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큼한 묵채와 묵직한 해물파전 등 다양한 맛잔치

"국산 콩을 깨끗이 씻어서 음력 9일, 19일, 29일에 직접 청국장을 띄웁니다."
"왜 이날에 청국장을 띄우시나요?"
"음력 9일, 19일, 29일은 옛날부터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이때 청국장을 띄워야 합니다."

우리나라 민속신앙에서 '손'이란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해코지하는 귀신을 부르는 말로 '손님(客)'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 있는 날'에는 악귀와 악신이 움직이기 때문에 손해나 손실을 본다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악귀와 악신이 움직이지 않는 '손 없는 날'을 택해 중요 대소사(大小事)를 치렀다. '초가묵집'의 강옥자 사장님이 말한 음력 9일, 19일, 29일이 바로 '손님'이 하늘로 올라가는 '손 없는 날'이다. 1998년 10월 개업한 초가묵집은 지금까지 '손 없는 날'에 청국장을 띄우고 있다.

햇살이 가득한 날 점심, 초가묵집의 청국장을 먹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맑게 갠 하늘과 적당히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어린 시절 할머니 댁을 향해 나있던 시골길을 생각나게 했다.
 

▲ 시원하고 새큼하게 입 안을 정리해 주는 묵채 ⓒ2008 HelloDD.com

주문은 이집의 대표 음식인 청국장과 함께 묵채와 해물파전을 시켰다. 묵채는 까끌까끌한 입 안을 정리하기 위해서, 해물파전의 경우 식당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호기심에 주문했다.

묵을 가늘고 길게 썬 다음 양념으로 강하지 않게 국물을 낸 초가묵집의 묵채는 전통식 에피타이저라고 부를 만하다. 특히 묵채에 묵은 김치가 아니라 적당히 익은 김치를 넣어 아삭아삭 씹는 맛이 좋다. 김치의 맛이 세지 않기 때문에 묵의 맛과 김치의 맛이 어울려 적당히 새큼한 국물을 만들어낸다. 신맛은 입안을 깔끔하게 하고 위의 활동을 촉진시켜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 두툼하고 묵직한 해물파전 입에 가득 물고 먹으면 더 맛있다. ⓒ2008 HelloDD.com

묵채 다음에 먹은 해물파전은 '묵직하다'. 유독 두툼한 두께의 해물파전이 따뜻하게 입 안을 채우는 것이 딱 '묵직한 맛'이다. 또 파전은 묵채의 새큼한 맛으로 한껏 상기된 미각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 초가묵집 청국장, 담담하고 진중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2008 HelloDD.com
 

▲ 강옥자 초가묵집 사장님 ⓒ2008 HelloDD.com
그 다음의 맛이 준 인상은 '깊다'. 노랗거나 붉은 빛이 감돌지 않는 소박한 청국장을 한 입 넣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다. 청국장으로 이름난 음식점들을 가보면 너무 짜거나 조미료 맛이 강해 콩의 담담하고 진중한 맛을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청국장이 된장찌개보다 국물이 적고 짠 맛이 강한 음식이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초가묵집에서는 담백하게 깨진다.

청국장의 뜨거운 국물을 큼지막한 두부덩이들과 함께 입에 넣으면 진하고 듬직하다. 보통 청국장을 먹을 때, 청국장을 밥에 비벼먹는 경우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초가묵집의 청국장 먹는 법은 밥에 비비기보다는 청국장 따로, 밥 따로 먹는 것이다. 그래야 깊고 담대한 청국장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적한 길을 따라 들른 시골집에서 내온 소박하고 담담한 청국장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그 맛은 초가묵집에 있다. 보통 청국장은 콩을 띄운 지 3, 4일이 지난 뒤 먹기 때문에 '손 없는 날' 3, 4일 뒤 초가묵집을 찾으면 방금 띄운 청국장을 만날 수 있다.
 

초가묵집 

ⓒ2008 HelloDD.com
메      뉴: 청국장 6000원, 항아리수제비(2인 이상) 6000원, 묵채 5000원, 해물파전 8000원, 묵무침 8000원, 토끼탕 55000원, 토종옻닭 40000원, 엄나무백숙 40000원, 닭도리탕 40000원
상호 초가묵집
전화번호 042-934-5739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휴무 명절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탑립동 6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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