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장 벤처기업인으로는 처음 뽑혀

"벤처기업 CEO이기 때문에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벤처기업 사장으로는 처음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 단장을 맡게된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사장(53)의 소감이다.

국책 연구소들이 그들만의 잔치판을 벌이고 있는 10개의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장들 가운데 창업 1년 차 이름 없는 대덕밸리 벤처기업 사장의 임명은 상당히 파격적인 사건. 지금까지 선정된 사업단장은 모두 정부출연연 등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는데 반해 조 사장은 벤처기업 출신이라는 점 등 약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벤처기업 CEO임에도 이렇듯 국가지 대사를 맡게 된 것은 생체기능조절물질 연구 관련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 그는 LG화학기술연구원에서 바이오 텍 연구소장을 역임했고 국산 신약 1호인 퀘놀론 계 항생제 펙티브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이런 연구개발 배경 때문인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화학연구소 연구원, 전북대 교수 등 4명의 후보자 가운데 연구수행 능력(30점)과 경영관리 능력(30점), 연구개발계획(40점) 등 세부 평가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조 사장은 앞으로 1년에 1백억 원씩, 10년 동안 모두 1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국가연구비를 지원 받아 생체기능조절물질사업단을 이끌게됐다.

여기에 민간이 매칭펀드로 연구비를 추가로 조달한다면 수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단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은 미래 한국산업의 중추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사업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국책연구소에서 사업단을 리드하는 것도 좋지만 산업화와 밀접한 벤처기업에서 맡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의 주요 사업은 뇌졸중과 당뇨, 간 질환 등의 난치병 질환 치료를 위한 생체기능 조절물질 발굴.

1천억원의 국고가 들어가는 만큼 의무도 까다롭다. 특히 사업단은 앞으로 10년 안에 특허 확보가 가능한 의약 후보물질이나 관련기술을 20개 이상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초미의 관심사는 조 사장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의 향배다.

조 사장을 선정한 과학기술부는 사업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전에 운영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경영권과 지분을 처분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기부는 벤처기업 사장이 국책사업단을 운영한 전례가 없다는 점과 벤처기업인이 사업단을 운영할 경우 사적으로 사업단을 악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점을 들어 포기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사장과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다소 다른 의견이다. 수개월 동안 전문가를 동원,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최고자질이 검증된 인물에 대해 공식 출범을 앞두고 전례 운운하는 것은 특정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벤처기업 사장 직은 내놓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분까지 정리하라고 하는 것은 일부 다른 프론티어 사업단장의 경우 벤처기업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여론이다. 조 사장은 "사업단의 명칭인 프론티어(Frontier)는 벤처(Venture)와 일맥상통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세계적인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5조원 이상의 로얄티를 받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대덕넷 구남평기자>flint70@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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