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도 여럿…괴정동 돈테라스·둔산동 장터순대·반석동 토종돼지국밥 등

"나 오늘밤 고백할게/ 너와 함께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 부산으로 떠나자/ 손만 잡고 잘꺼다."

'돼지국밥'이란 신곡인데 가사가 웃긴다. 얼마전 탑밴드란 프로그램에 장미여관이란 밴드가 나와 '봉숙이'란 노래로 뜨더니 그새 아류가 생겼나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은지원이 멤버인 제법 유명한 팀이다. 피식거리며 노래를 듣다가 그만 돼지국밥이 못 견디게 먹고 싶어졌다.

돼지국밥이라니…. 부산 토속음식이라 처음 들어본 이가 많을 게다. 소머리국밥 하면 소머리가 떠올라 손사래를 치는 분이라면 또 한번 비위가 상할 만한 이름이다. 그러나 먹어본 사람은 안다. 솔직한 이름만큼이나 중언부언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국물 맛을.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정말 너와 함께, 아니 혼자라도 돼지국밥 찾아 부산에 가고 싶어진다.

앞서 노래에서는 여자친구를 꼬셔 부산에 내려간 남자가 유명한 돼지국밥집을 찾아 헤멘다. 아마도 대연동의 '쌍둥이돼지국밥집'일 거라는 게 네티즌들의 중론이다. 기자가 처음 돼지국밥을 맛본 곳은 다른 곳이다. 경성대 건너편 어느 시장골목 안.

부산의 사진작가와 동행했다. 그는 '인간'을 주제로 가난한 이들만 찍었다. 덕분에 유명해지고 작품값도 비싸졌지만 그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피사체처럼 남루했다. 낡고 좁은 집은 사진과 필름만 가득했다. 시장통 돼지국밥집은 그의 집과 가까웠다.

돼지국밥을 먹자고 해서 노란 기름 둥둥 뜬 느끼한 음식을 생각했는데 아니다. 돼지뼈를 고아 만든 국물은 설렁탕 비슷했다. 고기는 살코기만 달라면 살코기만 준다. 수육도 한 접시 시켰는데 동태처럼 얇게 포를 떠 간장에 찍어 먹는다. 부산 사람들이 정구지라고 부르는 부추무침 한젓가락을 뜨거운 국물에 담가 숨을 죽였다가 건저 먹는다. 맛있다. 다시 정구지 한 젓가락을 듬뿍 넣고 간을 맞춘 다음에 국물에 밥을 만다.

노년의 사진작가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살림이 궁핍한 중에도 어린 아들에게 그림책을 사다줬다. 아버지는 밀레가 누구인지 몰랐다. 농민 화가의 그림을 보며 자란 아이는 커서 자갈치시장과 산동네에서 헐벗은 이들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가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가난이 천국의 열쇠인 것 같단다. 항간에서는 못사는 사람 팔아 돈 번다는 비난도 떠다녔다.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대전에도 돼지국밥집이 꽤 여럿 있다. 그중 제법 알려진 곳은 ▲서구 롯데백화점 뒷편의 돈테라스(535-9879, 서구 괴정동 423-13), ▲둔산동 특허법원앞 장터순대(485-9991, 서구 둔산동 1476 아크로프라자 1층,) ▲반석동 토종돼지국밥(822-0062, 유성구 반석동 652-5 )이다. 부산이 고향인 이들은 국물이 조금 텁텁하고 고기가 적다고 아쉬워하지만 평가는 대체적으로 후한 편이다. 부추무침과 깍두기, 양파, 고추, 된장의 기본찬은 대동소이하다. 가격은 돈테라스 돼지국밥 5000원, 장터순대와 토종돼지국밥은 6000원. 기자는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3곳 모두 가보았는데 다 괜찮았다. 가장 최근에 간 돈테라스는 고춧가루 양념이 들어간 채로 나오니 맑은 국물을 원하면 미리 말하는 게 좋다.

맛집 소개를 핑계로 개인 얘기를 많이 한 김에 조금만 더하자. 기자는 돼지국밥(또는 세상의 모든 국밥)이 먹고 싶을 때마다 종종 이 대목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곤 한다.

"백성의 국물은 깊고 따듯했다. 그 국물은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진액처럼 사람의 몸 속으로 스몄다. 좁쌀의 알들이 잇새에서 뭉개지면서 향기가 입 안으로 퍼졌다. 아낙이 뜨거운 국물을 새로 부어주었다 … 안위는 세 번째 밥그릇을 내밀었다. 국에 만 밥을 넘길 때 창자 속에서 먹이를 부르는 손짓을 나는 느꼈다. 나는 포식했다." (김훈, '칼의 노래'에서)
 

메뉴 돼지국밥 6,000원 / 매운불고기 9,000원 / 불고기 8,000원 / 삼겹살 9,000원
상호 돈테라스
전화번호 535-9879
영업시간 10:00~24:00
휴무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괴정동 4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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