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기사식당 '5천원 백반'…깔끔한 밑반찬 한가운데 '돼지고기 김치볶음'이 떠억


몇 해 전 여수 출장이 있어 새벽에 집을 나섰는데 가다보니 아침식사 시간이 다 됐다. 시내로 들어가자니 출근시간에 걸리겠고 해서 그냥 국도변 기사식당 간판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외지에 가서 잘 모르겠거든 기사식당에서 먹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얘기가 생각나서다.

텅빈 식당에 앉아 내심 별 기대 없이 기다렸는데 잠시 후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식당 아주머니가 들고온 쟁반에서는 끝도 없이 반찬그릇이 내려졌다. 호박나물, 취나물, 콩나물, 갓김치, 배추김치, 나박김치, 장조림, 생선조림, 생선구이, 각종 젓갈과 계란후라이까지 대충 봐도 스무 개는 족히 넘는 반찬 가짓수에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결정타를 날렸다. "제육볶음 나오니까 기다리세요."      

그때 이후로 혼자 밥 먹을 일이 있으면 기사식당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앞서와 같은 '백반을 가장한 한정식'은 다시 찾지 못했지만, 기사식당 대개는 저렴하고 푸짐하고 빠르다는 점에서 늘 대동소이했다.

▲현암기사식당의 소박하면서도 맛깔난 반찬들. ⓒ2012 HelloDD.com

오늘 소개하는 대전 동구 삼성동의 '현암기사식당'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창문에 써붙인 '38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오랜 세월 대전시민과 기사들의 사랑을 받아온 기사식당이다. 5000원에 제공되는 백반이 '우리도 전라도 백반 못지 않다'는 듯 푸짐하고 맛깔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르다. 셋이 가든 넷이 가든 자리에 앉으면 물 따를 틈도 주지 않고 좌르르 밥상이 차려진다. 블로거들은 이를 기사식당의 생명인 '30초 시스템'이라 명명하고 있는데 실제 재보니 대략 1분 내외.

 

▲ 현암기사식당의 전경. ⓒ2012 HelloDD.com
싼 값에 산해진미 가득한 한정식을 기대하면 욕심꾸러기다. 그렇다고 동네식당에서 그냥저냥 나오는 백반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잡채, 나물, 어묵, 게장처럼 깔끔하게 담긴 밑반찬 가운데로 이집의 백미인 '돼지고기 김치볶음'이 떠억 자리를 잡는다. 찌개와 볶음의 중간 형태로 고춧가루 팍팍 풀어 자박자박하게 끓인 김치와 돼지고기의 조합이 오전 일과에 시달린 입맛을 매콤하게 달래준다. 너무 짜지도 또 너무 싱겁지도 않은 간간한 국물을 남기는 게 아쉬워 결국은 밥 한 공기를 추가해 싹싹 비비게 된다. 

현암기사식당은 백반 한 가지만 있으니 따로 메뉴판을 찾을 필요가 없다. 빈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몇 명?"이냐고 묻는 질문에 사람 수만 알려주만 된다. 한쪽에 밥통과 반찬 셀프바가 있어 다들 알아서 무제한으로 갖다 먹는다. 가끔 셀프바에 기본찬 외의 다른 반찬이 있는 경우도 있다. 위장에 여유가 있다면 꼭 한 번씩 확인할 것. 돼지고기 김치볶음도 부족하다고 말하면 넉넉하게 더 채워준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에서 밤 11시까지다. 1, 2층으로 테이블이 150석 정도라 바쁜 점심시간에도 웬만하면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유성구나 연구단지에서는 한밭대교 오정동 부근의 하상도로를 이용하면 식당까지 10~15분 정도 걸린다. 주차요원들이 수신호로 주차장 혹은 길가에 차 대는 걸 도와준다.
 

메뉴 가정식 백반 6000원
상호 현암기사식당
전화번호 042-672-3683
영업시간 오전 6시~오후 11시
휴무 연중무휴
주소 대전 동구 삼성동 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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