 산등성이를 다듬어 도예촌을 만들던 10여년전의 역사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돌을 고르고, 터를 다진 뒤 스스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집을 지었다. 지붕을 만들자 제일 먼저 가마를 앉혔고, 살림집을 세웠다.

오래전부터 살던 동네분들로부터 식구로 받아들여졌던 정성도 포함됐다. 계룡산 자락을 한 눈에 바라보며, 겨울 바람속에서 봄을 느끼고, 새소리에서 여름을 생각하고, 비온 뒤 천변만화하는 풍광속에서 우주를 몸으로 겪고, 가을 바람에서 수확의 기쁨을 깨닫고, 폭설로 외부와 단절된채 지내는 고독도 묻어있다. 숫자에 어두운 그를 대신에 살림을 책임지고, 작품활동에만 매달리게 한 부인의 한숨과 큰 마음도 유약처럼 발라져있다.

대덕특구 사람들과 교류가 시작되며 지역 사랑방 주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든 푸근함이 그 안에 들어있다. 도예촌의 멋을 나누는 도예축제를 준비하며 밤새우고, 행사전날 비바람에 마음 졸이며, 이전에 오신 분들을 다시 보았을 때의 기쁨도 듬뿍 작품에 얹었다.

세계적인 도예가인 지역 출신의 이종수 선생님을 사숙하면서 배운 장인정신도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전의 것의 모방이 아닌 전통을 이으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새로운 도자의 길을 열겠다는 고민이 드디어 열매를 맺었다.

일본 백자의 시조로 받을여지는 이삼평 선생의 고향에서 철화분청사기로 시작한 도자 인생이 전통을 잇고 이어 새로운 구비에 다달았다.

누군가가 작품 전시회를 왜 서울에서, 일본에서 안하느냐는 안타까움에 허허 웃으며, 동네가 먼저죠라며, 친구들이 모여있는 대덕특구내에 있는 조그마한 갤러리로 '걸작'들을 가져왔다. 그 마음 씀씀이에 더욱 푸근함이 느껴지며, 동네 사람으로서의 행복감이 물밀 듯 다가온다.

"동네사람들, 연구단지 4거리에서 시청방향으로 2백m 아래로 가 왼편 길가에 있는 모리스 갤러리에 가 봅시다. 대덕특구의 친구인 윤정훈 선생의 땀과 배려가 만들어낸 작품들이 환하게 웃고 있네요.참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들의 친구가 이런 걸작을 만든 것은. 함께 느끼고 즐겨봅시다. 오는 11일까지라니 시간도 얼마 안남았네요."
 

ⓒ2009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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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갤러리 안내: http://www.morrisgallery.co.kr/exhibition/board01_list.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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